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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욱 칼럼] 104세 노교수의 ‘산다는 것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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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5. 13. 18:17

이경욱 대기자 사진
아시아투데이 대기자
"나로 인해 더 많은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랑의 고생'으로 인해 오히려 내가 행복해질 수 있다."

"그 안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고, 그러한 '고생'들이 쌓여 대한민국의 행복을 이뤄낼 수 있다."

"자신을 위해서 즐겁게 행복하게 살겠다 하는 사람치곤 행복한 사람이 없다."


올해 104세 된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지난달 30일 세종특별자치시청에서 시민 등 4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산다는 것의 의미' 주제 강연 내용 일부다. 현장에서 듣지 못했기에 김 교수의 강연 내용을 100% 전달할 수 없지만, 세종시 보도자료와 언론 보도를 통해 그가 세상을 향해 남기고자 하는 간절함은 읽을 수 있다. 그는 1920년 평안북도에서 태어나 1954년부터 31년간 연세대 철학과 교수를 지냈다. 1985년 퇴직 후 현재까지도 인생의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왕성한 강연과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가 우리 사회 구성원에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남의 유익(有益)을 구하는 일에 인생을 바치는 것이야말로 행복의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유익을 구하는 데에만 인생을 투자한 사람 가운데 행복한 사람은 별로 보지 못했다는 의미 있는 말도 들려줬다.

그러면서 이 사회에 던지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도 제시했다. "의사는 환자를 위해서, 정치는 국민과 가난한 사람을 위해서 사랑을 베푸는 고생만큼 여러분이 인생의 높이가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의사 파업으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이유가 어찌 됐든 의사는 그의 표현에 따르면 '환자를 위해서 고생해야 하는 존재'다. 병원을 떠나는 모습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됐으리라.

멀리 네팔 땅에서 수십 년 동안 남 모르게 '이름도, 빛도 없이' 의술을 펼치는 분의 모습을 봤다. 서울 도심 자신의 병원 문을 몇 개월간 닫고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면서 이스라엘 분쟁 지역을 찾아 난민과 고아를 돌보는 데 무진 애를 쓴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알고 있다. 의사 파업과 그들의 모습이 오버랩돼 마음이 불편하다.

의사는 성형외과·피부과 간판으로 뒤덮인 강남 대형건물의 모습이 정상인가에 대해 먼저 답해야 한다. 의술을 펼친다면서 자신의 유익만 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료 현장을 떠나는 의사의 모습은 우리에게 오랜 기간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정부가 의사 파업 뒤에 숨어 있으려 한다면 그 역시 지탄을 피할 수 없다. 이런 의료 현장을 방치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당리당파에 치우친 나머지 민생을 등한시한다면 '정치인은 국민과 가난한 사람을 위해 고생해야 한다'는 노교수의 일침을 거스르는 것이다. 그들이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이권을 누리는 것 역시 노교수의 간절한 호소에 역행하는 것 아니겠는가.

기업인들은 벌어들인 돈을 부지런히 연구개발에 투자함으로써 선순환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벌어들인 수익금을 사회에 환원해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도록 하는 것이 기업의 본분이라는 점을 늘 잊지 않아야 남의 유익을 구하는 일이 된다.

노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100세를 살아보니 사람이 행복하다고 하는 것은, 젊게 사는 것이고 인간답게 사는 노력, 과정 그리고 성취에서 주어지는 것이며,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본분을 지키고 남을 위해 살기 위해 애쓰고 남의 유익을 구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사회는 젊은 사회이고 늙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의사 파업과 4·10 총선 이후의 불안한 정치권, 일부 기업의 일그러진 모습을 접하면서 노교수의 외침이 새롭게 다가온다. "남을 돕기 위해 고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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