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육군 12사단 신병대대 수료식날 우리 아들만 없다”…얼차려로 숨진 훈련병 어머니의 비통한 절규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4.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619010010044

글자크기

닫기

지환혁 기자

승인 : 2024. 06. 19. 09:47

clip20240619094453
육군 12사단 입영식 당시 고 박모 훈련병이 어머니를 업고 있다. / 군인권센터
육군 12사단에서 얼차려 중 숨진 훈련병의 어머니가 19일 아들의 수료식 예정일을 맞아 원통한 마음을 담을 편지를 군인권센터에 보내왔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얼차려로 숨진 훈련병 어머니의 편지를 공개하고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서울 용산역 광장 원형 조형물 인근에서 훈련병 유가족과 함께 슬픔과 분노를 나누는 '시민 추모 분향소'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얼차려로 숨진 훈련병의 부모님은 오후 6시부터 분향소에 나와 시민들을 맞이할 계획이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어머니의 편지에는 말로 표현하지 못한 비통함이 담겨있다.

훈련병 어머니는 편지에서 "12사단 입대하던 날 생애 최초로 선 연병장에서 엄마, 아빠를 향해서 '충성'하고 경례를 외칠 때가 기억난다"며 "승용차로 6~7시간을 달려야 집에 도착할 엄마, 아빠를 걱정하며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충성' 경례 한번 잘한 것 갖고 제법 씩씩 의젓하게 말하며 오히려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등을 다독이던 우리 아들. 이제는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다"고 그리움을 표했다.
훈련병 어머니는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하게 훈련시켜 수료식 날 보여드리겠다'던 대대장님의 말을 기억한다. 우리 아들의 안전은 0.00001도 지켜주지 못했는데 어떻게, 무엇으로 책임지실 것인가"라며 "망나니 같은 부하가 명령 불복종으로 훈련병을 죽였다고 하실 것인가. 아니면 아들 장례식에 오셔서 말씀하셨듯 "나는 그날(5월 23일, 아들이 쓰러진 날) 부대에 없었습니다"라고 핑계를 대실 것인가. 아니면 "옷을 벗을 것 같습니다"라던 말씀이 책임의 전부인 것인가"고 되물었다.

훈련병 어머니는 "군이 처음 사랑스러운 우리 아들에게 씌운 프레임은 '떠들다가 얼차려 받았다'이다. 떠든다는 표현이 평소 아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기 때문에 믿지 않았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동료와 나눈 말은 '조교를 하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겠네' 같은 말이었다고 한다. 그러곤 들켜서 얼차려를 받았다. 자대배치를 염두에 두고 몇 마디 한 것뿐일텐데 그게 그렇게 죽을죄인가"고 분노했다.

훈련병 어머니는 "군장을 아직 다 보급받지도 않아서 내용물도 없는 상황에서 책과 생필품을 넣어서 26㎏ 이상 완전군장을 만들고, 완전군장 상태에서 총을 땅에 안닿게 손등에 올리고 팔굽혀펴기를 시키고, 총을 땅에 떨어뜨리면 다시 시작시키고, 잔악한 선착순 달리기를 시키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구보를 뛰게 하다가 아들을 쓰러뜨린 중대장과 우리 아들 중 누가 규칙을 더 많이 어겼나"며 "그 망나니 같은 명령도 명령이라고 열심히 따른 이유가 있었을거다. 괜히 잘못했다가는 자기 때문에 중대장이 화가 나서 동료들까지 가중되는 벌을 받을까 무서웠을거다. 두려운 상황을 빨리 끝내고 후일담으로 삼기를 바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훈련병 어머니는 "쓰러진 뒤의 일도 원통하다. 아들이 쓰러지고 첫 전화를 받은 건 5월 23일 17시 54분이다. 소대장이 "어머니 OO이가 어젯밤 점호 시간에 떠들어서 군기훈련 받다가 쓰러져서 중대장님이랑 병원 이송 중입니다"라고 했다"며 "얼마 지나서 중대장이 연락이 왔다. "상급부대에 서울로 후송 요청했고 답변 준다고 기다려달라고 했습니다. 병원 측은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후송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해서 CT결과 기다리고 있습니다"라고 했다"고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훈련병 어머니는 "그러더니 제게 어느 병원으로 보낼지 결정을 하라 하더라. 강릉아산병원을 말하면서. 왜 제게 어디 병원으로 옮길질 묻느냐고 따지며 "나중에 무슨 일 생기면 우리가 결정했다고 하려고 그러냐" 물었다"며 "아들에게 무슨 일 나면 그 병원에서 책임지냐고. 무슨 일 나면 나라에서 책임지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했다. 그래서 강릉아산병원에 가게 된 것"이라고 했다.

훈련병 어머니는 "그런데 이들이 무슨 책임을 지고 있나?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부모의 선택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지, 그런 생각도 든다"며 "5월 24일 새벽 3시경, 강릉아산병원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위에서는 피가 나오고 있고, 의식도 없이 처참한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래도 치료하면 곧 좋아진다는 소견을 의심 없이 믿으며 중환자실 앞에서 죄인처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러다 5시간 뒤 만난 담당 의사선생님이 "열이 40도 이상에서 안 떨어지고 있으니 장기가 익어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2~3일 뒤에는 포기하실 때가 옵니다"라는 말을 했을 때, 억장이 무너졌다"고 했다.

"아들아, 아빠 엄마가 응급헬기를 띄울 힘 있는 부모가 아니어서 너를 죽인다." 훈련병 어머니는 그 때의 비통함을 이 같이 표현했다.

훈련병 어머니는 "오늘은 12사단 신병대대 수료식 날인데, 엄마, 아빠 너무 멀고 힘드니까 굳이 안 오셔도 된다고 그랬는데. 그런 배려 깊은 아이였는데. 오늘 수료생 251명 중에 우리 아들만 없다"며 "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가? 국가의 부름에 입대하자마자 상관의 명령이라고 죽기로 복종하다 죽임당한 우리 햇병아리, 대한의 아들이 보고 싶다"고 편지를 마무리했다.
지환혁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