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화장실 등 생활시설 부족에 남녀혼숙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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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 일간 엘 옵세르바도르는 11일(현지시간) 우루과이의 건설노조(SUNCA)가 송전망 건설에 투입된 근로자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중국기계공정공사(CMEC)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영 CMEC는 우루과이 북부 타쿠아렘보와 살토를 연결하는 길이 365㎞의 500kV(킬로볼트) 송전망을 설계·건설·유지하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SUNCA는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에서 "송전망 건설을 위해 우루과이 근로자 200명과 외국인 근로자 500명을 현장에 투입하고 있는 CMEC에 강제노역과 기업의 형사 책임 회피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장에 근무 중인 외국인 노동자는 중국 또는 에콰도르 국적자다.
노조는 특히 열악한 숙박 환경을 지적하며 CMEC가 강제노역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남미에선 노동자가 자의로 일해도 작업장 또는 숙박 환경이 열악하면 강제노역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일을 해야 하는 근로자의 절실한 사정을 고용주가 악용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노조는 구체적인 사례로 컨테이너에 마련된 근로자 숙소는 비좁아 배정된 인원에 맞춰 침대를 놓을 수 없고 남녀혼숙이 일상적이라고 지적했다.
남성근로자 16명과 여성근로자 1명이 혼숙하고 있는 한 컨테이너 숙소에 있는 침대는 6개다. 1곳뿐인 화장실에는 비누 등 청결용품과 쓰레기통이 없어 사용한 휴지가 바닥에 쌓여 있다.
남성근로자 20명과 에콰도르 출신 여성근로자 3명이 함께 사용하는 또 다른 컨테이너 숙소는 추락 위험이 있는 철판 다리를 건너야 출입할 수 있고 곳곳에 전선이 노출돼 있어 감전이나 화재의 위험이 있다.
현지 언론은 "노동청이 이미 지난해 8월과 9월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환경이라는 이유로 CMEC가 운영해 온 숙소 3곳을 폐쇄했지만 여전히 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폐쇄된 숙소 3곳엔 중국 또는 에콰도르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 80명이 묵고 있었다.
우루과이에선 최근 30°C를 웃도는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다수의 컨테이너 숙소에 냉장고 없어 음식을 보관할 수 없으며 작업이 끝난 후 저녁 식사를 거르는 근로자가 상당수다.
노조 관계자는 "사정이 딱해 우루과이 근로자들이 음식을 모아 외국인들에게 전해준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이 남미에서 열악한 근로자 숙소 환경 때문에 도마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브라질 근로 감독 당국은 지난해 12월 중국 최대 전기차업체인 비야디(BYD)의 브라질 공장 신축 현장에서 노동력 착취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브라질 북동부 바이아주(州) 카마사리의 건설현장에서 중국인 근로자 163명이 기본적인 조건도 갖추지 않은 숙소에서 지내며 초과근무를 해 왔고 일상생활을 통제받는 등 인권을 침해당했다는 전언이다.
당시 현지 언론은 "중국이 BYD 공장을 건설하면서 근로자를 노예처럼 부렸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