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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민족해방군, 북서부 지역 ‘무장파업’ 발동…주민 일상 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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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승인 : 2025. 02. 20. 15:36

72시간 통제…거리 통행·상점 영업 등 중단
3500명 타지역 피신…2000가구 자가격리
정부, 병력 1500명 투입했지만 무력화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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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반국가 무장단체 인민해방군(ELN) 대원들./AFP 연합
아시아투데이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 내전이 종식되지 않은 콜롬비아에서 반국가 무장단체 민족해방군(ELN)이 불법적으로 발동하는 활동중단 명령인 '무장파업'을 단행했다. 이 때문에 지역의 경제·사회 활동이 강제로 중단됐다.

무장파업 대상이 된 지역에서는 중앙정부에 강력한 개입을 촉구하고 있지만 콜롬비아 정부는 소수의 병력 지원 말고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엘메리디아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ELN은 18일 자정 콜롬비아 북서부 초코주(州)에서 72시간 무장파업을 선언해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일상을 통제했다.

거리는 텅 비었고 상점들은 일제히 셔터를 내렸다. 학교는 휴업에 들어갔고 병원, 보건소 등 의료시설도 문을 닫았다.

무장파업이 시작되기 전 주민 약 3500명이 다른 지역으로 피신했다. 파업 개시와 함께 신변 안전을 위해 자택에서 완전 자가격리에 들어간 가구는 2000곳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의 전례로 미뤄 봤을 때 초코의 총 인구 약 45만7000명 중 5만명 이상의 주민이 무장파업의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년간 20회 이상 무장파업을 발동한 ELN은 이같은 행태의 이유로 적대적 관계에 있는 콜롬비아 최대 마약카르텔 '걸프 클랜'이 군과 휴전을 밀약했다는 점을 들었다. 군과 걸프 클랜과 손잡고 자신들을 공격하려 했다는 주장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ELN의 무장파업이 돈벌이를 위한 포석이라고 보고 있다. 콜롬비아 북서부 끝자락에 있는 광산 지역인 초코는 등 불법 광물 채굴사업과 북미로의 마약 밀수 등을 확대하기 위해 태평양으로 나가는 루트를 확보하려면 반드시 장악해야 하는 곳이다.

또 주민들에게 공포감을 심어 절대복종을 유도하면서 반강제적 협조를 이끌어 내 은밀한 이동 등 게릴라 작전을 전개한다는 속셈이다.

안보 전문가인 안드레스 마시아스 콜롬비아 엑스테르나도 대학교 교수는 "자신들이 장악한 곳에 국가의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것, 국가가 대응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민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무장파업의 가장 큰 목적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세기 내전에 시달린 콜롬비아에서는 2016년 반체제 무장단체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이 정부와 평화협정을 맺으면서 완전한 내전 종식을 기대했으나 FARC의 일부 세력이 평화협정에 반대하면서 무장해제를 거부하고 아직까지 게릴라 활동을 하고 있다.

1964년 결성된 ELN도 세를 유지한 채 여전히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다. 게릴라 출신으로 콜롬비아 최초 좌파 국가수반이 된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은 2022년 8월 취임하면서 내전을 완전히 끝내겠다며 ELN와 협상해 왔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ELN의 무장파업 발동에 초코 주정부가 긴급지원을 요청하자 페트로 정부는 병력 1500명을 현장에 투입했지만 무장파업을 무력화하지 못했다.

콜롬비아 주재 미국대사관은 ELN 무장파업 기간 동안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미국에 콜롬비아 초코 방문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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