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데스크칼럼] 위기에 손 잡아야 ‘진심’ 나온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4.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310010004366

글자크기

닫기

최원영 기자

승인 : 2025. 03. 11. 06:00

최원영 사진11
현대차와 삼성의 의기투합 소식이 최근 신문지상을 뜨겁게 달궜다. 로봇용 배터리부터, 스마트 팩토리에 이어 각종 AI와 '초연결' 서비스를 업무용 차량에 입히는 작업까지 연이어 터지는 협력에 다들 무슨 일이냐며 궁금해 했을 정도다. 업계 보다 한발 더 앞선 혁신을 원하는 현대차와, 미래 기술에 대한 실증과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한 삼성의 니즈가 정확히 통했다.

현대차와 삼성의 이번 행보가 특히나 반가운 건, 최근 대기업간 전면적 협력이 좀처럼 나와주지 않아서다.

요컨대 기업들은, 아니 총수들은 지금 불안하다. 아무도 방향을 알려주지 않는 안갯속을 혼자 걷고 있어서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이 기업들의 전망을 수도 없이 흔들어 댄다. 밖에선 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 으름장이 시도 때도 없고, '딥시크'니 '양자 컴퓨팅' 이니 하는 AI 시대가 가져 온 거대한 흐름은 따라잡을 수 없을만큼 빠르고 거세다. 안에선 탄핵 정국을 맞아 목소리를 내기도 어렵다. 정권이 바뀔 지, 그렇다면 그 시기와 강도는 어떨 지 숨죽일 수 밖에 없다.

과거 전국경제인연합회처럼 총수들이 수시로 모여 시국을 논의하고 즉흥적으로 손 잡았다면 지금은, 특정한 목적이 아니면 회동 자체가 없을 정도다. 끝도 없이 갈래가 나눠지는 미래 기술과 산업의 갈림길에서 결국 플레이어간 손 잡을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지만, 누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잠재적 조력자인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닌가. 경계가 모호해지고, 또 수시로 변하는 상황에서 '진심'을 통하기가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예컨대 SK는 미중 갈등 속 전략적 균형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미국 눈치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던 중국이나 대만과의 협력이 최근 부쩍 늘었다. 배터리든, 반도체든, ITC, 에너지든 가리지 않는다. 이처럼 정치 외교적 민감도가 큰 국가들과 손 잡고 가는 이유도 마찬가지로 생존이다. 트럼피즘에 반도체 보조금까지 눈뜨고 코 베일 상황에서 리스크를 분산하고, 또 첨단기술 확보와 실리를 얻기 위한 행보다.

정국 혼란 속 국민기업 포스코는 기를 쓰고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며 실무 중심 경영을 강화 중이다. 대외 활동 보다는 내실 다지기가 두드러진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투명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정관을 바꾸는 시도를 하고 있고 시대가 찾는 공급망·인프라 기업이 되기 위해 부단한 노력 중이다. 상대적으로 도전에 가까운 영역이라 경쟁상대가 별로 없다.

한화와 HD현대는 협력과 반목을 거듭하고 있다. 전 산업군 중 가장 호황인 조선과 방산 수주전에서 번번히 라이벌 구도를 형성 중이다. 포화상태의 국내에선 KDDX 수주건으로 갈등하면서도, 해외에선 '원팀' 플레이 중이다. 물론 속내가 그리 간단치만은 않겠지만, 일단은 윈윈할 수 있는 구조다.

로컬이 가진 힘이 있다. 실리를 따져야 하는 기업간에 우정이 어딨고 의리가 어딨느냐고 할 지 모르지만, 그래도 피는 물 보다 진하고 팔은 안으로 굽는다. 안팎으로 '불확실성'이라는 공동의 적을 만난 월드클래스 기업들이 각자 고군분투 하기보단 협력하고 공급망을 공유, 연결하는 '신뢰'의 동맹이 많아지기를 희망한다.
최원영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