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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기자의 와이드엔터] 모든 게 PC주의 탓? 문제는 완성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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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5. 04. 02. 13:43

디즈니 '백설공주' 흥행 실패 원인으로 유색 인종 캐스팅 지적 제기
진짜 문제는 어설픈 각색·용두사미 극 전개 등 낮은 완성도에 있어
성전이나 윤리 교범이 아닌 대중예술 상품은 어떻게 만드느냐 중요
백설공주
기존의 원작 동화 및 애니메이션과 달리 까무잡잡한 피부의 라틴계 여배우를 앞세운 디즈니 실사 뮤지컬 영화 '백설공주'가 흥행에 부진한 원인으로 'PC(정치적 올바름) 주의'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지목하는 비판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디즈니의 실사 뮤지컬 영화 '백설공주'가 흥행에 부진한 원인으로 'PC 주의'를 탓하는 시각이 꽤 지배적인 듯 싶다. 'PC 주의'란 성별·인종·장애·종교·직업 등에 대한 편견과 비하를 지양하고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추구하는 일종의 이념으로, 원작의 '눈처럼 하얀 피부' 대신 까무잡잡한 피부의 공주를 내세운 제작진의 선택이 'PC 주의'에 대한 과도한 집착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중장년층 이상 관객들에게는 '백설공주'의 이번 버전이 어색하게 느껴져 관람권 구입이 망설여질 수도 있다. 하얀 피부와 빨간 머리로 익숙했던 주인공을 진한 갈색 머리의 흑인이 맡아 찬반양론을 불러일으켰던 '인어공주'처럼, 동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수십 년간 접해 왔던 '백설공주'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PC 주의'가 원작을 무시해 폭넓은 연령대의 관객들을 멀어지게 했다는 일부의 비판이 언뜻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이유다.

그럼 '백설공주'에 라틴계 연기자 대신, 원작과 애니메이션이 묘사했던대로 '눈처럼 하얀 피부'의 백인 배우를 캐스팅했더라면 흥행 결과가 달라질 수 었었을까? 답은 '아니요'다. 사견을 전제로 아마도 반응은 지금과 비슷했을 것이라고 본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같은 원작에서 모티브를 얻은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을 아주 살짝 흉내내다 만 캐릭터 접근 및 각색 방식과 용두사미 식의 싱거운 결말, '한방'이 없는 삽입곡들이 진짜 문제점들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20여 년 전 대니얼 크레이그가 6대 '007 제임스 본드'로 발탁됐을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자신의 시리즈 데뷔작인 '카지노 로얄'의 홍보를 위해 2006년 내한한 그는 당시 기자들로부터 숀 코너리와 로저 무어, 피어스 브로스넌 등 선배 '007'들과 자신의 외모를 비교당하는 질문을 받을 때면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답하는 등 다소 예민하게 반응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알고 보니 '노동자 계급 느낌의 금발과 미남형이 아닌 얼굴, 훤칠하지 않은 키(178㎝)가 캐릭터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007' 팬덤의 계속된 비난에 너무 시달려서였는데, 결과적으로는 시리즈의 체질 개선을 주도하며 역대 가장 성공한 '007'로 우뚝 섰다.

열혈 지지층을 의식한 역사와 전통의 고수도 좋고 달라진 시대의 균형 잡힌 사고 방식을 반영하는 변화와 쇄신도 좋지만, 결국은 전체적으로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작품의 성패가 좌우된다는 걸 두 사례는 말해주고 있다. 이를 달리 얘기하면 영화와 같은 대중예술 상품을 누구도 손댈 수 없는 성전 내지는 옳고 그름을 강조하는 윤리 교범과 동일한 잣대로 창작하거나 평가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그 유명한 선거 구호마냥 '문제는 완성도야, 바보야!'라고 귀띔해주고 싶다.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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