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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캐즘 뚫을 공급망 투자…포스코퓨처엠의 장기적 안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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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기자

승인 : 2025. 05. 08. 17:00

240521_포스코홀딩스_장인화회장_포스코퓨처엠 천연흑연음극재공장 현장동행
지난해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포스코퓨처엠 천연흑연 1공장을 방문했다. /포스코퓨처엠
설비 효율화와 투자 일정 조정이 일상이 된 배터리 업계에서 최근 의미있는 대규모 투자가 단행됐다. 포스코퓨처엠이 국내에 음극재 중간재인 구형흑연 제조 시설을 설립하기로 한 것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이차전지 필수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이차전지는 리튬 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가면서 전기를 만드는데, 여기서 음극재는 리튬 이온을 저장하는 역할을 맡아 충전 속도와 배터리 수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포스코퓨처엠은 국내 유일의 음극재 생산업체다. 하지만 주 원료인 흑연은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특히 천연흑연의 경우, 전 세계 광산의 90%가 중국에 몰려 있어 공급망 구조 자체가 중국 중심으로 짜여 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샨샨, BTR이 음극재 시장 점유율 1,2위를 차지하고 있다.이들을 비롯한 중국업체의 음극재 시장 점유율은 95%를 넘겼다. 반면 한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2.7%에 불과하다.

중국산 음극재는 저렴한 인건비, 원가와 함께 정부 차원의 지원이 더해지면서 한국산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높다. 최근에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 또한 저렴한 중국산 음극재를 도입하고 있다. 가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국가적 연구개발 지원으로 기술력도 어느새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쟁이 치열한데다, 업황이 부진한데도 포스코퓨처엠은 약 4000억원을 투자해 국내에서 음극재의 중간재까지 생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고객사의 탈중국에 대한 요구도 있었겠지만, 포스코그룹 차원의 전략적 판단 또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포스코그룹은 '제철보국'에 이어'소재보국'을 내세우며 다지며 이차전지 소재사업을 본격화했다. 수요 둔화와 업황부진에도 투자를 이어가는 배경에도 K-배터리 경쟁력 강화에 대한 의지가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회사 내부에서는 특정 사업의 진행 여부를 결정할때 사업성과 함께 이 사업이 국가적으로 도움이 되는지까지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스코그룹은 탄자니아 등 중국 외 공급망을 확보해둔 상태다. 이번 중간재 생산 투자까지 더해지면 탈중국 공급망을 보다 체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음극재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만큼 글로벌 탈중국 흐름 속에서 전략적 가치가 높아진 면도 있다. 최근에는 배터리 업체 뿐만 아니라, 완성차 업체들 또한 탈중국 소재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대체 공급망 구축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이번 투자가 국내 음극재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일각에선 가격 경쟁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한 과감한 선택이라는 신중론도 공존한다.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이뤄진 이번 설비 투자가 향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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