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데스크칼럼] “포스트 봉준호가 안 보인다고? 찾아는 봤나?”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4.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512010004766

글자크기

닫기

김성환 기자

승인 : 2025. 05. 12. 14:10

화면 캡처 2024-01-07 092216
김성환 문화부장
올해 칸영화제가 13일(현지시간) 개막한다. 한국영화는 장편 경쟁부문에 단 한 편도 초청받지 못했다. 26년만의 일이다. "한국영화의 위기" "포스트 봉준호·박찬욱이 안 보인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온다. "산업적 측면이 어려운 것은 맞다. 그렇다고 한국영화의 문화예술성마저 무너진 것은 아니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의 얘기다.

이어진 얘기는 이렇다. 코로나19가 수그러들던 2023년 한 해 제작된 한국영화는 단편 포함 600여 편. 이 가운데 우리가 본 영화는 기껏해야 극장개봉작에 몇 편 추가되는 정도. 숨어있는, 가능성 있는 작품들을 찾아보려 하지 않았다. 칸, 베를린, 베니스에 가려면 추천이 많아야 한다. 봉준호, 박찬욱은 칸이 기다리는 감독들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들이 빠졌을 때 '게으른' 칸은 또 다른 한국영화를 애써 들여다보지 않는다. 칸으로 향하려는 영화는 전 세계에 수 없이 많으므로. "한국영화 위기를 외치며 스스로 우리 영화를 외면했다. 알리지 않았다. 기회가 원천 봉쇄됐다."

변화가 필요하다. 포스트 봉준호는 그냥 나오지 않는다. '플란다스의 개'(2000)가 개봉했을 때 봉준호의 미래를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차승재라는 '걸출한' 제작자가 승부를 걸었다. '살인의 추억'(2003)이 성공했다. 결국 봉준호는 칸, 아카데미를 휩쓸었다. 요즘 제작(투자)사는 돈 될 것 같은 시나리오를 찾고 영화관은 '안전빵' 영화를 건다. 어렵게라도 찍은 영화를 관객에 선보일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감독들이 수두룩하다. 모험 할 제작자, 영화관이 절실하다.

녹록지 않다. 이익을 좇는 것이 '미덕'인 제작사, 영화관의 '희생'만 요구할 수는 없다. 누군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관객을 믿는다. "요즘 대한민국 굴러가는 것을 보면 시민성이 중요해졌다. 영화에선 관객성이다." 관객의 적극성, 능동성, 주체성에 희망을 건다. "극장이 내렸지만 공동체 상영, 시민들의 자발적 성원으로 어디선가 상영되는 영화들이 있다. 조정래 감독의 '초혼'(2025)처럼." 다양한 저예산 독립영화에 성원이 필요하다. 이런 움직임이 '운동(캠페인)'으로 진화하면 좋겠다. 관객은 변화의 불씨다.

눈높이도 조율하자. 한국영화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결코 오래되지 않았다. '기생충'이 칸에서 황금종려상(2019)을 받고 아카데미에서 4관왕(2020)을 휩쓴 것은 한국영화사의 기념비적인 성취였다. 마음먹으면 아무 때나 거둘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겸허해지자.

이제 과도기다. 희망은 있다. 한국영화의 위상은 아직 높다. 올해 홍상수 감독이 칸영화제 장편 경쟁부문 심사위원이 됐다. 이는 작품 초청 이상의 영예다. 칸이 한국영화를 예우한 거다. 세계가 한국영화를 여전히 존중하고 부러워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영화가 갔으면 홍상수는 못 갔다. '위기'라고 스스로 무너질 이유는 없다. 수습하자. 제작사, 영화관, 관객을 빼고 어떻게 한국영화를 진단할 수 있을까. 지금부터 하자. 포스트 봉준호도 찾자. 23차례나 칸영화제를 직접 찾았던 전찬일의 아우성이다.
김성환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