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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격동의 시대: 현장에서 길을 찾다] 경제안보, 대미 관세협상의 핵심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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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5. 15. 17:59

류예리
류예리 (경상국립대 지식재산융합학과 전담교수)
지난주 목요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스타머 총리와의 전화를 통해 관세협상을 타결했다고 밝혔다. 크게 보면 영국이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시장개방을 확대하고, 미국은 영국산 자동차 연간 수출물량 수준인 10만대에 한해 10% 낮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이 협상의 주요 내용이다. 기본관세 10%는 유지되며 세부내용은 향후 협상을 통해 확정하기로 했다. 중국과의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백악관은 영국과의 협상 타결을 '획기적인(breakthrough) 협상'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에 영국과 일본 등 몇몇 국가들은 서둘러 협상에 나섰다. 트럼프 집권 1기에 일본 아베 수상은 트럼프 요구사항을 최대한 수용하는 전략으로 관세 문제를 해결하는 외교적 수완을 보였다. 현 이시바 수상은 아베 어투와 대미 전략에 대한 특강을 받고 다른 국가보다 앞서 백악관을 방문하여 자국의 협상카드를 트럼프에게 보여줬다. 그러나 비싼 카드에도 제2의 아베 성과는커녕 상호관세 24%(기본관세 10% + 국가별 관세 14%)를 두들겨 맞게 되었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을 협상 대표로 내세워 자동차와 철강에 대한 품목 관세와 상호관세 철폐를 목표로 미국과 수차례 협상했으나, 미국으로부터 국가별 관세 14%만 협상할 수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이에 일본은 대미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되 속도를 조절하기로 했다.

높은 관세로 미국 내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고, 중간재 수급 애로로 제조업 업황이 나날이 악화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정책을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145%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중국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기에 관세정책에 미국 내 여론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주말 스위스 제네바에서 베선트 재무장관·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중국의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 간 무역협상에서 상대국에 대한 관세를 115% 낮추는 90일간 휴전을 합의했지만, 앞으로 3개월 이내 많은 쟁점을 해소할지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작은 협상 성과라도 만들어 국민들에게 제시할 정치경제적 필요성이 커졌다. 80여 개 국가에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미국이 초조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은 많은 국가가 무역협상을 하기 위해 앞다퉈 워싱턴으로 오고 있다고 하지만, 7일 늦은 밤 아스널 축구 경기를 관람하던 영국 스타머 총리에게 전화를 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획기적인' 협상이라고는 하지만 실은 전체 협상에서 극히 일부만 정상 간 합의하고 나머지는 앞으로 몇 개월에 걸쳐 협상을 하기로 했다. 일종의 조기수확(Early Harvest)을 만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국민들에게 관세정책 성과를 홍보하고, 다른 상대국들에게는 미국과의 협상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었다.

미국 측이 발표한 팩트시트와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이 미국 경제안보 정책에 동조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크게 보면 트럼프 관세는 첫째 무역수지 적자 개선, 둘째 중국 견제 2가지 목적을 갖고 있다. 영국이 미국에게 무역수지 적자를 보고 있기에, 미·영 협상에서 미국이 노리는 것은 첫째 목적보다는 둘째 목적이 더 클 수 있다.

그동안 USTR은 협상 대상국들에게 관세·비관세, 원산지기준(우회수출 차단), 정부조달, 수출통제, 산업협력 등을 협상의제로 제시해 왔다. 관세·비관세와 산업협력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항들은 중국 견제 목표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특히 미국은 자국의 수출통제제도를 동맹국들이 채택하고 집행해야 함을 강조해 왔다. 루비오 국무장관, 러트닉 상무장관, 그리어 USTR 대표 등 다수 각료들은 동맹국들의 수출통제제도가 허술하고 인식 수준이 낮아 첨단기술이 중국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금년 초 미 에너지부가 우리나라를 민감국가(SCL)로 규정하면서 수출통제제도가 국내에서 큰 이슈가 되었다. 미국 수출통제제도는 전략물자 외에 연구자에 대한 인적 통제를 포함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관련 법 개정으로 우리나라 수출통제제도가 강화되었지만, 연구개발(R&D) 현장인 대학과 연구기관에 대한 인적 관리는 허술한 상황이다. 미국과 일본은 자국 대학과 연구기관 종사자들이 중국 등 우려국가 출신 인사와 면담하는 것까지 안보심사를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설령 미국 내에서 특정 민감사항을 외국인과 논의하는 것 자체도 수출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즉 '간주수출'로 인한 경제안보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수출통제 핵심사항이다. 미 에너지부 민감국가 건도 대학과 연구기관의 수출통제 적용 없이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대학은 불법 기술유출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주 산업부와 특허청이 전국 9개 지역 거점대학에 설치된 지식재산(IP)사업단을 중심으로 연구·기술안보 교육을 대학에서 실시하기로 했다. IP사업단은 특허 등 지식재산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수출통제와 연구·기술안보 교육을 통해 우리 지식재산을 지키면서 기술안보 전문가를 양산하는 체계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산업부는 대학과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수출통제 절차를 적용하고자 했으나 경제안보에 대한 관련 기관의 인식부족으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일단 9개 거점국립대학을 중심으로 연구·기술안보 교육을 실시하고, 관련 기관의 협조를 통해 대학과 연구기관에 대한 수출통제제도를 모색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관세협상을 해야 하고, 경제안보 정책 공조가 핵심이슈의 하나가 될 것이다. 대학과 연구기관에 대한 연구·기술안보 교육은 우리 기술의 불법유출을 막고, 미국과의 관세협상과 SCL 해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류예리 경상국립대 지식재산융합학과 전담교수

<필자 소개> 류예리 경상국립대 지식재산융합학과 전담교수는 中칭화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중소기업진흥공단 비상임이사다. 한국무역안보학회 부회장을 맡는 등 활발하게 통상분야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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