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한화·DL ‘여천 NCC’ 해법 갈등… “화학산업 지원 정부 나설때”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4.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811010004656

글자크기

닫기

김유라 기자

승인 : 2025. 08. 10. 17:58

부도 위기 여천NCC 놓고 동상이몽
한화 "자금지원" vs DL "원인 파악 먼저"
석유화학 주요 4사 상반기 실적 저조
업계 "정부의 산업재편·지원안 시급"
여천NCC 그래픽


상반기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의 실적이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 여천NCC가 부도위기에 처한 사실이 알려지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업황 부진 장기화로 기업 존립이 위태로운 수준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여천NCC 모회사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회생 방안을 두고 의견이 갈렸다. 한화는 자금 지원으로 책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DL은 워크아웃을 고려하며 자금지원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업계에선 위기 속 기업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의 산업 재편·지원안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석유화학 4사의 상반기 합산 영업손실이 전년에 비해 약 520%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LG화학 석유화학 부문과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롯데케미칼·금호석유화학의 영업이익을 합산하면 약 475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약 770억원의 손실이 난 것과 비교하면 적자폭이 4000억원가량 커진 것이다.

범용 제품의 고질적인 업황 부진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상대적으로 범용 비중이 높은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과 롯데케미칼은 적자가 각각 280%, 43%가량 늘었다. 전통적인 업계 강자 LG화학마저 석유화학 부문에서 146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장기화한 실적 부진은 기업 운영을 위협하는 수준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천NCC가 부도위기에 처하면서 구조조정을 둘러싼 진통도 포착된다. 여천 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각각 지분 50%를 보유한 합작법인이다. 여천NCC는 차입금 상환을 위해 두 모회사에 각각 1500억원의 지원을 요청했으나, 실행 여부를 두고 양사의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지난달 이미 이사회를 열고 자금 대여를 결정했다. 석유화학 호황기에 여천NCC로부터 막대한 배당금을 받은 만큼 불황기에도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다. 향후 정부의 산업 재편안에 차질없이 따를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목적도 있다. 반면 DL은 유동성 위기 원인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자금 지원 대신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안도 논의중이다. DL의 동의 없이 한화는 독자적인 지원이 불가능하다. 여천NCC가 오는 21일까지 차입금 납입에 실패하면 부도가 날 수 있다.

일각에선 양사 간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2007년 양사는 여천NCC의 인사권을 놓고 DL(당시 대림) 측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고소하는 등 극심한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여천NCC 자금 지원을 둘러싸고 양사 의견이 분분한 건 정부의 석유화학 지원안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정부가 산업 회복 의지를 분명히 보여줘야 기업들이 위기 속에서도 투자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간 업계에선 정부 주도 석유화학 산업 재편과 지원을 요구해 왔으나, 기업들의 의견을 모으는 데 시간이 걸리는 데다 정권교체 이슈까지 겹치면서 지지부진하게 지연돼왔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 공약에 따라 여권에서 '석유화학 산업 지원 특별법'을 발의하는 등 정계의 의지가 드러나고 있어, 지원안 발표에도 속도가 날 거란 기대가 나온다.

이 교수는 "정부가 구조조정 청사진을 확실히 제시하고, 기업결합뿐 아니라 연구개발을 위한 규제 완화를 추진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모든 산업 기반인 석유화학이 흔들리면 우리 경제가 위태로워진다는 위기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라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