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연 35만대 판매했던 핵심시장
전문가 "종전 시기에 따라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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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상표권 등록 등을 비롯해 러시아 공장 자산 재활용 등 판매 재개 시나리오를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5월 현대iX10 등 3건, 기아는 기아 마이 모빌리티 등 5건의 상표를 러시아 연방 지식재산서비스에 등록했다. 또 기아는 지난 4월 열린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선 2030년 판매 목표에 러시아 시장 판매량을 다시 포함시키기도 했다.
러시아 시장의 매력도는 현대차그룹이 현재 직면한 난관과도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러시아 시장은 현대차와 기아가 한 해 동안 약 35만대의 차량을 팔 정도로 소위 '잘나가는' 시장이었다. 현대차의 경우 러-우 전쟁 전인 지난 2021년 현지 판매량은 약 20만2864대로 전체 판매량의 약 5%를 차지했다. 단일 국가로는 중국 다음으로 판매량이 많았다. 하지만 2022년을 기점으로 9만110대로 대폭 줄었고, 이듬해 5만687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는 사이 2021년 약 18%였던 미국 판매 비중은 지난해 28%까지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2분기에만 1조6000억원의 영업이익 손해를 봤다. 그룹으로선 수익처 다변화가 필수였고, 러시아는 이에 안성맞춤인 시장인 것이었다.
업계에선 러시아 시장 재진출의 실질적인 첫 번째 관문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재매입 여부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23년 철수 당시 해당 공장을 단 1만 루블(약 14만원)에 매각하면서 이를 2년 내 되살 수 있는 바이백 조항을 걸어뒀다. 해당 공장을 통해 숙련된 현지 인력은 물론 구축된 생산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진출 초기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핵심적 요소인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결국은 정상 간의 만남 등을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제 종식되느냐가 현대차의 재진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러시아라는 크고 매력적인 시장을 그대로 두긴 힘들다"고 전망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도 "러-우 전쟁이 종식되고, 금융제재가 해제되면 재진출하리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다만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공백 기간 동안 중국 브랜드들이 저렴한 모델들을 앞세워 이를 빠르게 메웠다는 점은 변수다. 지난 2021년 10%에 불과했던 이들의 신차 판매 점유율은 지난해 약 50%까지 성장했다. 일각에선 중국 브랜드들이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하지 못한 상태라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등을 고려하면 현대차그룹의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호근 교수는 "중국 브랜드들이 한번 잠식한 시장을 다시 들어가 점유율을 올리는 것은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최근 국내에서 유럽을 통해 러시아로 들어가는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가격이 상당히 많이 오른 상태인데, 이는 결국 아직까지도 현지에서 현대차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와 신뢰도가 높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