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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연준 이사 해임 시도...양대 쟁점, 대통령 권한과 미·세계경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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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5. 08. 27. 07:37

트럼프, 후임 연준 이사 임명시, 공화당 장악 상원 인준 가능성
옐런 전 연준 의장 "트럼프, 연준에 전면전, 통제 시도"
경제학자 "연준, 미·세계 경제관리에 평판 필요"
NYT "물가 급등, 경제관리 어려워"
Federal Reserve Cook Profile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오른쪽)과 리사 쿡 연준 이사가 6월 25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연준 본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AP·연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사기 혐의로 조사받고 있는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리사 쿡 이사를 해임하려는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향후 쟁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례가 없는 연준 이사 해임 권한이 있는가와 해임으로 인한 연준의 독립성 약화가 미국 및 전 세계 경제에 미치는 심대한 영향이다.

◇ 트럼프, 모기지 사기 혐의 쿡 연준 이사, 해임 수순...후임 임명시, 공화당 장악 상원 인준 가능성
쿡 "대통령에게 해임 권한 없어, 법적 투쟁"....연준 "이사 임기 14년 보장...연준, 임무 수행"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주재한 내각회의에서 취재진에 쿡 이사가 2021년에 받은 모기지와 관련해 '기만적이고, 잠재적 범죄 행위'를 했다며 100% 정직하지 않은 그녀를 대체할 여러 명의 좋은 인물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쿡 이사 해임에 관한 법원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헌법 2조와 1913년 연준법이 부여한 권한에 따라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이 임명한 최초의 흑인 여성 연준 이사인 쿡에 대한 즉각적인 해임을 발표했다.

연방주택금융청(FHFA)은 쿡 이사에 대한 두 건의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를 포착해 법무부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쿡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에 대한 해임 권한이 없다며 2038년까지인 자신의 임기를 마칠 것이라고 했고, 연준도 그녀의 이사직이 아직 유효하다고 옹호했다.

쿡 이사의 변호사인 데이비드 로웰 아베는 "조회 서류(referral letter) 단 한장에 따라 그녀를 해임하려는 시도는 사실 및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이 불법적인 조치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이사진의 임기는 14년으로 경제 데이터와 미국 국민의 장기적인 이익에 기반한 통화정책 결정을 보장하기 위해 쉽게 해임될 수 있다며 연준은 법에 정해진 대로 그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쿡 이사는 먼저 연방 지방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할 것으로 보이고, 법원이 이를 인용하게 되면 트럼프 행정부는 상급 항소법원에 항소할 것이 거의 확실해 이 사안이 결국 대법원까지 가게 될 것이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분석했다.

USA WHITE HOUSE CABINET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캐비닛룸에서 내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EPA·연합
◇ 연준법 "대통령, '정당한 사유' 없이 이사 해임 불가"...법원, '정당한 사유' 판단 쟁점

미국 대통령이 연준 이사를 해임한 사례는 아직 없다.

연준법은 대통령이 '정당한 사유(for cause)'에 따라 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는 대법원이 5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의장이나 다른 6명의 이사를 해임할 수 없다'며 연준에 보호 장치를 제공했을 때도 재확인했다.

레브 메넌드 컬럼비아대 법학 교수는 지난 한 세기 동안 어떤 대통령도 연준 의장이나 이사를 해임하려고 시도한 적이 없고, '정당한 사유'로 보호받고 있는 공무원을 해임하기 위해 위법 행위 혐의를 사용한 적이 없다며 "우리는 지금 아주 미지의 영역(uncharted waters)에 있다"고 말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다만 메넌드 교수는 '정당한 사유'는 해석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범죄로 기소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는 경우로 해석될 수 있지만, 쿡 이사의 경우 아직 공식적인 수사가 개시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연준을 통제하려는 트럼프, 세계 경제의 기둥을 뒤흔들 위험'이라는 기사에서 "쿡 이사가 아직 이사직을 놓고 법정 투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이 쿡 이사의 후임을 확정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연준 100년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교착상태"라고 분석했다.

연준 빌딩
미국 워싱턴 D.C.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본부./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옐런 전 연준 의장·재무장관 "트럼프, 연준에 전면전, 의사 결정 통제 시도"

트럼프 대통령의 쿡 이사 해임 시도는 다음 달 16~17일 열리는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금리인하를 거듭 압박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파월 의장의 전임으로 바이든 행정부에서 재무부 장관을 지낸 재닛 옐런은 NYT에 쿡 이사 해임 압박에 대해 "이제 연준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으로 바뀌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의 의사 결정을 실제로 통제하려는 시도로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옐런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에 대해서도 이 같은 전략을 사용해 위원들이 자신의 견해를 밝히거나 행동하는 걸 우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FOMC 위원 12명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연준 이사회 이사 7명과 12명의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중 순번제로 뽑힌 5명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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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찍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내부 모습./AFP·연합
◇ 로이터 "연준 독립성 시험대"...경제학자 "연준, 미·세계 경제 관리에 평판 필요"
NYT "연준 신뢰 상실시, 인플레 급등, 경제 관리 어려워져"

로이터통신은 이번 사건이 통화정책에 대한 연준의 독립성이 실제 법적 보호보다는 관행(practice)과 관례(protocol)의 문제인지, 연준을 세계 금융 구조의 안정적 영향력과 중심축으로 여겨온 미국 및 세계 금융 시장에 그 독립성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준은 위기 상황에서 통화 '스와프'와 다른 도구로 다른 중앙은행과 현지 기업이 필요한 달러에 접근할 수 있도록 국경을 넘나드는 프로그램을 정치적 제약 없이 사용해 시장을 진정시켜 왔는데, 그 독립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에미 나카무라 미국 버클리대 경제학 교수는 로이터에 "연준이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2%)를 거의 완전히 고정된 상태로 유지하면서 7~8%의 인플레이션을 그대로 둘 수(look through·급격한 금융정책 불시행)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잊기 쉬운데, 이에는 매우 강력한 평판이 필요하다"며 "이는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강력한 실적과 같은 제도에 달려있고, 이를 구축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만, 파괴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에 대한 금리인하 압력에 성공하면 "연준 정책 입안자들이 정치보다 증거에 기반한 결정에 집중한다는 기업·투자자·소비자의 신뢰를 잃게 되면서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더 가팔라지고, 장기적으론 연준의 경제 관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제학자들이 경고한다"고 전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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