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선점” 목표…대형사, AI 도입 경쟁 치열
SK에코, ‘AI 중심’ 조직개편…GS·포스코 등도 ‘적극’
|
특히 수천억에서 수조원대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하는 대형사 입장에서는 AI 기반 업무 혁신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굳어지고 있다. 인사·조직개편·현장 운영까지 전 영역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전략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 정보진흥원이 발표한 '2024년 중소기업 정보화 수준 조사'에서 매출 5억원 이상 건설사 9만8878곳 중 유효 표본 456곳(중소 422·대기업 34곳)을 대상으로 '데이터 분석·AI 활용 수준'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의 80.3%가 "데이터를 수집조차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데이터는 수집하지만, 분석·AI에 활용하지 않는다"는 응답까지 포함하면 건설사 10곳 중 9곳이 AI를 사실상 전혀 활용하지 않는 셈이다. 제조·도소매·정보통신 등 주요 산업 대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도입 비용과 전문 인력 부족이 발목을 잡는 구조적 한계가 여전히 존재한다.
이처럼 산업 전반의 디지털 역량이 뒤처진 상황에서 대형 건설사들은 기술 격차를 성장 기회로 삼고, 선제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AI 도입 경험자들이 꼽은 대표적 애로사항은 △데이터 확보·품질 문제 △AI 전문 인력 부족 △건설 특화 기반 기술 부재 등이다. 이 난제를 감당할 수 있는 기업만이 AI 기반 건설 생태계를 주도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기술력 확보전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가 짙어진 것이다. 실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20년~2025년 상위 10대 건설사의 AI 도입 사례 44건 중 절반 이상이 최근 2년 내 집중되며 도입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AI 활용은 브랜드 이미지 차원을 넘어 생존의 문제"라며 "비용 최소화, 안전관리 고도화 등 급박한 과제를 해결하려면 AI 기반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주요 건설사들은 조직개편부터 현장 업무까지 AI 중심 체계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최근 AI 기반 EPC(설계·조달·시공) 사업 모델 강화를 핵심 목표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AI 설루션 사업 조직을 신설하고, 대표이사 직속으로 'AI 혁신 담당'을 두어 전사 AI 전략과 변화 추진을 총괄하도록 재편했다.
GS건설은 오픈AI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도입한 뒤 사내 첫 AI 경진대회 'AI 레시피'를 열어 조직 전체의 활용 역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단순 이벤트를 넘어 우수 활용 사례 발굴·공유 체계를 상시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내 AI 교육 프로그램 확대에 나선다. 회사는 AI 엔지니어링 직무 신입 채용도 준비 중으로, 디지털 전담 조직에서 AI 모델 개발을 집중적으로 수행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이앤씨는 'AI 기반 레미콘 품질 예측·생산 자동화 기술'을 구축했다. AI가 혼합 중인 레미콘 영상을 실시간 분석해 반죽 상태를 판단하고 배합 비율을 자동 조정하는 방식으로, 타설 전 품질 예측 정확도를 높였다. 품질 문제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낮춰 비용·시간 손실을 줄이고 전체 공사비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 또한 건설업 위기 대응의 핵심 카드로 '건설 기준 디지털화'를 꺼내 들었다. 설계시공 단계에서 준수해야 하는 표준시방서·설계기준 등을 텍스트·그림 중심에서 벗어나 의미와 데이터를 가진 구조화된 디지털 정보로 전환하는 작업이다. 지금까지는 고숙련 기술 인력이 방대한 기준을 해석·검증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면, 디지털 전환을 통해 BIM(빌딩정보모델) 전면 도입과 AI 연계 자동설계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김태병 국토교통부 기술안전정책관은 "디지털 건설 기준이 구축되면 AI 기반 자동설계 시대의 초석이 될 것"이라며 "복잡·다변화하는 공사 환경과 현장 인력 부족 상황에 대응해 설계시공의 안전성을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