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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 솔라는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 기조를 가시화한 대표 정책 수단이었다. 민주당 정권 시절 도입된 고정가격매입제도(FIT)는 재생에너지 보급을 명분으로 전력회사가 높은 가격에 전력을 매입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곧 국민적 연대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번 지원 폐지 방침은 이 같은 상징 정치에서의 후퇴를 의미한다. 정부와 자민당이 "환경 훼손"과 "국민 부담"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재생에너지 확대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후쿠시마 이후 정치적 면죄부'로 기능해온 대규모 태양광 정책에 선을 긋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정치적으로 주목되는 지점은 환경 논리의 방향 전환이다. 그동안 메가 솔라는 '친환경 에너지'로 규정돼 왔지만, 이번 결정에서는 산림 훼손·생태계 파괴·재해 위험이 공식 문제로 제기됐다. 이는 일본 정치에서 환경 보호 담론이 재생에너지 진영 내부로 향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구시로 습원 국립공원 인근 사례가 반복적으로 언급된 점은, 중앙정부가 지역 주민의 반발을 더 이상 주변화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 '국민 부담'의 가시화… 전기요금 정치의 전면 부상
재생에너지 매입 비용 가운데 3조1000억 엔이 전기요금에 부과금 형태로 전가되고 있다는 사실이 정책 전환의 핵심 논리로 제시된 점도 중요하다. 이는 에너지 정책이 더 이상 추상적 가치 논쟁이 아니라 가계 부담이라는 직접적 생활 정치의 문제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자민당이 지원 폐지 근거로 '부과금'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재생에너지 정책이 선거 정치에서 방어 논리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이 공유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즉, 에너지 전환의 명분보다 체감 비용을 중시하는 유권자 인식 변화가 정책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구시로 습원에 태양광 패널을 깔 수 있게 한 보조금 제도를 대청소하겠다"고 발언한 점은, 이번 정책 방향이 자민당 내부 보수 진영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재생에너지 자체에 대한 반대라기보다, '환경을 명분으로 한 무제한적 보조금 정책'에 대한 보수적 재정·국토 인식의 복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민당이 이 사안을 공식 제언 형태로 정리하는 것은, 당 차원의 정치적 합의가 일정 수준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에너지 정책의 '정치적 중립화' 시도
이번 결정은 일본 정부가 에너지 정책을 이념 정치에서 관리 정치로 전환하려는 시도로도 읽힌다. 태양광 패널 가격 하락, 발전 비용 감소 등 기술적 변화가 언급된 것은, 정책 정당성을 도덕적 명분이 아닌 비용·효율 논리로 재정의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는 재생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대립을 최소화하고, 개별 에너지원별로 선택과 조정을 병행하겠다는 실무 중심 접근으로의 이동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