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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제 ‘조롱거리’ 된 수능, 근본적 수술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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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2. 15. 00:00

/연합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국제적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2026학년도 수능 영어영역 난이도 조절 실패로 영어 본고장 영국 언론들로부터 '미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대학 학업 능력 측정'이라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이들 언론은 대입 시험의 왜곡 상황을 비아냥식으로 꼬집는 것과 함께 극단 경쟁에 내몰린 청소년들에 대한 우려를 그대로 전하기도 했다.

영국 BBC는 최근 수능 영어영역 난이도에 대해 "악명 높게 어렵다(notoriously difficult)"고 평가했다. 일부 수험생들의 "고대 문자 해독하는 것 같다", "미친 수준"이라는 평가를 그대로 전달하기도 했다. 논란이 된 34번·39번 문항을 직접 풀어보라고 제시한 보도에서는 시청자들로부터 "허세 부리는 말장난", "개념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형편없는 글"이라는 등의 비난을 샀다. 한국식 '지문'이 더 이상 교육적 정당성을 얘기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점이 국제적으로 입증됐다고 하겠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역시 '당신은 한국의 '미친' 대입 영어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까' 제목 기사를 통해 난이도를 문제 삼았다. 가디언지는 수능 영어 난이도 논란 끝에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사임한 사실도 전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영어영역 1등급 비율은 3.11%로 지난해 6.22%의 절반으로 나타났다. 극강의 난도가 수치로 증명된 것이다. 지난 2018년 변별력 하향과 사교육 부담 완화 등을 이유로 영어영역을 절대평가로 전환한 게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됐다는 의미다. 정부와 교육 당국은 틈만 나면 킬러 문항 배제, 사교육 근절 등을 외쳐왔다. 하지만 이번 수능을 통해 모국어 사용자도 어려운 '난해함에 대한 해독 능력'에 대한 미련을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대로 증명됐다.

영국 언론은 더 나아가 한국 청소년이 70분 동안 45문항의 어려운 문제를 풀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울과 자살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꼬집었다. "수능 한 번이 대학 입학, 직업, 소득, 인간관계, 심지어 결혼과 사회적 지위까지 좌우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대입 시험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집단 강박'을 그대로 전달한 것이어서 참담함을 느낀다.

1994년 '공정 표준화 시험'이라는 명분으로 출발한 수능은 그동안 '물수능', '불수능' 등 난이도 조절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상위 몇 퍼센트를 더 가려내기 위한 난도와 변별력 집착 출제 관행은 청소년들의 지적·창의력 성장을 돕는 평가 방식이라고 할 수 없다. 이제 31년 된 대입 시험 제도에 대한 근본적 수술이 필요한 때가 됐다. 다양한 관심사와 사고, 욕구 등을 가진 인공지능(AI) 시대 청소년들을 위한 입시 및 시험 제도로 재정의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근본적 수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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