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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록의 건설몽]부동산 정책...나그네의 옷을 벗겨야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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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2. 04. 08:36

강력한 규제는 바람...부동산 시장은 얼어붙어
주거 안정을 위한 당근책 제시해야 부동산에 온기
최성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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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록 건설부동산 부장
# 어느 날 한 나그네가 길을 걷고 있었다. 그걸 본 바람과 햇님은 나그네의 외투를 누가 먼저 벗길수 있는지 내기를 한다.

먼저 바람이 나섰다. 옷을 벗기려고 더욱 강한 바람을 보냈지만 나그네는 옷깃만 더욱 단단히 여몄다. 그걸 본 햇님은 조용히 웃으며 햇살을 내리쬐었을 뿐이다. 결국 나그네는 스스로 외투를 벗는다.

일생을 국가 부동산 정책에 몸 담은 바 있는 전문가에게 우리나라 부동산의 숙제와 미래에 대해 알려달라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이다. 처음엔 '동문서답'인가 싶었다. 요즘 손주 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는 그는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정책의 골든 타임을 놓쳐서도 안된다고도 덧붙였다. 무슨 뜻일지 곰곰히 생각해 봤다.

최근 부동산 정책은 시장을 억누르는 '바람'과 같았다. 어느 순간부터 다주택자는 '공공의 적'으로 지목됐다. 이들에게는 취득세·보유세·양도세를 동시에 높이는 징벌적 과세 폭풍이 몰아치는 중이다. 당연히 시장은 얼어붙었다.

따져보자. 지난해 10.15 대책 등을 통해 서울 전역을 다시 규제지역으로 묶고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시도가 있었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한파에 옷을 더 껴입듯, 시장은 '매물 잠김'과 '풍선 효과'로 응수했다. 규제가 강해질수록 거래는 단절되고, 세금 부담은 세입자에게 전가돼 임대차 시장의 불안까지 가중됐다.

퇴로·비상구·숨구멍이 모두 막혔던 상황이라고 이해하면 될까. 현장에서 만난 공인중개사들은 '세금 무서워 집 못 판다'고 아우성이다.

따라서 이제는 강요가 아닌 유인을 제공하는 '햇볕 정책'으로 전환도 고려해야 한다. 이미 정부가 추진 중인 일부 세제 개편안은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지 않은가.

대표적인 것이 양도세와 종부세의 과감한 특례다. 정부는 최근 인구감소 지역의 주택을 취득할 경우 양도세와 종부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특례를 시행했었다. 또한 비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의 세제 혜택 기준을 6억 원에서 7억 원으로 상향하는 등 탈출구를 열어놨다. "집을 사거나 보유해도 벌을 받지 않는다"는 시그널인 셈이다. 이렇게 되면 시장의 경직성도 풀린다.

재건축·재개발의 족쇄 푸는 것도 마찬가지다. 현재 논의 중인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 폐지는 공급 측면에서 가장 강력한 '당근'이 될 수 있다. 조합원의 부담을 덜어 도심 내 양질의 신규 주택이 적기에 공급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징벌적인 환수가 아닌 개발의 이익을 시장에 공유하는 방식이 공급 부족이라는 근본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

무주택자와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취득세 100% 감면(최대 500만 원 한도) 연장 조치는 실수요자들에게 내미는 따뜻한 손길이다.

이 같은 당근책이 다주택자에게도 적절히 확장된다면, 꽉 막힌 거래 절벽에 물꼬가 트일 것이라고 시장은 말해왔다.

부동산 정책의 최종 목적지는 주거 안정이다. 억누르는 방식으로는 시장의 자발적인 협력을 얻을 수 없다. 나그네가 더워서 스스로 외투를 벗었듯,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되고 건설사가 집을 짓는 것이 수익으로 연결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는 시장이라는 나그네와 싸우려고만 해서는 안된다. 최근의 세제 완화 기조를 더욱 일관되게 유지하며 온화한 유인책을 펼칠 때, 꽁꽁 얼어붙은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반드시 녹는다. 위대한 햇빛의 힘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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