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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돈 꼬리 자른다”…FIU, 마약·도박 의심계좌 ‘즉시 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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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기자

승인 : 2026. 02. 05. 10:57

25년 만에 AML 대수술
마약·도박 계좌 선제 차단
변호사·회계사 STR 의무화
가상자산·스테이블코인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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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앞으로 마약이나 도박, 테러 자금 등 중대 민생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는 법원의 결정 전이라도 금융당국에 의해 즉시 동결된다. 또 그동안 자금세탁 방지의 사각지대로 지목됐던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직군에게도 의심 거래 보고 의무가 부과되는 등 25년 만에 자금세탁 방지 체계가 대대적으로 수술대에 오른다.

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4일 정책자문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자금세탁방지 주요 업무 수행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초국가적 범죄와 지능화된 가상자산 세탁 수법에 대응하기 위해 인력 증원과 시스템 AI 도입 등 인프라 확충을 마치고, 실질적인 법적 집행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실제로 자금세탁방지(AML) 제도의 위상은 수치로 증명된다. FIU 설립 초기인 2003년 1744건에 불과했던 의심거래보고(STR) 건수는 2025년 기준 약 130만건으로 740배 이상 폭증했다. 이렇게 분석된 정보는 범죄 수익 환수의 핵심 고리가 되어, 2024년 한 해 동안 FIU 정보를 활용해 국세청이 추가로 추징한 세액만 약 2조원에 달한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FIU에 '중대 민생침해범죄 의심계좌 정지제도'라는 강력한 행정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보이스피싱을 제외하면 수사기관이 법원의 몰수·추징보전명령을 받아야만 계좌를 묶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차를 이용해 범죄 자금이 가상자산이나 해외로 빠져나가는 사례가 빈번했다.

정부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을 개정해 마약, 도박, 테러자금조달 등 중대 범죄의 경우 FIU가 수사기관의 요청 등에 따라 선제적으로 계좌 정지를 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범죄 자금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차단해 추가 범행을 막고 환수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국제기구(FATF)로부터 지속적인 권고를 받아왔던 '특정비금융사업자(DNFBPs)'에 대한 AML 의무 도입도 본격화된다. 이에 따라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은 금융거래 중개 등 특정 업무 수행 시 의심 거래를 FIU에 보고해야 한다.

현재 FATF 회원국 중 이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2개국뿐이다. 정부는 관련 직역단체와 협의를 거쳐 고객확인의무(KYC)와 의심거래보고(STR) 도입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전문직군의 비밀유지 의무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어 향후 입법 과정에서 거센 논의가 예상된다.

가상자산 자금세탁 감시망은 더욱 촘촘해진다. 현재 100만 원 이상 거래에만 적용되던 가상자산 송·수신인 정보제공의무(트래블룰)를 모든 거래로 확대해 '소액 쪼개기' 송금을 원천 차단한다. 특히 최근 급성장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자에게도 금융회사에 준하는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고, 개인지갑이나 해외 사업자와의 거래 시 위험기반 대응 조치를 의무화한다.

금융회사의 책임도 무거워진다. 자금세탁방지 업무를 담당하는 '보고책임자'를 반드시 임원으로 규정해 경영진이 직접 자금세탁 리스크를 관리하도록 책무 구조를 정비한다. 또한 자율 참여였던 'AML 제도이행평가'를 법적 의무로 전환하고, 허위 자료 제출 시 강력한 제재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형주 금융정보분석원장은 "자금세탁 수법이 초국가화되고 지능화됨에 따라 25년 된 기존 시스템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법령 정비가 필요 없는 과제는 즉시 시행하고, 특금법 등 개정안은 상반기 중 국회에 제출해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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