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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K-스틸법, 전기세 아닌 ‘친환경’에 방점 찍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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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승인 : 2026. 02. 2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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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현대제철
국가 기간산업 철강이 흔들리자 정부가 직접 심폐소생술에 나섰다. IMF 외환위기 당시 강력한 구조조정을 진두지휘 한 지 약 20년 만이다. 정부가 들고나온 카드는 K-스틸법, 공식 명칭은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이다. 국내 철강업계 지원 근거를 법적으로 명문화한 게 핵심으로, 오는 6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중국의 저가공세와 미국의 고강도 관세, 유럽의 친환경 규제를 동시에 감당해야하는 철강 기업으로서는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같은 소식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K-스틸법 시행령 초안에 대해선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기업들이 숙원하는 전기세 지원방안이 쏙 빠져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철강기업은 전기로를 통해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원가 중 전기세 비중이 상당하다. 3년 간 산업용 전기요금이 70% 넘게 오르면서 부쩍 부담이 커지기도 했다. 가장 가려운 지점이 시원하게 긁히지 않으니, K-스틸법이 '앙꼬없는 찐빵'이라는 비판이 고개를 든다.

물론 정부에게도 복잡한 사정이 있다. 전문가들은 '무턱대고 전기세를 깎아줬다간 국제 사회의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상 특정 산업에 한정된 전기요금 인하는 부적절한 지원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부가 개입해 시장 가격을 왜곡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어서다. 설령 중국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 항변해도 면책이 될 지는 오리무중이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금처럼 거의 모든 수입품에 '덤핑' 프레임을 씌우며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한 말이다.

게다가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약 10년 전 미국 상무부가 한국산 세탁기의 할인 판매를 덤핑으로 간주해 고율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했고, 한국이 이를 WTO에 제소한 사건이다. 당시 WTO는 한국의 손을 들어줬지만, 미국 측이 또 다시 전면적인 수입제한에 나서면서 결국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에 합산 7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투자해 현지 생산을 시작해야 했다. 상황이 이러니, 향후 건설·자동차·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사용처가 무궁무진한 철강을 두고 무역분쟁을 시작한다면 그야말로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는 계산이다.

결국 희망을 걸 수 있는 건 전기세와 같은 직접적 지원 대신 명분을 앞세운 우회적 지원이다. K-스틸법 시행령 초안을 살펴보면 총 46개 조항 중 약 20개의 조항이 '탄소중립', '저탄소철강', '재생철' 등 친환경 전환 내용을 담고 있다. 설비 투자 및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수소 공급망 확충 등, 제대로만 시행된다면 기업들이 자금부담을 덜 뿐 아니라 미래 경쟁력도 제고할 수 있는 내용이다.

관건은 K-스틸법을 통해 얼마나 많은 규모의 지원이 이루어질지다. 가장 시급한 전기세 문제를 제쳐둔 채 철강 기업들을 살리려면 가뭄에 콩 나듯 떨어지는 지원으로는 어림없다. 독일과 일본은 이미 2024년부터 수소환원제철(수소를 원료로 쇳물을 만드는 친환경 기술) 개발을 위해 각각 10조원, 4조원을 배정했다. 한참 늦은 우리나라 정부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빠르면 이달 중 K-스틸법 입법 예고가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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