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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리스크’ 파고드는 튀르키예 방산… K-방산엔 독(毒)인가 약(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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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6. 04. 16. 22:19

'드론·무인기' 글로벌 강자인 튀르키예 주도권… 중저가 시장 ‘레드오션’화 가속
‘가성비·지정학’ 앞세운 튀르키예의 대공습… 유럽 안방 시장 점유율 잠식 우려
K-방산 튀르키예와의 ‘공동 전선 가능한가
0416 터키제 공격용 드론 바이락타르 TB2
터키제 바이락타르 TB2 드론 / AFP 연합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지난해 1월 트럼프의 제2기 美대통령 취임이후 '안보 리스크'가 유럽 대륙을 덮친 이후 , NATO 동남부의 맹주 튀르키예(튀르키예)가 무서운 기세로 유럽 방위 체계의 중심부를 파고들고 있다.

그간 폴란드와 루마니아를 거점으로 'K-방산 전성시대'를 구가하던 우리 방위산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지리적 이점과 실전 경험, 가성비를 앞세운 튀르키예의 대공습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과연 튀르키예의 부상은 K-방산의 파이를 뺏어가는 '독'이 될 것인가, 아니면 시장 전체를 키우는 '약'이 될 것인가. 현지 취재를 통해 튀르키예 방산의 실체와 우리에게 미칠 다각적인 영향을 분석했다.

'가성비·지정학' 앞세운 튀르키예의 공습… 유럽 안방 잠식 우려

13일자 美디펜스 뉴스 보도에 따르면, 야샤르 귈레르 튀르키예 국방장관은 "튀르키예는 더 이상 NATO의 외곽 국가가 아니라 유럽 안보의 중심(Central Ally)"이라고 선언했다. 이는 트럼프의 NATO 경시 전략에 대응해 유럽이 '자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정확히 파고든 발언이다.

튀르키예 방산의 가장 강력한 장점은 '지정학적 인접성'이다.
K-방산은 우수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유럽까지 이어지는 긴 보급로와 물류비용이 약점으로 꼽힌다.

반면 튀르키예는 유럽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폴란드나 루마니아 입장에서 튀르키예 무기는 '오늘 주문하면 내일 부품을 받을 수 있는' 옆집 물건이다.
실제로 튀르키예는 2028년부터 2030년까지 NATO 연합반응군(ARF) 지휘권을 맡기로 확정하며 군사적 영향력을 제도화했다.

이는 튀르키예제 무기체계가 북대서양조약기구인 나토(이하 NATO) 표준으로서 유럽 내 입지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결과적으로 우리 K-2 전차나 K-9 자주포가 차지해야 할 예산을 튀르키예산 장갑차와 유도무기가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드론·무인기 주도권 뺏긴 중저가 시장… '레드오션'화 가속

비대칭 전력, 특히 드론 분야에서 튀르키예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실전 성능을 입증한 '바이락타르 TB2'에 이어, 최근에는 스텔스 무인 전투기 '키질렐마(Kizilelma)'와 군집 드론 플랫폼까지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동유럽과 발트 3국 등 국방 예산이 한정된 국가들이 한국의 고가 하이엔드 무기 대신 튀르키예의 저렴하고 효율적인 무인 체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튀르키예는 "한국 무기는 훌륭하지만, 그 돈이면 우리 드론 수백 대를 살 수 있다"는 가성비 프레임으로 중저가 시장을 '레드오션'으로 만들고 있다.

기술 이전 조건 역시 파격적이다.
튀르키예는 인도네시아와의 KAAN 전투기 협력에서 보여주었듯, 유럽 소국들에게도 핵심 기술 공유를 미끼로 던지고 있다. 이는 우리가 공들여 쌓아온 폴란드·루마니아 현지 생산 거점 전략에 강력한 도전장이 되고 있다.

방위비 상향 평준화… '하이엔드' K-방산 수요의 동반 상승

그러나 위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튀르키예의 역할 강화는 역설적으로 유럽 전체의 '안보 눈높이'를 높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
튀르키예가 러시아를 견제하며 최전선에서 방위벽을 세울수록, 유럽 국가들의 국방비 지출은 NATO 권고치인 GDP 대비 3%를 넘어 5%대까지 상향 평준화되는 추세다.

시장이 커지면 역할 분담이 일어난다. 튀르키예가 드론이나 소형 함정, 장갑차 등 '로-엔드(Low-end)' 시장을 장악한다면, 한국은 튀르키예가 아직 도달하지 못한 고난도 기술 영역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 KF-21 보라매: 튀르키예의 KAAN 전투기가 아직 개발 단계인 반면, KF-21은 2026년 하반기 양산 1호기 인도를 앞두고 있다.
△ 잠수함(KSS-III): 튀르키예가 잠수함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3,000톤급 이상의 대형 잠수함 건조 및 운용 능력에서는 한국이 우위에 있다.
△ 유럽이 튀르키예를 통해 '안보 자강'을 이룰수록, 성능이 확실히 검증된 한국산 하이엔드 무기체계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견고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NATO 군비 확장과 '한-터 공동 전선'… 새로운 수출 활로

가장 매력적인 시나리오는 튀르키예를 적이 아닌 '전략적 파트너'로 삼는 것이다.
유럽 내 NATO 군비 확장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튀르키예의 지정학적 이점과 한국의 제조 역량을 결합한 '공동 전선' 구축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현궁(ATGM) 등 유도무기 분야에서 양국 기업 간의 협력 논의가 진행 중이며, 튀르키예의 드론 플랫폼에 한국산 정밀 유도탄을 탑재해 유럽 시장에 공동 판매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튀르키예가 구축해 놓은 유럽 내 물류 및 정비 인프라를 K-방산이 공유하거나, 튀르키예와 손잡고 EU 방산 프로젝트(PESCO)의 문을 두드리는 전략도 고려해 볼 법하다.

튀르키예 방산의 대공습은 K-방산에 분명한 위협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가성비 수출'이라는 초기 단계를 벗어나, 진정한 '글로벌 톱4' 방산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
튀르키예가 지정학적 위치를 판다면, 우리는 압도적인 신뢰성과 기술 격차를 팔아야 한다. 앙카라발 방산풍(風)을 K-방산의 돛을 올리는 순풍으로 바꿀 전략적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0416 파괴된 러시아 전차 TB2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는 튀르키예의 바이락타르 TB2 / 연합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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