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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협상 무산 뒤 이란 휴전 무기한 연장…봉쇄 유지 협상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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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4. 22. 12:07

이란 불참 통보로 2차 협상 무산…밴스 파키스탄행 연기
미, 해상봉쇄 유지·2003년 이후 최대 증원…전면전 대신 군사 압박 병행
핵·우라늄·호르무즈·제재·신뢰 충돌…속전속결 합의 난망
US-POLITICS-TRUMP-NCAA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진행된, 다양한 종목과 대학을 대표하는 100명 이상의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전미 챔피언들을 기리는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AFP·연합
이란이 미국과의 2차 종전 불참을 통보하고, J.D. 밴스 미국 부통령의 파키스탄 일정이 취소된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오후(현지시간) 이란과의 2주 휴전을 무기한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심 요구인 해상봉쇄 해제는 거부한 채 봉쇄를 유지하면서 항공모함 타격단을 추가 배치하는 등 군사 압박을 동시에 강화했고, 외신들은 이를 평화 전환이 아닌 '압박 유지형 시간 벌기'로 분석했다. 핵 농축 범위, 고농축 우라늄(HEU) 재고 처리, 호르무즈 해협 재개통, 이란에 대한 제재 완화, 구조적 상호 불신이라는 쟁점들이 얽혀 있어 협상의 조기 타결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이란 종전 협상
J.D. 밴스 미국 부통령(왼쪽)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오른쪽)이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의 한 호텔에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의 중재 하에 종전 협상을 벌이고 있는 모습으로 TV 화면을 캡처한 사진./EPA·연합
◇ 이란 협상 불참 통보→밴스 일정 연기→트럼프 휴전 연장 '일방 선언'

이날의 전개는 이란이 먼저 협상 불참을 결정하는 형태로 시작됐다. 이란은 중재국 파키스탄을 통해 이슬라마바드 2차 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 이란은 2차 협상을 '시간 낭비'라고 규정했다고 이란 준관영 타스님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밴스 부통령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의 파키스탄 일정이 취소됐는데, 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투'가 하루 종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대기 상태였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 정부가 예상대로 심각하게 분열돼 있고, 파키스탄의 아심 무니르 군 최고사령관과 셰바즈 샤리프 총리의 요청에 따라 이란 지도부가 통일된 제안을 내놓을 때까지 공격을 유보한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전 CNBC 방송 인터뷰에서 "이란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폭격을 예상한다"고 강경 발언을 한 지 수 시간 만의 발표였다.

로이터통신은 이 발표가 이란 또는 이스라엘의 사전 동의 없이 이뤄진 사실상의 일방적 선언이었으며, 이란이나 이스라엘이 이에 동의했는지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에서 밴스 부통령·재러드 쿠슈너 대통령 사위·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 등과 공습 재개 여부를 검토했으나, 전쟁 장기화와 국내 여론 부담 때문에 재개에는 신중했다고 보도했다.

IRANIAN US-ISRAELI WAR
이란 시민들이 21일(현지시간) '호람샤르-4" 미사일이 전시된 테헤란의 엥겔라브 광장에서 정권 지지 집회를 열고 있다./UPI·연준
◇ 미국, 봉쇄 유지·병력 증강 병행…2003년 이후 최대 군사 압박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을 연장하면서도 이면에서의 군사 압박은 오히려 강화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항공모함 타격단을 추가 배치하는 등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병력을 중동에 증강하고 있다고 전했다. 봉쇄와 관련해서는 4월 13일 해상봉쇄 시작 이후 이날까지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가 총 28척의 선박을 회항시켰고, 미군이 인도양에서 이란 연계 유조선 M/T 티파니에 승선해 나포하는 등 봉쇄 실행 강도도 높아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미국 국방부는 "이란에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는 제재 선박을 어디서든 나포하는 전 지구적 해상 단속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IRAN-CRISIS/OMAN-HORMUZ
선박과 보트들이 20일(현지시간) 오만 무산담 해안 인근 호르무즈 해역을 운항하고 있다./로이터·연합
◇ 핵 농축·우라늄 재고·호르무즈·봉쇄·제재…핵심 쟁점 충돌 속 합의 난항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 이란의 우라늄 농축 범위 △ 농축 우라늄 재고 처리 방안 △ 호르무즈 재개통 및 해상봉쇄 해제 △ 이란에 대한 제재 완화·동결 자산 해제를 꼽았다.

미국의 농축 우라늄 관련 입장은 완전 포기 요구부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엄격한 감시 아래 제한적 민간 프로그램 허용까지 스펙트럼이 넓어 이란이 수용해야 할 최종 조건이 불분명하다고 NYT는 지적했다.

우라늄 재고(stockpile) 처리와 관련해 이란이 미국으로 직접 이전하거나 제3국으로 이송하는 방안이 논의됐으며, 맞교환 카드로는 수천억 달러 규모 동결 자산 일부 해제와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국가들과의 경제 연계 확대가 검토되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 한 척당 최대 200만달러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협상 타결의 걸림돌이다.

이란 협상 불참의 직접 명분은 단순한 미군의 해상봉쇄 반발을 넘어선다. 타스님은 이란이 협상 불참을 결정한 이유로 미국이 당초 합의한 10개 항 협상 프레임워크를 위반하고, 1차 협상에서 과도한 요구를 했다는 점, 이스라엘을 압박해 레바논 휴전을 즉각 이끌어내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WSJ는 이란이 해상봉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협상 참여를 공식 승인하기 어려운 내부 정치 구조 때문에 강경파가 협상 자체를 거부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테헤란 폭격
이스라엘 방위군(IDF) 3월 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테러 정권 본부에 대한 대규모 공습 장면이라면서 공개한 영상에서 캡처한 사진./AFP·연합
◇ 미·이란 "신뢰 전무"…비대칭 구조 속 장기 협상 불가피

NYT는 양측의 구조적 불신을 협상의 가장 큰 장애물로 조명했다. 이란의 불신은 △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개월 협상 끝에 2015년 체결한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이란의 위반 여부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 △ 스위스 제네바 협상 하루 다음날인 2월 28일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하는 등 협상 중에도 공습을 단행한 것 등 선례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 측 불신은 이란이 수십 년간 핵 프로그램의 군사적 목적을 은폐해왔고, 비밀 핵시설 건설 및 IAEA에 대한 허위·불완전한 정보 제공 등 전력에 기반하고 있다고 NYT는 짚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도런은 "이란의 기만 전력은 그 의도에 대한 어떠한 확신의 근거도 남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이란 협상 수석대표를 지낸 로버트 맬리 전 국무부 이란특사는 NYT에 "이란에 요구되는 양보의 대부분은 농축 우라늄 이전처럼 구체적·불가역적인 반면, 미국의 양보는 제재 해제나 동결 자산 접근처럼 관념적·번복 가능한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이 구조적 비대칭 때문에 이란은 합의 이행 과정을 느리고 단계적으로 진행할 것을 고집할 것이라고 맬리 전 특사는 내다봤다.

수잔 맬로니 브루킹스연구소 부소장은 워싱턴포스트(WP)에 "이란은 시간을 무기로 활용하면서도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으며 가능한 한 높은 가격을 받아내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카림 사자드푸르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NYT에 "미·이란 신뢰 수준은 원래도 낮았지만, 지금은 전무(nonexistent)한 상태"라면서 "이 정도 규모의 합의는 통상 수개월이 아니라 수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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