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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수개월에 이란 민심 절망…정권교체 기대 꺾이고 경제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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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6. 0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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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기초 생필품 최대 430% 폭등 속 민간인 1700명 사망...주민 생존 투쟁 직면"
서방의 아흐마디네자드 옹립 계획에 반체제파 "기만적 격변" 허탈감
친정부층도 물가난 불만…협상 통한 안정 요구 커져
Iran Daily Life
한 바리스타가 6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도심의 한 베이커리 겸 카페에서 커피를 준비하고 있다./AP·연합
이스라엘·미국의 공습과 경제 붕괴가 이란 정부 지지층과 반대층 모두를 절망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생필품 가격 폭등과 의약품 부족이 일상을 무너뜨렸고, 정권교체를 기대했던 반정부층은 마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전 대통령 복귀 검토 보도에 환멸을 드러냈다. 불안정한 휴전과 협상 교착 속에서 이란인들은 전쟁보다 외교 협상을 통한 안정을 요구하고 있다.

◇ 이란 물가, 식용유 430% 폭등…의약품 부족까지 확산

이란 통계청이 지난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식용유 가격이 430%, 달걀이 345%, 쌀이 287%, 우유가 139% 각각 급등했다고 NYT가 전했다.

마슈하드 인근 플라스틱병 공장 관리자는 이스라엘의 이란 석유화학 산업 공습으로 원자재 수급이 끊겨 생산이 전면 중단됐으며 전 직원이 무급 휴직 중이라고 밝혔다.

이스파한의 한 의사는 약국들이 의약품을 배급하고 있으며 보건부가 필수 의약품만 처방하도록 권고했다고 전했다. 아민 아프샤르 이란 혈우병협회장은 최근 이란 언론에 혈우병 환자에게 필요한 의약품 재고가 전무하고 수입도 극도로 어렵다고 밝혔다.

이란은 2025년 6월 미국·이스라엘의 첫 공격에 이어 올해 2월 28일부터 재차 공습을 받아 공장·공항·항구·교량·대학·주거 지구 등이 파괴됐으며, 민간인 사망자는 1700명으로 보고됐다고 NYT는 전했다.

이란 정부는 전쟁 시작부터 5월 말까지 국가안보를 이유로 일반 대중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다. 인터넷이 복구된 이후 이란인들의 피해 호소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확산하고 있다. 테헤란 레살라트 광장 공습으로 가족 12명을 잃은 하메드 미르자에이의 사연도 이란 SNS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IRAN ISRAEL USA CONFLICT
한 이란 여성이 6일(현지시간) 테헤란의 한 거리에서 상점을 지나고 있다./EPA·연합
◇ 반정부 이란인들, 아흐마디네자드 옹립 검토에 환멸

정권교체를 바랐던 반체제 이란인들은 이스라엘과 미국이 강경 보수 전직 대통령인 아흐마디네자드를 새 지도자로 세우려 했다는 NYT의 보도를 접한 뒤 깊은 허탈감을 드러냈다고 NYT는 전했다.

테헤란의 엔지니어 아미르알리(62)는 "체제 교체라는 명분으로 우리나라와 공항·도로·공장을 폭격하고 파괴한 목적이 아흐마디네자드를 데려오기 위함이었느냐"며 "이는 목표가 이란을 더 자유롭거나 좋은 나라로 만드는 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테헤란 거주 디자이너 키미아(25)는 "나는 화가 나고 혼자라는 느낌이 든다"며 "세계는 우리를 전쟁과 협상의 도구로만 볼 뿐, 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NYT는 테헤란·이스파한·아흐바즈·마슈하드 거주 이란인 20여명을 음성 애플리케이션으로 인터뷰했는데, 이들은 보복 우려로 모두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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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란 여성이 7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진행된 친정부 시위에서 이란 국기를 흔들고 있다. 그녀의 뒤에 지난 2월 28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왼쪽)와 그의 후계자인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사진이 걸려 있다./AFP·연합
◇ 이란 친정부층도 물가난 호소…"지지·반대 가리지 않는다"

정부를 지지해 온 이란인들 사이에서도 경제 고통으로 인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친정부 보수 성향의 하메드는 "치솟는 물가는 정부 지지자와 반대자를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직원 메흐디(52)는 가족과 함께 친정부 집회에 참석해 왔지만, 월급이 월중에 바닥나 쇠고기나 닭고기를 살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동네 가게에서 외상으로 식료품을 구입했는데 월급을 받아 갚으러 가니 물가가 올라 외상 금액이 두배가 됐다며 "경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APTOPIX Iran Daily Life
이란 어린이들이 3일(현지시간) 테헤란의 축구 교실에서 훈련 도중 휴식을 취하고 있다./AP·연합
◇ 이란인들, 불안한 휴전 속 전쟁보다 협상 통한 안정 요구

불안정한 휴전은 이란이 이날 이스라엘을 향해 약 10발의 탄도미사일을 다시 발사하면서 더 흔들렸으며 이스라엘의 보복 가능성이 고개를 들었다고 NYT는 전했다. 이란은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협상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로 이란의 핵심 수출품인 석유 교역로가 사실상 차단된 상태다. 분석가들은 대규모 공습이 초기에 전쟁을 지지했던 이란인들의 생각을 바꾸게 했다고 말했다고 NYT가 전했다.

반정부 성향의 테헤란 환경 전문가 리다(44)는 "너무 많은 생명과 인프라, 인적 자원을 잃었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협상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시위대 지원을 약속했다가 이란의 고대 문명 파괴를 위협하고, 이후 합의가 이뤄지면 새 최고지도자를 만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겠다고 발언하는 등 모순된 언행으로 이란인들의 혼란과 분노를 키웠다고 분석가들과 인터뷰 대상자들이 지적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이 발언은 이란에서 즉각 화제가 됐으며, 전쟁 이후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빗댄 SNS 조롱이 쏟아졌다.

유럽외교관계위원회(ECFR) 엘리 게란마예 선임연구원은 "모든 희망에도 불구하고 체제의 회복력을 받아들이는 것은 반체제 인사들에게 매우 쓴 순간"이라며 이번 전쟁이 결과적으로 이란 정권을 이전보다 더 강력하게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중동·북아프리카 국장은 이란 내부 접촉자들이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끊임없이 묻고 있다며 "그들은 자신들의 영향력과 이해 범위를 벗어난 이 분쟁의 피해자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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