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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 나라는 어려워도, 월드컵은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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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6. 1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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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이장원
1930년 처음 탄생한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은 100년이 가까운 세월을 거치며 여러 나라들의 사연을 전해왔다. 축구라는 운동 종목이 아닌 한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쓰는 기적과 같은 드라마는 종종 전 세계인에게 감동을 주기도 한다.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참가국이 사상 최다인 48개국으로 확대되면서 평소 들어보지도 못한 이름의 나라들이 또 다른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인구가 수십만 혹은 수만 밖에 되지 않는 나라, 국내 정세가 극도로 불안한 나라, 전쟁 중인 나라들까지 모두 참가하는 월드컵이 전 세계인의 축제라고 불리는 이유를 보여준다.

15일(현지시간) 월드컵에 첫 선을 보인 아프리카 서쪽 해안의 작은 섬나라 카보베르데는 대회 초반 가장 큰 이변을 일으켰다. 카보베르데는 이날 미국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세계 최강' 스페인과 0-0으로 비겼다. 이는 북한이 1966년 잉글랜드 대회에서 이탈리아를 1-0으로 제압한 것과 비견되는 일로도 평가된다. 인구가 약 50만명 밖에 안 되는, 어지간히 축구 좀 본다는 팬들도 처음 들어봤을 가능성이 큰 나라가 우승 후보 1순위 스페인의 파상공세를 막아냈다.

이틀 앞서 열린 C조 1차전에서는 카리브해의 최빈국 아이티가 선전했다. 아이티는 탄탄한 전력의 유럽 팀 스코틀랜드를 맞아 0-1로 아쉽게 패했다. 갱단이 판을 치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의 나라가 월드컵에 참가한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인데, 대부분이 예상했던 대패의 수모도 피한 것이다. 카보베르데와 아이티 같은 상대적 약자는 전력상 열세를 정신력으로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일종의 감동과 기대하지 않았던 재미를 제공하기도 한다.

월드컵 단골 참가국이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다소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란의 이야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미국과 전쟁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듯한 이란은 15일 공교롭게도 미국 LA에서 열린 G조 1차전에서 뉴질랜드와 2-2로 비겼다. 평소 전력이라면 이란이 아쉬워할 만한 결과이지만, 우여곡절 끝에 대회에 나선 이란으로서는 값진 무승부라고 할 수 있다. 경기는 미국에서 치르고 훈련지는 멕시코에 둔 이란은 이날 경기 직후 즉시 떠나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란이라는 국가에 대한 평가를 떠나 선수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싸움은 또 한 편의 이야기를 쓸 것으로 보인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의 축구를 보고 싶은 팬들은 스타가 즐비한 강팀이 이들 '언더독'에게 발목을 잡히는 모습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한 스포츠 경기를 넘어 한 나라를 대표하는 이들이 보여주는 조국에 대한 애정과 승리를 향한 의지는 월드컵만이 지닌 가치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에서는 내전의 상처를 안고 북중미로 향한 콩고민주공화국, 전쟁에서 아직 다 회복하지 못한 이라크 등이 전하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계속될 예정이다.

Cape Verde Spain WCup Soccer
카보베르데의 시드니 로페스 카브랄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란타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를 마친 뒤 환호하고 있다. /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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