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평범한 일상이 거장의 작품이 됐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4.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803010000289

글자크기

닫기

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08. 04. 14:11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마틴 파 회고전,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서 열려
관광·소비·셀카…현대인의 욕망을 포착한 50년의 기록
12. Pyongyang, 1997
마틴 파, 〈평양〉, 1997 ⓒ Martin Parr/Magnum Photos
휴양지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람, 할인마트 계산대에 줄 선 가족, 관광지에서 셀카를 찍는 여행객. 영국 사진가 마틴 파(1952~2025)의 카메라는 평생 이런 사람들을 따라다녔다. 전쟁도 혁명도, 역사적 순간도 아니다. 너무 흔해서 누구도 작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풍경이다. 하지만 그의 사진 앞에서는 웃음이 먼저 나온다. 그리고 그 웃음은 곧 자신을 향한다. 사진 속 인물을 구경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들이 곧 오늘의 우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마틴 파: 위 아 마틴 파(We Are Martin Parr)'는 바로 그 경험을 선사하는 전시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작가를 기리는 아시아 첫 대규모 회고전으로, 초기 흑백사진부터 말년 작업까지 50여 년을 아우르는 대표작 500여 점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Martin Parr_00077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마틴 파: We Are Martin Parr' 전시 전경. /서울시립미술관
Martin Parr_00003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마틴 파: 위 아 마틴 파(We Are Martin Parr)' 전시 전경. /서울시립미술관
전시에서 가장 오래 발길을 붙드는 작품은 단연 '작은 세계(Small World)'다. 에펠탑, 피라미드, 만리장성…. 장소는 달라도 사람들의 행동은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사진을 찍고, 기념품을 사고, 또 다른 명소로 이동한다. 여행이 개성을 찾는 행위가 아니라 전 세계가 똑같은 방식으로 소비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유쾌하게 드러낸다.

'상식(Common Sense)'은 햄버거와 과자, 쇼핑백, 붉게 그을린 피부 등 세계 곳곳에서 포착한 일상의 장면을 빼곡하게 배치한 연작이다. 하나하나 보면 평범한 사진이지만, 수백 장이 모이면 현대 소비사회의 초상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한국 관람객이라면 '남한' 연작도 흥미롭다. 1998년부터 2007년까지 남대문시장과 대형마트, 에버랜드, 제주도 등을 기록한 사진에는 급속한 경제 성장과 함께 변화한 한국의 소비문화가 담겼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이 작품들을 벽면 가득 배치해 하나의 거대한 소비 풍경처럼 연출했다. 함께 공개된 '북한' 연작은 김일성 동상과 시장 풍경, 어린이들의 모습을 한 화면에 담아 정치적 상징과 평범한 일상이 공존하는 북한 사회를 독특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14. Seoul, South Korea, 2007
마틴 파, 〈서울, 대한민국〉, 2007 ⓒ Martin Parr/Magnum Photos
흥미로운 것은 마틴 파가 사람들을 비웃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의 사진은 풍자적이지만 냉소적이지 않다. 관광객을 찍으면서도 자신 역시 관광객이고, 셀피를 찍는 사람을 기록하면서도 마지막 전시장에는 세계 곳곳의 관광지와 사진관에서 직접 찍은 자신의 자화상을 걸어 놓는다. 결국 사진 속 우스운 사람들은 '그들'이 아니라 '우리'다.

전시 제목이 '위 아 마틴 파'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틴 파는 특별한 사람을 찍은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만들고 소비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찍었다. 스마트폰으로 하루에도 수십 장의 사진을 남기는 지금, 그의 사진은 30년 전보다 오히려 더 동시대적으로 읽힌다.

손현정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단순한 작가 회고전이 아니라 이미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오늘 우리의 삶을 마틴 파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는 자리"라며 "관람객들이 우리가 매일 만들고 소비하는 이미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18일까지.
전혜원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