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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대로] ‘생각의 외주화’…지혜로운 SNS 규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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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9. 0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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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호
김명호 객원논설위원
식당에서 가족끼리 둘러앉아 음식이 식탁에 오르기 전, 각자 고개 숙이고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쇼츠를 보거나 SNS를 검색하는 풍경은 익숙하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는 나이 이전의 꼬마들은 조그만 게임기에 정신 팔려있는 모습도 흔하다. 이 작은 직사각형 기계가 아이들의 뇌를 통째로 홀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요즘 유행하는 '생각의 외주화'가 현실이 돼가는가, 기우로 끝나는가.

정부가 최근 14세 미만 아동의 소셜미디어(SNS) 가입을 제한하고, 19세 미만 청소년에게는 지나친 몰입 유도하는 알고리즘 기능을 차단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미성년자 디지털 기기 접근 통제' 흐름이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발을 맞추려는 것인데, 늦었지만 바람직하다. '진작 했어야 할 조치'라는 긍정적 반응이 적지 않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과연 법으로 나이를 정해 획일적 접속 금지로만 이 복잡한 디지털 과의존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 SNS에 빠져드는 이유는 단순히 그들의 의지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뇌과학적으로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는 게 뇌과학자나 심리학자들의 결론이다. 10대의 뇌는 이성과 충동 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아직 공사 중인 반면, 자극과 보상에 반응하는 변연계는 활짝 열려 있다는 것이다. 브레이크는 부실한데 액셀만 강력한 비정상적 자동차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미숙한 아이들에게 SNS는 끊임없이 도파민을 주입하는 완벽한 주사기다. 2021년 페이스북(현 메타)에서 내부 고발자 등장했다. 인스타그램이 10대 소녀들의 신체 이미지 왜곡과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자체 연구 결과를 얻었고, 기업 이윤을 위해 이를 묵인하고 방치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국내에서는 SNS에서 이른바 사이버 불링(cyberbullying)이 번지고 있다는 기사도 있었다. SNS 공간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무방비하게 노출돼 있는지 알 수 있는 정황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활성화는 결정적이다. 아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궁금증이 생기면, 생성형 AI 챗봇에게 먼저 묻는다. 심지어 속마음을 털어놓는 디지털 친구로 삼기도 한다. 2024년 미국에서는 AI 챗봇의 가상 캐릭터에 깊이 빠져 정서적 고립을 겪던 14세 소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학습 면에서 AI 부작용도 점차 커지고 있다. AI가 1초 만에 내놓는 정답을 아이들은 자신이 스스로 습득한 지식이라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미국 대학 연구진의 실험에서 AI를 보조 도구로 써서 공부한 고교생들의 성적이 스스로 공부한 학생들보다 17%나 떨어졌다는 결과가 있다. 생각하는 힘을 기계에 외주화했을 때 벌어지는 인지적 퇴화를 명확히 보여준다.

심각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은 규제의 칼을 빼 들었다. 호주는 16세 미만 아이들의 SNS 접속을 금지하고, 어긴 기업에 거액의 과징금을 매기기로 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등 여러 주 정부는 미성년자의 SNS 계정 생성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유럽도 같은 규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나이라는 잣대로 금지하는 방식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우리 아이들의 '참지 못하는 흥미'를 막아내기에 역부족이다. 2011년에 도입되었다가 결국 폐지된 '심야 게임 셧다운제'는 단순 일률적 규제 효율의 한계를 보여준다. 자정이 넘으면 청소년의 게임 접속을 일괄 차단했던 이 제도는 부모 주민등록번호 도용, 해외 우회망(VPN) 사용 등 온갖 편법을 낳았었다.

단순하고 일률적인 법률로만 통제하는 것은 더 음성적인 플랫폼으로 청소년들을 내몰거나, 연령 확인을 핑계로 기업들이 이들의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청소년 SNS 제한은 정교하고 종합적인 규제와 사용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화면을 아래로 당기면 새로운 콘텐츠가 쏟아지는 무한 스크롤, 끝없이 이어지는 영상 자동 재생, 끊임없이 울리는 푸시 알림 등은 모두 사용자들의 체류 시간을 늘려 광고 수익을 챙기려는 기업 전략이다.

최근 미국 곳곳의 지역 교육청들이 메타, 구글, 틱톡 등을 상대로 '당신들의 중독적인 플랫폼 설계가 학교 내 청소년 정신 건강 위기를 초래했다'며 집단 소송을 제기한 것은 매우 상징적인 움직임이다.

정부가 청소년들의 접속 시간을 통제하는 1차원적 규제를 넘어, 기업들에 '안전한 디지털 환경을 설계할 법적 의무' 등과 같은 공익적 안전장치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청소년에게 유해한 알고리즘을 제시, 방치하거나 미성년자 보호 조치를 소홀히 한 플랫폼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청소년들을 디지털, AI가 없는 곳에서 키워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디지털과 AI의 바다에서 지혜롭게 항해하는 방법을 배우게 해야 한다. 이들이 SNS에 몰입돼 생각하는 힘을 잃는 것을 방치하는 건 죄악이다. 정부나 플랫폼 기업 등 놀이터의 설계자들은 안전 매트를 강제로 깔아야 한다. 초등학교 부근 시속 30㎞, 도심 일반도로 50~60㎞, 자동차 전용도로 및 고속도로 80~110㎞로 자동차 속도를 제한하고 있다. 공동체 유지와 안전을 위해 누구나 지키는 상식이고 규제 아닌가. 기술의 진보 속에서 아이들의 다치기 쉬운 마음과 뇌를 지켜내는 가장 현실적이고 지혜로운 규제가 필요하다.

김명호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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