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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공익법인의 창업 투자 허용해 ‘한국판 빌 게이츠 재단’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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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9. 0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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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만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장
정부가 올해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아이디어를 가진 국민이라면 누구나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자금과 멘토링을 지원하는 정부 사업이다. 1기 모집에 6만명 넘게 몰리자, 정부는 2기 선발 규모를 1만명으로 늘렸다. 이처럼 많은 지원자가 몰린다는 사실은 민간 자본시장이 충족하지 못하는 수요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창업 지원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예산 주기와 행정 절차에 얽매여 정권이나 주무부처 장관이 바뀌면 전임 정부의 대표 사업이 충분한 평가 없이 축소되거나 사라지곤 한다. 공무원이나 비상임 심사위원이 짧은 시간 안에 사업성을 판단하는 구조에서는 옥석을 가리기도 어렵다.

정부 자금은 단기 성과 중심으로 운용되는 경향이 있어서 자생력이 부족한 기업의 '눈먼 돈'이 되기 쉽다. 반면 민간 자본은 수익성을 우선하기 때문에 초기 아이디어 단계의 기업에는 문턱이 높다. 두 축 모두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채우기 어려운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그 중간지대를 메울 수 있는 주체가 공익법인이다. 공익법인은 정부보다 긴 호흡으로 움직이며 각자의 철학과 전문성에 따라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

어떤 재단은 세계시장에 진출할 혁신 기술에, 다른 재단은 돌봄·환경·고령화·지역소멸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벤처에, 또 다른 재단은 장애인 고용 기업 등 사회적기업에 집중할 수 있다.

문제는 현행 세법이 이러한 시도를 가로막는다는 점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공익법인은 운용소득의 80% 이상과 총자산가액의 일정 비율 이상을 매년 '공익목적사업'에 사용해야 하는데, 스타트업의 지분을 매수한 자금은 공익목적사업비가 아니라 통상 '수익용 재산의 취득'으로 취급된다. 게다가 취득한 주식으로 인해 다음 해 의무지출액 산정의 기준이 되는 총자산이 늘어난다.

사회투자를 할수록 세법상 의무를 충족하기가 더 어려워지게 된다. 주무관청마다 규제가 다른 점도 문제다. 공익법인은 설립 목적에 따라 서로 다른 주무관청의 감독을 받는데, 스타트업 투자 허용 여부와 관련 법령의 해석이 제각각이다.

"투자 대신 기부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 기부만으로는 공익법인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을 선별하고 성장을 돕는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 또한 영리 스타트업에 무상지원을 할 경우,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어 간단하지 않다. 전문 인력이 부족한 영세 공익법인과 스타트업은 복잡한 세무 위험을 검토하다 지원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스타트업 투자가 과연 공익이냐는 반론도 이해한다. 그러나 스타트업이 성장해 양질의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 자체가 국가 경제에 중요하다. 특히 의료 격차, 환경오염, 지역소멸과 같은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려는 기업은 정부가 직접 제공하기 어려운 서비스와 기술을 개발한다. 투자에 성공하면 그 과정에서 발생한 부가가치의 일부는 재단으로 회수되어 또 다른 스타트업에 재투자될 수 있다.

공익법인에 모인 자금은 세제 혜택을 받은 만큼 엄격하게 관리돼야 한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사회투자의 효율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민간 공익법인이 100의 사회투자 자금을 조성할 때 정부가 포기하는 세수는 100보다 훨씬 적다.

반면 정부가 같은 규모의 지원을 직접 하려면 100의 재정이 필요하다. 공익법인의 자금과 심사 역량을 활용하면 더 적은 재정 비용으로 시장에 모험자본을 공급할 수 있다.

투자가 성공하면 공익법인이나 출연자만 배 불린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그러나 공익법인은 출연자가 이익을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는 사기업이 아니다.

출연된 재산은 개인의 손을 떠난 사회적 자산이며, 재단이 해산하더라도 잔여재산은 국가나 다른 공익법인에 귀속된다. 막대한 사적 수익이 예상되는 사업이라면 굳이 규제가 많은 공익법인을 거쳐 투자할 이유가 없다.

해외 선진국들은 이미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미국은 1969년부터 공익 목적 달성이 주된 동기라면 영리기업에 대한 투자도 공익사업 실적으로 인정하는 '프로그램 연계 투자(PRI)'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2016년 법률로 자선단체의 사회투자 권한을 명문화했고, 캐나다도 공익 목적과 연결된 기업의 주식 취득을 PRI로 인정한다.

정부의 역할이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정부는 공익성의 울타리를 명확히 세우면 된다. 취약계층 고용, 지역경제 활성화, 환경 개선 등 공익성이 객관적으로 입증되는 분야나 전략적으로 육성할 산업을 지정해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 재단 이사장이나 출연자 등 특수관계인이 관련된 기업에 대한 투자는 제한하고, 이들의 과도한 급여 수령도 규제할 수 있다.

지난해 공익목적 투자를 의무지출 실적으로 인정하고 주식 취득 제한에 예외를 두는 상증세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다. '모두의 창업'이 창업의 불씨를 댕기는 마중물이라면, 그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계속 땔감을 공급하는 일까지 정부가 홀로 감당하기는 어렵다.

사회를 위해 묶어놓은 민간 자본이 더욱 창의적이고 역동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법적·정책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그 토대 위에서 사회를 바꾸는 혁신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한국판 빌 게이츠 재단'도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홍순만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장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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