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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금리 올라 웃을 줄 알았는데…은행권 덮치는 ‘NPL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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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기자

승인 : 2026. 09. 2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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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정점을 찍을지 누구도 몰라요. 내년에는 NPL(부실채권)과의 싸움이 될 거 같습니다."

최근 만난 한 시중은행 관계자에게 내년 은행산업 전망을 물으니 뜻밖의 답이 돌아왔습니다. 기준금리 인상이 은행 수익성에는 호재로 작용하지 않겠느냐고 되묻자, 이 관계자는 "곳간이 가득 차더라도 논밭이 말라버리면 소용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은행이 아무리 돈을 벌더라도 수익의 기반인 고객이 흔들리면 결국 은행 역시 버티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최근 은행권에는 심상치 않은 신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63%로 같은 달 기준 10년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대기업대출 연체율도 0.36%로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91%로 1%에 근접했죠. 금융감독원은 중앙그룹 등 일부 기업의 워크아웃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은행권의 건전성 우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연말 기준 국내은행 연체율은 2022년 0.25%에서 2023년 0.38%, 2024년 0.44%, 2025년 0.50%로 매년 높아졌습니다.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악화 흐름이 벌써 4년째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은행들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5대 시중은행은 지난해에만 8조원이 넘는 부실채권을 상·매각하며 장부에서 털어냈습니다. 이에 지난해 상반기 실적 발표 당시 일부 금융지주들은 적극적인 부실채권 정리와 정부 지원책 등이 맞물리면서 하반기에는 건전성 악화 흐름이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은행권이 기대했던 피크아웃 시점은 계속 뒤로 밀리는 모습입니다.

문제는 부실을 털어내는 속도보다 새로운 부실이 쌓이는 속도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올해 2분기 국내은행에서 새로 발생한 부실채권은 7조2000억원으로 정리한 부실채권(6조1000억원)을 웃돌았습니다. 전체 부실채권 잔액도 18조9000억원으로 8년 만에 최대 규모까지 불어났죠. 향후 부실채권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는 요주의여신은 5대 은행에서만 석 달 새 10%가량 늘며 1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여기에 최근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변수도 등장했습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과거 금리 인상기에는 기준금리 충격이 가계·기업대출 연체율에 약 15개월 뒤 가장 크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상환 여력이 취약한 가계차주와 중소기업은 약 9개월 전후로 충격이 나타났는데요. 지난 7~8월 두 차례 연속 금리 인상을 과거 패턴에 적용하면 취약부문의 연체 부담은 내년 봄부터, 전체적인 영향은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은행들도 다시 방어선을 높이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은 당초 상반기까지 운영하려던 전행 자산건전성 비율 개선 TFT를 올해 연말까지 연장했습니다. 하나은행도 하반기 들어 건전성 관련 유관부서가 대책을 논의하는 연체대출관리 TFT 활동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은행 내부에서도 건전성 악화가 끝났다고 보기보다 향후 더 심화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 셈입니다.

금리 상승으로 은행의 이자이익이 늘어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익을 만들어내는 가계와 기업의 상환능력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곳간을 채우는 것만큼 논밭이 마르지 않도록 살피는 일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내년 은행들의 실적 성적표를 판가름할 숫자는 순이자마진(NIM)보다 어쩌면 NPL일지도 모릅니다.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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