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콘서트장’ 된 대학축제… 수백미터 장사진에 암표 기승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4.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530010015816

글자크기

닫기

정민훈 기자 | 김서윤 기자

승인 : 2024. 05. 29. 18:09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르포| 대학가 티켓 쟁탈전 과열
"유명 연예인 보자" 외부인파 북적
출입인원 제한·재학생 분리 골몰
전문가 "창의성·실험문화 사라져
대중산업에 지배될까 우려스러워"
서울 중구 A대학 100주년 기념비 앞에서 29일 오전 11시께 축제 입장 팔찌를 구매하기 위해 온 이들이 긴 줄을 서고 있다(왼쪽). 지난 28일 오후 서울 동작구 B대학 흑석캠퍼스 해방광장 인근에서 학생들이 축제 부스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김서윤 기자
"오전 6시 30분에 1등으로 도착해 기다렸는데 가장 먼저 입장 팔찌를 받으니 힘든 기억이 싹 사라지는 기분입니다."

29일 오전 11시 20분께 서울 시내 A대학 100주년 기념비 앞에서 만난 대학생 박재윤씨(20)는 이날 축제 무대에 오르는 잔나비, 데이식스(DAY6)의 공연을 보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이 곳을 찾았다고 했다.

다른 대학에 재학 중인 박씨는 모교 축제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이날 오전 6시 30분께 입장 팔찌 배부처에 도착했고, 뙤약볕 아래에서 장장 5시간의 기다림 끝에 입장 팔찌를 손에 넣었다.

박씨는 "우리 학교는 예산,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일찌감치 축제 진행이 무산됐다"며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 이 곳 축제에 왔다"고 말했다.

이날 박씨를 만난 A대학 캠퍼스에는 '축제 입장 팔찌'를 쟁취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 300m 정도의 기다란 줄을 늘어서며 장사진을 이뤘다. 오전 11시부터 입장 팔찌가 배부된다는 예고에도 몰려드는 인파에 이날 오전 내내 어림잡아 1000명 이상이 긴 줄을 유지하고 있었다.

유명 연예인을 섭외한 대학마다 재학생을 포함해 외부 인파가 몰리면서 대학축제가 'K-팝 콘서트장'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 대학 동아리를 중심으로 치러진 대학축제가 해마다 유명 연예인의 공연에 잠식돼 암표 거래 등 부작용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한 대학의 축제 공연 티켓은 중고거래사이트에서 25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대학들은 이러한 암표 문제를 해결하고자 외부인 공연장 출입 제한, 모바일 티켓 등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만 축제의 폐쇄성만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경희대는 유명 가수 무대가 마련된 노천극장의 출입 인원을 제한했고, 한양대·동국대는 외부인과 재학생 구역을 따로 분리했다.

축제를 이끄는 대학 총학생회도 유명 연예인의 의존도가 높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재학생들의 요청 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김민기 성균관대 총학생회장은 "연예인 초청에 관한 학우들의 요구가 크다 보니 이를 아예 무시할 수는 없다"며 "일단 연예인 때문이라도 학생들이 찾아와 줘야 다른 창의적인 학생 행사나 이벤트를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학생들의 활발한 창작 활동을 장려했던 대학축제가 대중 문화산업에 지배돼 기성문화와 같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윤태 고려대 공공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대학축제가 청년들이 동아리 등을 통해 직접 창작하는 활동을 장려하고 지원했다"며 "그 때문에 주류문화와 청년문화는 상당한 차이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반면 이제는 대학축제에 대중문화 가수들을 초청한다. 청년문화 속 창의성이나 실험적인 문화들이 사라지고 기성문화와 같아지고 있다"며 "창작을 지원·장려하던 친구, 동료, 교수들과의 공동체는 약화됐다. 어쩌면 일부 시스템에서 만들어진 대중 문화산업이 대학을 지배하게 되는 부작용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민훈 기자
김서윤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