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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포커스] ‘콘텐츠 위해 피해자 희생’ 도 넘은 사적 제재…“사법 시스템 돌아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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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연 기자 | 임상혁 기자

승인 : 2024. 06. 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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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성폭행' 가해자 신상 및 판결문 공개 잇따라
피해자 측 "동의 얻지 않아…당장 삭제해달라" 요청
법조계 "개인의 자의적 처벌, 형법 시스템 반해 위험"
다만 "법정형·양형 기준 등 형법 시스템 검토 필요"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나락보관소
최근 한 유튜버가 20년 전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잇따라 공개하면서 '사적 제재'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폭로 경쟁에 뛰어든 또 다른 유튜버가 피해자의 통화 녹취와 해당 사건의 판결문을 공개하자 그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피해자 측은 삭제해달라며 직접 목소리를 냈다. 언뜻 정의로워 보이는 사적 응징에 여론은 뜨겁게 호응하고 있으나 정작 피해자의 목소리는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밀양 성폭행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한 한 유튜브 채널은 "피해자의 동의를 얻었다"고 했지만 피해자 지원단체인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피해자 의사를 확인하지도, 경청하지도, 반영하지도 않았다"며 "유튜브 콘텐츠를 위해 피해자가 희생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유튜브는 지난 7일 관련 영상을 모두 삭제했지만 하루 만에 일부를 복구한 뒤 폭로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9일 결국 피해자의 여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가 직접 '밀양 사건의 피해자입니다. 꼭 읽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A씨는 모유튜버에게 피해 사실을 밝히고 판결문을 공개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유튜버는 당시 본인의 휴대폰 자동 녹음 기능으로 녹취한 내용을 동의 없이 이제야 올렸다"며 판결문 공개에 대해서는 "원하지 않았고, 정보로도 쓰지 말라고 했다. 유튜버 본인도 안 그러겠다고 했는데 올렸다. 당장 삭제해달라"고 요구했다.

피해자까지 번진 사적 제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6일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교제 살인 사건에서도 가해자가 '수능 만점 의대생'으로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의 이른바 '신상털기'가 시작됐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사진과 SNS 계정 등의 개인정보가 공개되기도 했다.

'정의구현'을 명분으로 국민적 공분을 등에 업고 이어진 사적 제재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등 본질과 벗어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또한 "향후 피해자의 자발적이고 진정한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그 어떤 제3자에 의한 공론화도 피해자의 안녕과 안전에 앞설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사적 제재의 일환인 신상공개 행위는 현행법상 불법이다. 형법상 명예훼손,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나아가 모욕죄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 법원 역시 아무리 공익적 성격을 가졌더라도 개인의 신상정보를 일반에게 공개할 경우 인격권 및 명예를 훼손하는 사적 제재에 해당해 허용할 수 없다고 판단해왔다. 2020년 N번방 사건 때 등장했다가 폐쇄된 '디지털교도소'나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배드파더스'의 경우가 그러하다.

민고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진서·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함으로써 피고인을 처벌하는 우리나라의 형사사법 시스템을 따르지 않고 개인이 신상 공개 등으로 그 처벌을 보완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해 보인다"며 "신상 공개의 기준과 요건도 개인이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결국 그 진위 여부도 개인에게 모두 맡겨져 있는 것이기에 잘못된 정보 공개에 따른 구제도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의 동의가 없는 경우에는 본인이 알리고 싶지 않았던 범죄와 관련된 것들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고 누군가 자신의 피해 사실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들을 목격하게 되는 상황을 겪을 수 있다"며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일 자체가 피해자에게 올바른 방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 자체로 피해자에게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연 변호사(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 변호사 모임) 역시 "사적 제재 자체도 불법인 사항일 뿐더러 피해자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것도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다만 국민들이 사적 제재에 이토록 호응하는 이유에 대해선 현재의 사법시스템을 다시 돌아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앞서의 민 변호사는 "결국 처벌이 미진하게 이뤄졌다면 법정형이나 양형 기준 재검토하는 등 형사사법 시스템을 보완해야할 문제"라며 "사적인 목적이 개입되는 사적 제재는 오히려 기존 시스템의 제대로된 작동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러한 사적 제재의 원인으로 사법부의 처벌 미흡을 들었다. 특히 밀양 성폭행 사건의 경우 "2013년 6월 성범죄에 관한 친고죄 규정이 삭제·폐지되기 전까지는 성범죄는 합의하면 처벌을 받지 않았다"며 "결국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이미 처벌이 끝난 경우에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다시 처벌을 할 수가 없다"며고 전했다.

그러면서 "2013년 이전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반인륜적 성범죄 사건이 친고죄 규정에 따라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다면 다시 그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게 하는 특별법 입법만이 피해자를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채연 기자
임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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