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한국전쟁 피난 트라우마…무력분쟁 속 어린이, 가장 무고한 희생자”

유엔 안보리 공개토의 참석
'아동과 무력 분쟁' 의제 연설
안보리 시스템 문제도 지적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24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24 유엔 공공행정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최근 전 세계 전쟁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아동 인권 피해 문제를 지적하면서 국제사회의 대응을 촉구했다.

반 전 총장은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연례 공개토의에 국제사회 원로 그룹(The elders·디 엘더스) 부의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날 의제는 '아동과 무력 분쟁'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난해 아동에 대한 중대한 인권 침해가 21% 증가했고 같은 기간 아동 살해 등이 35% 늘었다는 사실에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무력 분쟁 과정에서 어린이는 가장 무고한 희생자"라고 연설했다.

아울러 지난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어린이가 각각 4247명과 113명이 인권 침해를 당하는 등 중대한 위반 행위를 유엔에서 확인한 점을 언급하고 "이는 분쟁의 충격적인 규모를 방증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한국전쟁 당시 어린 소년이었던 저는 죽음과 파괴 속에서 피난하며 트라우마를 경험했다"며 "부모님과 함께 불타는 마을을 떠나면서 목격한 인간적 고통은 지금까지도 계속 저를 괴롭히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 "무고한 어린이들이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분쟁에서 계속해서 끔찍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것은 오늘 이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부끄러운 일"이라며 "오늘날의 상황은 지난 30여년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노력이 총체적으로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참담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 안보리가 수행해야 할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전 세계 어디에서든 아동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자에 대한 면책은 없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안보리의 현 시스템의 후진성, 비효율성을 지적한 뒤 "일부 상임이사국이 1945년 부여된 거부권을 남용하면서 안보리는 분쟁 앞에서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반 전 총장은 "모든 유엔 회원국이 전 세계 어린이를 위해 더 나은 안전한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