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칼럼] 빅테크와 알고리즘 거버넌스 규제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4.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710010006749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7. 10. 17:45

박재형
박재형(재미 정치학자)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 산업에서 기술 대기업, 소위 '빅테크'기업들의 역할에 대해 더욱 강력한 규제에 나섰다. 외신들에 따르면,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는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오픈AI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시작했으며, 이미 일부 기업들에 소환장을 발부했다. 이번 조치는 인공지능 업계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가장 중요한 규제 조치로 여겨진다.
법무부에 앞서 FTC는 지난 1월부터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의 오픈AI와 AI 스타트업 앤트로픽 투자에 대해 독점 관련 조사를 시작했다. 당시 리나 칸 FTC 위원장은 "지배적 기업이 공정 경쟁을 저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특권을 얻는 거래를 면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뿐 아니라 유럽연합(EU)은 빅테크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과 영향력 제한을 목적으로 하는 법 중 가장 강력한 디지털시장법(DMA)의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은 구글, 아마존, 메타(페이스북), 애플 등 대형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과 영향력 제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이 법은 빅테크 기업들의 독점적 지위 남용을 금지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총매출액의 최대 2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도록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고의 기술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장악 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면서 AI 산업에 대한 더 강력한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 사이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국내에서 규제 압력이 강화되는 중에 EU의 새 법으로 인해 해외 시장에서의 사업도 어려워진다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해당 기업뿐 아니라 미국 정치권에서도 이 법이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했으나 EU의 강한 의지를 꺾지 못했다.

미국과 EU가 AI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이처럼 강화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기술력이 뛰어난 수많은 스타트업의 인수를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인수의 주목적이 소규모 신생 기업의 기술력에 투자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잠재적인 경쟁자를 사전에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래의 경쟁자로 자랄 싹이 보이는 기업을 일찌감치 흡수해버리겠다는 전략이다.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미국과 EU의 규제 노력은 이미 몇년 전부터 본격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7월 미국 경제의 경쟁 촉진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기업 간 경쟁을 확대하고 독점적 관행을 단속하라고 행정부에 지시했다. EU는 빅테크 기업이 반독점 행위를 거듭하면 '기업을 해체(break-up)'한다는 내용의 규제법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들이 최근 들어 빅테크들에 대한 규제의 강도를 더욱 높이는 이유는 기존 반독점 정책과는 차원이 다르다.
미국과 EU는 현재 빅테크 기업들을'새로운 최강의 독재자'로 인식하고 있다. 국가와 정부 권력을 머지않아 대체할 만한, 아니 이미 국가와 정부의 힘을 능가하는, 심지어 정부와 대통령을 선택할 수도 있는 힘을 가진 독재 권력이라는 것이 현재 미국과 유럽 정부들이 지닌 빅테크에 대한 인식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을 더욱 강화하는 배경에는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AI 기술에 의한'알고리즘 거버넌스'(Algorithmic Governance)가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이 있다.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에 의해 형성된 알고리즘 거버넌스는 이미 국제 정치와 국가의 역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의 중심에는 인공지능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의사 결정 과정을 자동화하고 사회 및 정치의 다양한 측면을 형성하는 분류 알고리즘(Classification Algorrithms)이 있다. 인터넷, 소셜미디어 등의 사용이 일상화하면서 머신러닝을 사용하는 분류 알고리즘이 사회와 정치의 다양한 측면을 지배하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알고리즘 거버넌스는 기존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할 수 있으며, 개인정보 보호, 편견, 차별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속도, 규모 등 알고리즘 기술의 고유한 특성과 상향식 머신러닝 설계로의 전환은 글로벌 거버넌스의 지형을 변화시켰다.

이에 따라 빅테크 기업은 과거에는 주권 국가의 특권이었던 권위 있는 의사 결정권을 행사하는 민간 통치자가 됐다. 이러한 기업들은 알고리즘을 사용해 수십억 명의 사용자를 인위적으로 조정된 환경으로 끌어들여 정보의 흐름과 정치적 담론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발전은 빅테크의 권위가 전문성이나 국가 위임과 같은 전통적인 정당성의 원천에 근거하지 않기 때문에 정당성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하게 된다. 지금까지 사회적으로 논의되던 기업의 책임 등에 관한 프레임워크로는 빅테크의 사적 지배구조의 규모와 범위를 다룰 수 없는 지경에 도달했다.

이미 국가 권력을 능가하고 국제 정치적 영향력이 날로 커지는 빅테크들의 알고리즘 거버넌스는 국가와 기업 사이에 새로운 형태의 상호의존성을 만들어 냈다. 국가는 인터넷 거버넌스와 국가 안보 기능의 중요한 부분을 빅테크 기업에 위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빅테크 기업들은 인권과 기술 윤리를 내세우며 국가 권력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계속한다. 반면, 국가는 반독점, 개인정보 보호, 언론 규제를 통해 빅테크의 힘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이처럼 국가와 기업 사이 역학 관계 변화의 핵심에는 알고리즘 거버넌스가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이를 바탕으로 정치적, 사회적 지배력을 급속히 확대하면서 국가의 규제를 우회할 방법을 모색 중이다. 국가는 이러한 빅테크의 영향력을 통제하려고 노력하지만 이미 국가 기능의 중요한 부분을 그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각국 정부의 규제 정책은 빅테크의 기술 발달과 국제적 지배력 강화 속도를 따라가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EU는 더욱 강력하고 선제적인 규제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규제는 특정 국가에 국한하지 않고 국제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한국 정부와 정치권의 빠르고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박재형 재미 정치학자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