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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일 안할 수 없죠”…60세 이상 고령자 생계 전선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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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영 기자 | 박서아·공주경 인턴 기자

승인 : 2024. 10. 23. 16:54

고령화·저출산에 60대 이상 취업자, 처음으로 50대 넘어서
"정년연장 필요하지만 맞춤 일자리 교육 병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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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양평역 2번출구 인근에서 고령의 노동자들이 도로 공사를 하고 있다./박서아 인턴기자
#."애들도 아직 취준생이라 돈을 벌어야 한다. 안 그럼 누가 생활비를 보탤 수 있나."

70대 중반 최모씨는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근무중인 경력 8년차의 베테랑 경비원이다. 30년 넘게 자동차 부품 회사를 경영하던 그는 적자가 지속되자 60대 후반 경 회사를 정리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사장님' 소리만 듣던 최씨가 '최 반장'으로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데는 생계에 대한 가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자식들에게만 지울 수 없는 상황이 컸다.

최씨는 "아들이 둘이지만 계약직만 전전하더니 다시 재취업하겠다고 공부 중이다. 초기엔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 대단지에서 일할 땐 월급은 많이 받았지만 그만큼 업무 강도가 높았고 주민들 민원까지 쉴틈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얼마전 새로 들어온 60대 후배 경비원을 교육시키며 고참 선배로 일하는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최씨는 "많이들 왔다가 다시 금방 그만두기도 한다. 대기업 다니다가 온 어떤 사람은 교육 다 시켜 놨더니 보름만에 그만 두더라"고 하소연했다.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61세 김모씨도 7개월 전, 다니던 요양원에 재취업했다. 김씨는 40대 후반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해 10년 가까이 일하고 60세에 퇴직했으나 '아직 일할 수 있는 나이'라는 생각에 다시금 취업에 나섰다고 한다.

김씨는 "애들이 대학 졸업하고 취업하긴 했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 벌이가 얼마나 되겠나. 내가 늙거나 몸이 아픈 것도 아닌데 일하는 게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거겠구나 했다. 자식한테 손 안벌리고 싶은 사람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목욕탕 '때밀이'라도 다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기산업기사로 일하고 있는 61세 박모씨도 얼마전 엔지니어 경력을 살려 지인이 일하는 인테리어 업체에 취업했다. 박씨는 26살경 제철 기업의 엔지니어로 취업해 생산직에서 30년 가량 뛰며 비교적 이른 나이에 퇴직했다.

그는 "앞으로 30년은 더 살 수도 있는데 그걸 다 충당할 만큼의 자산이 없다. 아이들에게도 아빠로서 뭔가 할 수 있구나 싶어서 더 돈을 벌고 싶다"며 "일용직으로 일하다 보니, 수입이 들쑥날쑥해 그런 점에서 걱정되는 부분은 있다"고 우려했다.

저출산·고령화·경제적 이유 등에 따른 60세 이상 취업자의 비중이 처음으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고용시장의 지표를 뒤흔들고 있다.

23일 중소벤처기업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27만2000명 증가한 674만900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98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50대 취업자(672만명)를 뛰어넘은 수치다. 연령대별로도 60세 이상이 674만9000명으로 가장 많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 중 60세 이상 비중도 23.4%로 역대 최고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직업소개소를 30년 가까이 운영한 김철씨는 "보통 50~70대 사이의 나이 많으신 분들이 많이 온다. 60대 수요도 늘고 있는데 60대가 일단 넘어버리면 일반 취업이 어렵다 보니 경비나 미화 쪽으로 돌아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60대 여성 분들은 미화 쪽으로 남성 분들은 주차, 건물 경비, 아파트 청소 등이다. 심지어 체력이 괜찮다면 80대도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이 고령 취업자 수의 증가에 기여했다는 시각도 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에서 6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일자리를 계속해 공급하고 있다. 70~80대의 경우에도 강도가 약한 업무로 한달에 26만원 가량의 생활비나 용돈 정도를 벌 수 있으니 수십만개의 일자리 창줄이 고령자의 취업 증가에 기여한 셈"이라고 진단했다.

고령화에 따른 일자리를 찾는 노년층의 수가 급속도로 늘면서 정년연장 사회적 논의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실제 행정안전부는 최근 공무직 노동자들의 정년을 65세로 연장했다. 이로써 환경미화·시설관리 등을 담당하는 행안부 소속 무기계약 근로자 2300여 명이 더 일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년연장이 시대적 과제라면서도 무조건 적인 연장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특히 고령층에 대한 일자리 교육이 함께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 있지 않은 상태다 보니 정년연장에 반대하는 기업 등에서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 이들도 충분히 수긍하고 동의할 수 있도록 정년연장에 따른 파생문제에 대비하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일자리 알선 정도만 되고 있지 고령층에 대한 맞춤형 교육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인도 노동 시장에서는 숙련도가 높아 경험은 많은 전문가에 속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경비원과 같은 허드렛일에 내몰리고 있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일부의 사람을 제외하면, 복지성 일자리, 공공 근로 같은 국한된 일자리에만 고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노인 일자리라 하더라도 그 사람들이 여전히 일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 일자리에 필요한 교육을 통한 고용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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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한 아파트 인근서 80대 노인이 좌판을 설치해 청국장과 새우젓을 팔고있다./박서아 인턴
박세영 기자
박서아·공주경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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