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韓좌파정권 집권 가능성에 우려
정부, 美·日과 흔들림 없이 관계 유지
"양극화 속 안보기조엔 큰 영향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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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분 비상계엄 발 후폭풍이 워싱턴 조야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최근 이례적으로 한국의 야권을 겨냥해 대북제재를 성실히 이행하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더해 미국 싱크탱크의 여러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국에 다시 좌파정권이 들어온다면 한·미 관계가 파국에 이를 수도 있다는 아주 비관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비상계엄 이후 조기대선이 실시되면 사실상 지지율 1위를 독주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견제하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되는 부분이다. 이는 미국이 현 한국의 정치상황을 엄중히 바라보고 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메시지를 던지며 한·미·일 협력 노선에 균열이 생기지 않도록 현상을 관리하는 측면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과거 주한미군을 '점령군'으로 표현해 그가 가진 한미동맹의 가치관을 고스란히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 대표가 대권을 잡으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협상카드로 내놓을 주한미군 감축을 되레 한국에서 주한미군 철수로 받아칠 수 있다는 안보적으로 상당히 위험한 시나리오를 예상하기도 한다. 그럴 경우 미국은 발빠르게 주한미군 철수를 단행할 것이고, 한국은 핵을 가진 북한을 홀로 상대해야 할 것이라는 경고도 그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한·미·일 안보협력 태세를 강조하며 현상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직무 정지 이후 외교부는 특히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김홍균 외교1차관은 미국과 일본을 연쇄 방문해 외교차관 회담을 열고 한·미, 한·일, 한·미·일 관계를 집중 관리한다.
조태열 외교장관도 23일 일본 외교 수장과 통화하며 대일 관계에 신경쓰고 있다. 이는 동맹국인 미국과 안보 분야에서 핵심 협력국인 일본에게 던지는 한국의 강력한 외교 메시지로 계엄 이후 한국의 외교 전략 불확실성을 확실히 해소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로도 읽힌다.
문성묵 한국국가안보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이날 본지에 "계엄 이후로 한·미·일 안보협력 구도와 반미세력간 마찰이 가시화됐지만 오히려 우리 정부는 한·미·일 관계가 흔들림 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말하고 있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며 "미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로 흔들림 없는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고 있기에 오히려 외교 불확실성을 해소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도 "이런 시기에 좌파세력이 대거 일어나 국가 안보를 흔들고 있다"며 "언론도 부화뇌동하지 말고 오직 안보에 기초한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판단하고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 전반이 너무 좌경화되어 있다"며 "무엇이 국익에 맞는 일인지 명확히 아는 국민들이 별로 없다는 게 정말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각수 전 일본대사는 "국내 정치의 혼란은 당연히 국가의 안보와 주변의 국제 정세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도 "지금의 상황을 보면 확고한 한·미·일 안보협력 태세는 유지·강화되고 있다는 게 객관적인 평가로 큰 걱정을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상황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봐야 한다"며 "사회가 양극단으로 갈라져 갈등을 분출하고 있지만, 대외 안보기조엔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