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윤리적 문제…소비자 보호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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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최근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28)을 추적해 이목을 끌었던 인터넷 기록 삭제 업체 대표인 이른바 '디지털 장의사' A씨에게 돈을 받고 개인정보를 부정하게 수집한 혐의로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A씨는 과거 성범죄 피해 영상 등을 대신 삭제해주는 디지털 장의업체를 운영하며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지난해 1월 유튜버 B씨에게 코인 사기를 당했다고 속여 허위 링크를 보낸 뒤 이를 통해 개인정보를 빼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 2018년에는 성범죄 동영상 등 개인이 원하지 않는 인터넷 기록을 정리해주는 디지털 장의사 C씨가 전 여자친구에게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징역 6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일도 있었다.
이처럼 개인정보 유출을 막고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찾는 디지털 장의사가 오히려 개인정보를 빼내거나 이를 악용하는 등 범죄를 벌이고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디지털 장의사는 개인 정보 유출 피해가 늘면서 생겨난 신생 직업으로, 통신판매업자로 신고하면 누구나 등록할 수 있다. 비싼 장비 마련이나 공간 임대도 필요 없어 1인 창업에 적합한데다 나이·성별·경력이 요구되지 않는다. 특별히 자격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처럼 진입장벽이 낮다보니 누구나 디지털 장의사로 활동할 수 있어 이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앞선 사례 외에도 고인의 디지털 흔적을 삭제하는 과정에서 유가족 동의 없이 사진이나 채팅 기록과 같은 사적인 데이터를 악용한 사례도 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장의업체가 스스로 법적·윤리적 한계를 넘지 않도록 내부 규정을 강화하고, 정부 차원에서 이들에 대한 관리 감독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사이버 공간에서 자료 삭제는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온전한 삭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비방성 게시물, 음란물 등을 유포하거나 관리하지 못한 업체 대표의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처벌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