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캡티브 수량 외
미국 현지 고객사 다각화도 염두
실적 악화 등에 조단위 투자 비용 부담도
그룹 차원 결단 필요…"적기 투자가 중요"
|
문제는 투자를 위해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현지 생산망을 조성하는데 수조원의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현지 캡티브 물량이 확실하고, 생산시설을 구축하면 확실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만큼 그룹 차원에서의 결단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국내 제철소에서 생산 조절에 나서는 한편, 해외에 생산 거점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에 대비해 미국 내에 생산체제 구축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나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4월 2일 관세 정책 발표를 예고하며, 현지에 투자할 시간을 남겨두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앞선 정기주주총회에서 해외 현지에 생산거점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현지 직접 투자를 통해 관세 압박에서 벗어나고 수익을 다각화하겠다는 의지다. 미국은 단일 규모로 보면 세계 최대 시장이기도 해 현지에서 제철소를 운영하는 것이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한 현대제철의 주요 고객사이자 계열회사인 현대차그룹도 미국 현지에서 생산을 확대할 예정인 만큼, 원활한 조달을 위해선 증설이 불가피하단 관측이다. 현재 미국 조지아에 기아가, 앨라베마에 현대차 공장이 가동중이고, 최근 현대차그룹 메타플렌트 아메리카(HMGMA)에서도 생산을 시작했다.
현대제철도 해당 공장이 있는 인근에 제철소를 건립할 가능성이 높다. 현지에서 원가를 절감하는 한편 납기를 단축할 수 있어 현대차, 기아 뿐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업계까지 공급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문제는 막대한 투자비용이다. 업계에선 최대 10조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 현대제철은 현대차그룹 공장 인근에서 가공센터(스틸서비스센터·SSC)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현지 수요에 대응해왔다. 이런 가공센터로는 생산 원가에 영향을 주는 관세를 회피할 수 없는 만큼 아예 쇳물부터 현지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시각이 나왔고, 이를 위해선 비용도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현대제철은 중국산 철강재의 공급과잉과 수요 둔화 여파로 실적이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이에 대응해 생산 조절, 비용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노동조합과의 잡음으로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현대제철은 파업에 대응해 직장을 폐쇄하는 한편, 공장 가동 중단 및 인력 재배치, 희망퇴직까지 단행중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공장 정상 가동을 위해 노력했으나 저가 수입 철강재 유입 등 어려운 철강 경기가 지속돼 기술직 희망퇴직 및 당진 전환배치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결국 그룹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조인트벤처(JV) 형식을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미국 남동부 지역에서 전기로 방식의 제철소 투자 검토를 진행중인 상황으로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