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로이터통신과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이날 미얀마 군사정부의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이날 TV 연설을 통해 "지진으로 144명이 사망하고 732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군사정부는 지진이 발생한 만달레이를 비롯해 사가잉·마그웨·샨·네피도·바고 등 6개 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해당 지역에선 건물들이 무너지고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대규모 자연재해에도 국제사회의 지원을 거부해왔던 미얀마 군사정궝는 이례적으로 국제사회의 인도주의 지원을 요청했다.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와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날 미얀마에선 오후 12시 50분(현지시간)께 인구 120만명의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서남서쪽으로 33㎞, 수도 네피도에서 북북서쪽으로 248㎞ 각각 떨어진 지점에서 규모 7.7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어 같은 지역에서 12분 뒤 규모 6.4의 여진이 일어났다. 진원의 깊이가 10㎞밖에 되지 않았던 탓에 미얀마 곳곳에선 다리와 건물 등이 붕괴돼 시민들이 매몰되거나 다치는 등의 피해가 잇따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만달레이 종합병원 의료진을 인용하며 현재까지 사망자가 최소 20명, 부상자는 최소 300명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수도 네피도에 위치한 1000개 병상 규모의 종합병원 의료진도 AFP에 "병원에 도착한 사람들 가운데 약 20명이 사망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다쳤다"고 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만달레이와 사가잉시를 잇는 90년된 다리가 무너진 모습, 기울어진 호텔과 무너진 유적지·건물 등의 사진과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미얀마 국영 언론은 양곤과 만달레이를 잇는 철도와 도로 교량이 붕괴됐다고 전했다. 다만 지진으로 인한 인프라 파괴와 군부 독재로 인한 내전 상태·검열 등으로 정확한 피해 상황 집계가 어려울 것이란 국제사회의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국제적십자사연맹(IFRC)는 "이날 강진으로 미얀마의 건물과 공공 인프라가 파손·붕괴되는 등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다"며 "지진으로 인해 손상된 인프라가 구조대의 만달레이·사가잉 도착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진원의 깊이가 10㎞에 불과했던 탓에 1000㎞ 가량 떨어진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도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강진 여파로 관광 명소인 짜뚜짝 시장 근처의 건설 중이던 30층 높이 빌딩이 무너지며 5명이 사망하고 117명이 매몰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콕에선 시내 곳곳의 건물들이 흔들리며 놀란 시민들이 황급히 길거리로 뛰쳐 나오기도 했다. 한국인 관광객 A씨는 이날 본지에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던 중 매우 강한 흔들림을 느꼈다. 인근 건물에 있던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거리로 뛰쳐나와 무척 놀랐다"며 "호텔 등에선 사람들이 샤워가운과 수영복을 입은 채로 뛰쳐나오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는 이날 긴급회의를 소집해 방콕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방콕시도 여진 등 추가 피해에 대비해 전철 운행을 중단시키고 고층 빌딩 등 위험 지역 출입을 통제했다. 지진 여파로 태국 증권거래소도 모든 거래를 중단했다.
미얀마는 인도판·유라시아판·순다판·버마판 등 최소 4개 지각판 사이에 끼어 있어 지진 위험지역으로 꼽혀왔다. 이번에 강진이 발생한 만달레이 인근 지역도 인도판과 순다판, 또는 인도판과 버마판의 경계에 있는 사가잉 단층 위에 놓여 있어 지진이 활발한 지역이다.
미얀마는 이런 불안정한 자연환경적 조건에 놓인데다 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하고 대규모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가 가장 취약한 나라로 꼽힌다. 유엔개발계획(UNDP)에 따르면 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을 포함한 미얀마 도시들의 건물 대부분은 내진설계가 되어 있지 않다. 여기에 군부의 쿠데타와 독재, 이에 맞서는 민주진영의 저항으로 인한 내전이 이어지며 국제적으로 고립돼 왔던 탓에 구조 활동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유럽연합(EU), 인도 등은 미얀마에 긴급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군부에 맞서 무장투쟁을 전개 중인 민주진영의 국민통합정부(NUG)는 산하 무장 조직인 시민방위군(PDF)가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 밝혔다. 아울러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국제사회의 인도적·기술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