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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위의 외교전, 비치사커가 한국에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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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야(태국) 전형찬 선임 기자

승인 : 2025. 03. 31. 13:55

2025 비치사커 아시안컵 폐막
한국은 무관심한 사이, 2025 비치사커 월드컵 본선 진출국 확정
아시아 대표는 이란·오만·일본
FIFA가 주목하는 종목...지금이 기회
일본 오만 00
오만과의 준결승전에서 아크로바틱한 오버헤드킥으로 관중의 탄성을 자아낸 일본의 타쿠야 아카구마.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아시아투데이 전형찬 선임 기자 = FIFA가 주목하고, 아시아가 성장하고 있는 비치사커. 아직은 생소한 이 종목이 세계 스포츠 외교 지형 속에서 조용히 그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과연 우리는 비치사커를 단순한 '여름 레포츠'로만 봐도 괜찮은 걸까?

◇ 비치사커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비치사커는 단순한 변형 축구가 아니다. 1995년 '세계 비치사커 선수권 대회'로 출발해 2005년부터는 FIFA 주관으로 'FIFA 비치사커 월드컵'이 정식 출범했다. 현재 이 대회는 2년 주기로 열리며, 대륙별 예선을 거쳐 총 16개국이 본선에 진출한다.

다가오는 2025년 세이셸 FIFA 비치사커 월드컵 본선에는 세이셸(개최국), 벨라루스, 브라질, 칠레,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이탈리아, 모리타니, 파라과이, 포르투갈, 세네갈, 스페인, 타히티에 이어, 이란, 오만, 일본이 3월 30일 막을 내린 비치사커 아시안컵을 통해 마지막 본선 티켓을 따냈다.

이 명단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예선을 거쳐 고르게 참가하고 있으며, 비치사커는 더 이상 변방의 종목이 아니다.

30일 폐막한 비치사커 아시안컵 결승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를 6대 0으로 완파하고 결승에 진출한 이란이, 일본을 3대 2로 꺾고 올라온 오만을 8대 1로 대파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전에 앞서 벌어진 3·4위전에서는 일본이 사우디아라비아를 3대 1로 꺾고, 아시아에 배정된 세 장의 월드컵 본선 진출권 중 마지막 한 자리를 확보했다.

FIFA는 비치사커를 "접근 가능한 축구"로 정의하며, 개발도상국과 해안 국가들에 축구 보급을 확대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용 잔디 구장이 없어도, 모래만 있으면 어디서든 경기를 치를 수 있다는 점이 이 종목의 가장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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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에서 오만 골문을 향해 위협적인 슈팅을 날리는 이란의 알리 미르셰카리./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 한국, 왜 비치사커에 주목해야 하는가

한국은 현재 비치사커와 거의 무관한 나라다. 이번 아시안컵에는 개최국 태국을 비롯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주요 국가들과 중국도 참여했지만, 한국은 AFC(아시아축구연맹) 주관 비치사커 아시안컵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국내에 공식 리그나 전용 코트조차 없는 상황에서, 국제 대회는 물론이고 아시아 무대에서도 존재감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비치사커는 비용 부담이 적으면서도 국제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종목이다. 월드컵 본선 진출국이 단 16개국에 불과하지만,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고,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다. 현재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이란이 양강 체제를 이루고 있고, 오만, UAE, 사우디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지금 FIFA는 축구 하나만으로 구성된 조직이 아니다. 풋살, 여자축구, 유소년 대회, e스포츠와 같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회원국들의 참여와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다양한 FIFA 주관 종목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국가는 FIFA 내 영향력도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받는다.

향후 남북 공동 유치 등 중장기적인 스포츠 외교 전략을 고려할 때, FIFA 내 발언권을 넓히기 위한 실질적인 참여와 존재감 확보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그런 의미에서 비치사커는 작지만 실효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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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에 패한 후, 슬픈 눈빛으로 경기장을 바라보는 일본의 비치사커 팬.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 준비된 환경보다, 움직이는 의지가 먼저다

비치사커는 단순한 선택지가 아니다. '해야 하는 이유'도 충분하고, '할 수 있는 기회'도 존재한다. 모래만 있으면 된다. 복잡한 시설도, 대규모 자본도 필요 없다. 지방 해변을 활용한 리그 운영, 동호회 대회, 축제 연계 행사만으로도 시작할 수 있다.

지금의 한국은 축구 강국이지만, FIFA 내 위상과 의사결정 영향력은 그와 꼭 비례하지 않는다. 이제는 축구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종목과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비치사커는 그중에서도 가장 접근 가능하고, 가장 콘텐츠화하기 쉬우며, 국제적으로도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는 분야다.

'왜 해야 하느냐'는 질문보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하겠느냐'는 물음이 더 적절한 시기다.
전형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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