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등 무탄소 전원 기술도 '미완성'
여야 정쟁화 된 전기본…"개편 필요" 목소리
제11차 전기본서 1.5GW 물량에 '아웃룩'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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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가하고 있는 전력수급·기술개발 불확실성을 고려해 지금의 전기본을 중장기적인 전력수급전망인 '아웃룩(outlook)'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아웃룩 방식은 정부는 여러 시나리오에 따른 큰 전망만 제시하고, 시장 메커니즘에 따른 에너지원을 결정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기본은 15년 가량의 전력수요와 설비용량 등을 분석해 전원구성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번 제11차 전기본에서는 2030년 전원별 발전량 비중을 △원전 31.8% △석탄 17.2% △액화천연가스(LNG) 25.1% △재생에너지 18.8% △신재생에너지 2.9% △청정수소 및 암모니아 2.4% 등 소숫점 단위로 구체적인 목표치를 산정했다. 반면 아웃룩 방식은 일본처럼 5가지 시나리오를 통해 2040년 △재생에너지 40~50% △원전 20% △화력 30~40% 등 전원구성 목표 범위를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최근처럼 미래 불확실성이 높고, 탄소중립 등 기술개발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에서 각 에너지원에 대한 비중을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다 정하기 어렵다"며 "일본에서도 최근 아웃룩 방식으로 5개 시나리오를 토대로 기술 개발 수준을 고려해 에너지원 비중을 폭 넓게 가져가기로 했다. 우리나라도 4~5개 사이의 시나리오를 통한 전망계획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전력수요 전망치는 최근 몇 년 사이에 큰 폭으로 수정되고 있다. 이는 전기본에서도 볼 수 있다. 이번에 확정된 제11차 전기본에서는 오는 2038년 목표수요를 129.3GW로 분석했다. 이는 제10차 전기본의 2036년 목표수요 대비 11.3GW 증가한 값이다. 더군다나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전력수요도 대폭 확대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는 글로벌 전력수요를 2022년 460Twh(테라와트시)에서 2026년 최대 1050Twh로 2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소 등 무탄소 전원의 기술이 미완성이라는 점도 '아웃룩' 전환 의견에 힘을 싣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제11차 전기본은 무탄소 전원에 한정해 아웃룩으로의 전환이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11차 전기본에서는 오는 2035년부터 2036년 사이에 1.5GW 규모의 무탄소 전원 유보 물량을 설정했다. 무탄소 경쟁입찰 시장을 통해 해당 기간 동안 필요한 최적의 에너지원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아웃룩 방식이 정쟁화를 일정 부문 희석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제11차 전기본은 여야 정쟁 영향으로 이례적으로 1년 6개월 이상 지연됐다. 야당 측에서 원전 1기를 빼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결국 정부에서는 이를 수용하며 논란이 마무리됐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에너지원별로 쿼터제 형식인 현재 계획 체제는 재생에너지와 원전 간 갈등만 심화시키고 있다. 이번 제11차 전기본에서도 이 때문에 원전 1기를 빼고 재생에너지를 늘렸다"며 "수요에 대해서만 아웃룩을 제시하고, 시장경쟁으로 전원공급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배 교수도 "원전,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원 갈등이 결국 정쟁화가 되는 부분인데, 만약 아웃룩으로 전환될 경우 정쟁화에 대한 부분이 희석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