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히트펌프 법제화 첫발
보급 확산엔 과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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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이달 김성환·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각각 공기열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 설비로 명시하고, 고효율 제품에 대한 차등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공기열 히트펌프는 관련 법령상 재생에너지로 분류되지 않아 정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돼 있으며, 이번 법안은 그 제도적 공백을 메우기 위한 첫 시도다.
히트펌프는 외부의 열을 실내로 옮겨 난방하는 전기 기반 장치로, 동일한 난방량을 공급할 때 화석연료 보일러보다 에너지 소비가 크게 적다. 전기 1을 사용해 3 이상의 열을 생산하는 고효율 시스템이며, 전력 기반 구조 덕분에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와의 연계도 용이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히트펌프 기술이 2030년까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소 5억톤 줄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현재 유럽과 미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에서도 히트펌프는 재생에너지로 공식 분류돼 정책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00만대 이상의 히트펌프를 보급해 전체 건물 난방의 약 16%를 담당하고 있으며, 미국은 2022년 히트펌프 판매량이 가스보일러를 넘어섰다. 일본 또한 공기열 기반 시스템에어컨 중심의 전기화 난방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는 관련 법안이 처음 발의된 만큼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다. 열 기반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책적 인식과 사회적 이해도 부족한 실정이다. 초기 설치비는 가스보일러 대비 4~10배가량 높아, 보조금이나 금융지원 없이는 시장 자생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입법 시도를 "늦었지만 중요한 출발"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실효성 있는 제도 정착을 위해선 보다 정밀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히트펌프는 기후 조건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고, 특히 겨울철 혹한기에는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특성이 있어, 현실적인 운용 조건을 감안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또 히트펌프 보급 확대가 탄소 감축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려면 △전력요금 체계 조정 △초기 투자비 완화 △고효율 제품에 대한 지원책 등 다층적인 제도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세진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세계적 추세에 비춰보면 국내 논의는 다소 늦었지만, 이번 법안 발의는 의미 있는 출발"이라며 "도시가스 기반 난방을 일정 부분 히트펌프로 전환해야 한다는 방향성 자체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필수적인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질적인 시장 전환을 위해서는 성능 기준의 정밀한 설계와 건물 구조와의 연계, 초기 투자비를 낮추기 위한 금융지원, 혹한기 효율 향상을 위한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 등 다층적인 정책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