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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병원 개원 순천향대 천안병원 ‘직원 자녀 채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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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훈 기자

승인 : 2025. 05. 07. 17:11

블라인드 천안병원 직원 자녀 채용 논란 확산
병원 측 "직원 배제 후 블라인드 채용 진행"
"사회적 통념 등 고려해 타 부서 발령 결정"
순천향대 천안병원 새병원 전경
7일 개원한 순천향대 부속 천안병원 새 병원 전경. /순천향대 천안병원
최신식 건물과 의료장비를 갖추고 7일 개원한 순천향대학교 부속 천안병원이 '직원자녀 채용'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직원 자녀 특혜 채용'으로 뭇매를 맞은 상황에서, 비록 사립대학 부속병원이지만 공공성과 준공공성을 지닌 의료기관에 걸맞지 않은 채용행태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순천향대 부속 천안병원은 이날 개원식을 갖고 본격 운영에 돌입했다. 기존 병원 바로 옆 지상 15층·지하 5층·1000병상 규모의 새병원은 부지 4만5300.10㎡(1만3700평), 건축면적 13만6192㎡(4만1200평)에 주차용적 1039대, 옥상에는 응급환자 이송 헬리콥터 이착륙장까지 갖췄다.

이문수 병원장은 "새병원 개원은 지역의 의료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면서 "순천향대 천안병원이 첨단의료의 새로운 중심, 대한민국 의료문화의 새로운 품격을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서교일 학교법인 동은학원 이사장은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시스템, 서비스 등을 획기적으로 채운 새병원은 지역민들이 자부심을 느낄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며 "순천향이 청년들의 꿈을 실현하고 지역성장을 이끌어 지역민의 신뢰와 사랑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학교법인과 병원 수뇌부의 자화자찬과 달리 천안병원 구성원 사이에서는 다양한 불만이 표출하고 있다. 직원자녀 채용 논란과 병원시설 이전과정에서의 간호사 등 직원 동원에 따른 문제제기가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하고 있어서다.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천안병원 소속 직원이자 팀장인 A씨의 자녀가 A씨가 근무하는 부서에 신규 채용됐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면서 '품앗이 채용'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1호 의료법인인 순천향대 서울병원에서도 직원 자녀 채용 잡음이 일고 있어 채용 문제가 학교법인 산하 병원 전반에 걸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새병원 전경
7일 개원한 순천향대 천안병원 새 병원 전경. /순천향대 천안병원
최근 블라인드에 올라온 '이거 사실인가요?'라는 제목의 글에 따르면 작성자는 "제 친구가 천안병원 직원 채용 면접봐서 합격했는데 자기 아빠가 팀장이고, 결국 아빠 팀에 합격해서 다음 달부터 아빠가 팀장인 팀에 출근한대요"라고 썼다.

해당 글에는 수십개의 댓글이 달렸다. 글을 본 이들은 "학교법인이라 엄청 큰 문제 아닌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뛴 사람은 뭐에요?" "면접이나 채용 과정에 문제가 심각해보이는데 공정했는지 병원 측에서 감사나 해명이 필요할 듯 하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본지 취재 결과 천안병원 소속 직원 A씨가 근무하는 부서에 최근 A씨 자녀가 채용된 사실이 확인됐다. 천안병원 측은 직원 자녀 채용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A씨가 채용 과정에 관여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부정채용 의혹에는 선을 그었다.

천안병원 측은 서류접수 마감 후 A씨가 지원자 명단을 보다가 자녀의 지원 사실을 인지하게 됐고, 곧바로 인사 노무팀에 해당 사실을 알렸다고 해명했다. 병원 측 설명에 따르면 이후 인사 노무팀에선 '교직원의 가족 또는 특수 이해 관계인을 우대해 채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인사채용 규정과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팀장 A씨를 채용 심사에서 배제한 채 블라인드 채용 절차를 진행했다. 그럼에도 A씨 자녀는 서류평가와 전공면접, 최종 심층면접을 거쳐 A씨가 팀장으로 있는 부서에 최종 합격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병원 내부에선 한 부서에 부모와 자녀가 함께 근무하는건 인사평가 등에서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익명이 보장된 블라인드에선 천안병원에 대한 직원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한 글쓴이는 "면접에 참여하지 않고 절차적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았다고 한들 입사 후에는 어떻게 하느냐"며 "온 병원이 다 알게 될 텐데 자식이 제대로 근무할 수 있을거라고 보냐. 아버지로서 자식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다면 이쯤에서 그만두게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글쓴이는 "채용 과정도 문제지만, 아빠 팀으로 발령받고 배치되면 인사 및 근태관리·업무배정 등 공정하고 객관적이라고 자신할 수 있을까"라며 "이건 또 다른 불공정을 낳고 피해자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취재가 이어지자 천안병원 측은 직원과 그 자녀가 한 부서에서 근무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고 외부 노무법인의 법률 검토와 사회적 통념을 고려해 해당 직원을 타 부서로 이동 조처키로 했다고 밝혀왔다.

천안병원 관계자는 "이번에 채용된 직원의 경우 가족과 동일 부서에서 근무하는 것이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타 부서로 발령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병원에선 최대한 공정성 등을 고려해 팀장 배제, 블라인드 면접 등 투명성 있게 채용 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새병원 로비
7일 개원한 순천향대 천안병원 새 병원 로비. /순천향대 천안병원
하지만 불공정 논란을 떨쳐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비록 공공적·사회적 감시가 소홀한 사립대학 부속병원이라고 하지만 공공성과 준공공성을 지닌 의료기관 특성을 감안하면 공정성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에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동일 부서에 가족 간 근무하는 형태는 조직 내 이해충돌을 유발할 수 있고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피할 수 없다"며 "학교법인 산하 병원은 사실상 공공성과 준공공성을 지닌 기관으로 공정한 채용 원칙이 보다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직원자녀 채용 논란이 천안병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블라인드에서는 순천향대 서울병원 역시 직원 자녀 채용 의혹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천안병원 관련 블라인드 글에 따르면 "서울도 빈번합니다. 자기 제자. 자기 딸" 등의 댓글이 달려 서울병원에서의 직원 자녀 채용 폭로를 알렸고 실제 서울병원 구성원들 역시 친인척 채용에 대해 불편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본지가 확인한 서울병원 친인척 채용 사례는 최소 2건으로, 이들 모두 이 병원에서 행정 분야 등에서 상당 기간 근무한 이들의 자녀로 파악됐다. 병원 측은 직원 자녀 채용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직원들 사이에선 가족 등 친인척 채용에 대해선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이 이뤄졌는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친인척 채용 사례는 사립대학 병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9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10개 국립대병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0개 국립대병원에서 임직원의 친인척 1720명이 직원으로 채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서울대병원이 505명으로 가장 많았고, 전남대병원(344명), 부산대병원(183명) 등 순이었다.
정민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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