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키이우 지사 설립 등 선제 대응
"종전은 곧 경쟁 시작…물밑작업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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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사회의 중재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논의가 시작된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협상은 여전히 교착상태에 머물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기회를 노리는 우리 기업들의 기다림도 길어지고 있는데요. 최근 러시아의 전승절 휴전 선언과 맞물려 양국이 200여명의 포로를 교환하는 등 일시적으로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지만 종전 수혜가 기대되는 기업들의 주가는 대부분 약간 들썩이는 데 그쳤습니다.
가령 한국거래소가 공개한 HD현대건설기계의 주가 정보를 살펴보면 포로 교환 소식이 국내에 전해진 지난 7일 전날 대비 600원 상승한 6만9700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종전 협의가 막 시작된 2월 한 달 간 주가가 약 13% 상승하며 7만5000원으로 마무리했던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수치입니다. 일각에선 점차 시장과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다면 사업 동력도 꺾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그런데 정작 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시장의 무관심을 개의치 않는 눈치입니다.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며 오히려 말을 아끼기도 합니다. 종전 논의가 속도를 내다가 돌연 개전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기대감을 드러냈다간 '양치기 소년'이 될까 조심스럽다는 설명입니다. 한편으론, 민간 피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사업적으로 주목받는 것이 적절할지에 대한 윤리적인 고민도 묻어납니다.
무엇보다 우리 기업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국제정세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히 할 일을 해야한다는 입장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러우 전쟁의 종식은 그 자체로 '잭팟'이라기 보단 사업 기회를 둘러싼 경쟁의 시작"이라면서 "씨앗을 잘 뿌려놓은 기업들이 수확의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쟁 상황이나 시장 기대감이 들쑥날쑥하더라도 물밑 작업에 지속 나서는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대표적으로 HD현대건설기계의 모회사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선제적으로 지사를 설립하고 현재 정부 기관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LG화학도 최근 건축용 폴리염화비닐(PVC)의 수출라인을 유럽향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습니다. LS그룹도 그룹 차원에서 대응 중입니다. 지난달 키이우에서 현지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송배전망 등 인프라 지원안을 모색하기도 했죠.
우크라이나 재건에는 10년간 최대 750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발 불확실성과 성숙기 한계에 봉착한 일부 기업에겐 장기 성장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만큼 잠재력이 큰 시장입니다. 종전으로 가는 길에 다소 부침이 있을 지 모르지만, 우리 기업들은 평화와 함께 찾아올 수확의 시기를 차분히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