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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자 결탁 ‘총판’ 활동까지…도박 유혹에 빠진 청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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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은 기자

승인 : 2025. 05. 10. 08:00

인터넷 불법광고·친구 권유 등 청소년 도박 심각
지난해 실태조사, 청소년 4.3% "평생 1회 이상 도박"
시민단체 "도박 사이트, 계좌동결 등 강력 제재 필요"
무료영화사이트 불법도박배너
최신 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는 불법 사이트에 도박 관련 광고 배너가 게재돼 있다. 광고 배너에는 '가입 즉시 10만원 지급' 가입 첫 충전 40%'등의 홍보 문구가 쓰여 있다. /손영은 기자
#. 고등학교 1학년 A양(17)은 2년 전 최신 영화를 무료로 보기 위해 한 홈페이지를 열어봤다가 우연히 도박 광고를 접하게 됐다. 최신 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는 홈페이지의 상단에 '가입 시 1만 포인트 지급' 등의 문구가 적힌 광고 배너를 보고 순간 호기심이 든 A양은 배너와 연결된 홈페이지를 통해 간단한 가입 절차를 거쳐 1만 포인트를 얻었다. A양은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도박 게임에 포인트를 베팅해 2배의 수익을 얻었고,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다는 기능에 매료돼 이때부터 도박의 늪에 빠졌다. A양은 이날부터 홈페이지 가입 시 포인트를 자동 충전해주는 불법 도박 사이트를 찾아 다녔고, 현재까지 도박으로만 약 8000만원을 잃었다.

#. 무직인 B씨(22)는 4년 전 고등학교 2학년 시절 같은 반 친구를 통해 도박을 처음 접했다. 단짝 사이였던 C씨가 '같이 게임하자'고 B씨를 꼬드겼고 도박 자금도 빌려주겠다고 했다. B씨는 C씨의 제안을 뿌리치지 못하고 결국 30만원을 빌렸다. C씨는 갑자기 '나도 선배에게 돈을 빌렸다'며 B씨에게 주당 50% 이자율을 제시했고, 빌린 돈 눈덩이처럼 불어 한 달 만에 2000만원이 됐다. C씨는 B씨가 돈을 갚지 못하자 때리기 시작했고, B씨는 1년간 지속된 폭력에 학업을 중단해야만 했다. B씨는 이 당시 생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해 현재까지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청소년들의 도박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인터넷 불법 광고, 또래 친구들의 권유 등 다각화된 도박 유입 경로 탓에 청소년 도박은 교육 당국의 사각지대 속에서 교실을 위협하고 있다.

10일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 발간한 '2024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초(4∼6학년)·중·고교생 1만336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청소년 4.3%는 평생 1회 이상 도박을 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도박 시작 연령은 평균 12.9세로 집계됐으며, 도박을 하게 된 이유로 △재미 △또래 친구의 권유 △가족 등이라고 답했다.

도박을 하다가 경찰에 검거된 청소년도 늘고 있다. 경찰이 지난해 도박 혐의로 적발한 청소년은 총 564명으로, 전년 동기(169명) 대비 약 3.3배 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청소년 사이 도박이 확산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또래 친구들의 권유가 있다. 도박업자와 결탁한 학생이 '총판'으로 활동하며 또래 친구들을 상대로 도박 영업을 하고 있어서다. 도박업자들은 "친구들이 도박하는 만큼 수수료를 챙겨주겠다"고 제안하며 청소년들을 도박판으로 유인하고 있다. 총판의 활동은 도박 영업에서 끝나지 않고 영업 후에 사채를 유도하기도 한다.

아울러 청소년들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비용을 아끼고자 무료로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사이트를 찾다 도박에 빠지기도 한다. 주로 홈페이지 상단에 줄지어져 있는 도박 사이트 광고 배너가 문제다. '가입 즉시 10만원 지급' '가입 첫 충전 40%' 등 문구에 호기심을 가지게 된 청소년들은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도박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시민단체들은 청소년들이 도박으로 유입될 수 있는 경로를 좁히고, 도박 사이트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조호연 도박없는학교 교장은 "한 번 도박에 빠져 들면 사회로 다시 복귀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든다"며 "청소년을 단 한 번이라도 가입시킨 도박 사이트는 아예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장은 이어 "근본적으로 도박 사이트가 운영될 수 없도록 도박 거래에 사용되는 대포 계좌들을 동결해 버리는 것도 중요한 대책 중 하나"라고 부연했다.
손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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