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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로 의무지출 눈덩이인데…양곡법 등 ‘선심성 공약’ 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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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이정연 기자

승인 : 2025. 05. 12. 16:40

재량지출 폭 줄고 의무지출 느는데
공약 건전재정은 뒷전…재정 청사진 없어
ChatGPT Image 2025년 5월 12일 오후 03_33_29
/챗GPT
고령화로 향후 의무지출이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양곡관리법 개정' '아동수당 18세 미만까지 대상 확대' '태양광 햇빛연금' 등의 공약이 조기대선 국면에서 구체적인 재원 마련 계획 없이 발표되고 있다.

12일 정부의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전체 재정지출(의무+재량지출) 가운데 의무지출 비중은 올해 54.0%에서 2028년 57.3%까지 3.3%포인트(p)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급속한 고령화 영향에 따라 기초연금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의무적으로 쓰여야 하는' 법정 의무지출 소요가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이다.

현 상태에서 구조조정없이 우리나라의 의무지출은 곧 400조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무지출은 올해 365조6000억원에서, 2026년 391조4000억원으로 오른 뒤 오는 2027년 412조8000억원으로, 2028년 433조1000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정부가 자유롭게 편성할 수 있는 재량지출 비중은 올해 46.0%에서 2028년 42.7%로 3.3%p가 줄며 재정 운용의 폭은 계속해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5년간 의무지출의 연평균 증가율은 5.7%로 총지출 증가율(3.6%)을 상회한다. 재량지출 증가율은 1.1%로, 총지출 증가율을 밑돈다.

마땅한 세원 확보 방안이 없이 정책 집행을 위해 정부가 총지출 규모를 크게 늘리면 결국 국가채무를 늘려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다. 국가채무가 늘면 이자지출도 덩달아 부담이 커진다. 올해 이자지출은 29조4000억원으로, 30조원에 육박하며 총지출의 4.4%를 차지한다.

성장 기초체력에 비유되는 잠재성장률도 갈수록 내려앉으며 기업의 혁신과 파괴적 성장을 촉구할 지원 정책이 시급한 상황에서 '나라 곳간'인 재정 여력은 점차 바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빚을 져서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이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업데이트한 경제전망(Economic outlook)에서 OECD는 내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1.98%로 전망했다. 올해(2.02%)보다 0.04%포인트(p) 쪼그라든 것이다. 올해 한국의 1분기 성장률은 -0.246%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말그대로 위기 상황을 드러냈다.

한편 만성적인 저성장 길로 들어설지, 첨단산업 주도권을 쥘지 갈림길에 선 경제 상황에서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공약들이 남발되고 있다.

양곡관리법
지난 2023년 3월 23일 경기도 화성시 비봉면 수라청연합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관계자가 지난해 수매한 벼를 살펴보고 있다./연합
먼저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구조적인 쌀 공급과잉으로 촉발된 쌀값 폭락을 정부가 일부 차액을 보전해주고, 의무적으로 남는 쌀을 매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언뜻 농어촌 소득기여와 국민의 밥상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정부가 앞서서 차액을 보전하면 다른 작물 생산 등으로의 전환 노력도 더뎌질 수밖에 없다.

이상기후 등에도 안정적으로 농업 생산물을 키워낼 수 있는 스마트농업, 스마트 농업 기자재에 투자할 재원을 잠식하며 장기적으로는 기후플레이션 등에 대한 근본적 대책에 대한 미래 투자 재원은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각 분야에 인공지능(AI)을 결합시켜 산업 전환을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에서 전통 농업 방식만 고수하면 청년 세대가 진입할 양질의 일자리 창출 기회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앞서 학계 출신으로 관련 분야 전문가인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양곡법에 대해 재의요구권 행사를 요청하며 '농망법'이라고 일컫기도 했다.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점진적으로 18세 미만까지 확대하는 정책을 두고도 금액 상향없이 현행 10만원을 유지해도 연평균 4조8000억원이 더 드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리즈인 햇빛연금·바람연금 등의 정책도 결국엔 한전이 비싼 가격에 에너지를 사들여 주민 소득에 기여하는 방식이라 자칫 소비자에 인상 부담이 전가되거나, 공공부문 부채를 늘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올해 한국의 신용등급을 지난 전망과 같이 유지하면서도 대규모 비금융 공기업(NFPE) 부문의 부채가 한국의 재정 상황을 제약한다고 진단한 바 있다. 정부가 한전(KEPCO), 한국가스공사(KOGAS) 등의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가격을 경제적인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간한 4월 '재정점검보고서(Fiscal Monitor)'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54.5%로 전망된다. 이는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비기축통화국 11개국의 평균치 54.3%를 처음으로 넘어서는 수치다.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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