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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채우기에 급급한 전공의 복귀...의료 개혁은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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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환 기자

승인 : 2025. 05. 14. 16:16

"200명 복귀로는 역부족"
"필수의료 처우개선 시급"
"근본 해결 없인 또 이탈"
이어지는 의정갈등<YONHAP NO-4753>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연합
대한수련병원협의회가 전공의 '5월 추가 모집'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인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단순한 인력 복귀를 넘어 근본적인 의료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복귀 의사를 밝힌 인원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의료 시스템 개선 없는 복귀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수련병원협의회는 전날까지 진행한 전공의 복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정리해 보건복지부에 전달했다.

설문에서는 약 200명 안팎의 전공의가 즉시 복귀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있으나, 이는 사직한 전체 1만여 명 중 일부에 불과하다. 이 정도 인원은 여러 진료과와 연차를 모두 합해도 대형병원 기준 1개 병원, 지방 종합병원 기준으로는 1.5~2개 병원의 전공의 인력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현재 논의의 중심은 '조건부 복귀'에 있다. 복귀를 희망하는 전공의들은 군 복무 중인 사직 전공의들의 제대 후 복귀 보장, 5월 복귀 시 수련 인정, 필수의료 정책 재검토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조건들에 대한 정부의 수용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단순한 인력 복귀를 넘어 의료시스템 전반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필수의료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의료 체계에서는 역설적으로 피부과, 성형외과 같은 비교적 덜 위험한 진료과가 중환자실, 응급의학과, 흉부외과 등 생명을 다루는 과보다 수입이 높은 구조가 형성돼 있다. 이러한 불균형이 우수한 인재들의 필수의료 기피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의료 수가의 현실화도 필수적이다. 한국의 의료 수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으로, 의료진이 양질의 서비스 제공에 집중할 수 있는 적정 보상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현행 수가는 의료행위의 위험도와 난이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필수의료 영역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과도한 업무 강도와 열악한 근무 환경도 개선이 필요하다.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주 100시간이 넘는 과중한 근무시간과 열악한 근무환경이었다. 의료진이 신체 노동자가 아닌 전문 의료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의료 전달체계 개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한국 의료시스템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은 의료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을 초래하고 있다. 1차 의료기관부터 상급종합병원까지 명확한 역할 분담을 통해 의료 자원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한 구조로 재편이 필요하다.

현행 규정상 전공의들은 수련 공백이 3개월을 넘으면 전문의 시험 응시 자격을 잃는다. 3월에 수련이 시작됐으므로 이달 말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응시 기회가 사라진다. 정부가 5월 추가 모집을 허용할 경우 복귀 전공의들은 내년 2월 시험 응시 후 추가 수련을 통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현재 복지부 측은 협의회의 공식 건의를 받아 검토 후 추가 모집을 결정한다는 의사만 밝혔으며, 의료계가 요구하는 근본적 개혁에 대한 구체적 언급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의료정책 전문가는 "현 시점에서는 복귀 인원 숫자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한국 의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종합적 개혁이 필요하다"며 "본질적 문제가 외면된 채 '숫자 채우기'식 접근이 계속된다면, 일시적으로 복귀한 전공의들마저 다시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김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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