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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군사작전처럼 준비된 미, 한국 배터리 공장 급습...한국 기업의 대미투자에 악영향 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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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5. 09. 07. 08:26

AP "조지아주 최대 경제 프로젝트에 최대 규모 단속, 이민 단속 적발 소수 한국인 다수 억류"
NYT "대미 투자 한국 기업들 불안"
허정 국제통상학회장 "한국 기업의 우려 촉발"
ICE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등이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으로 출동하고 있다./ICE 영상 캡처
지난 4일(현지시간)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미국 이민 당국의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급습은 치밀하게 계획됐다.

미국 당국은 배터리 공장에 대한 수색 영장을 조지아주 남부지법으로부터 8월 31일 발부받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25일 백악관에서 서로를 칭찬하고, 더 깊은 협력을 논의한 지 며칠 만이라는 점에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목했다.

◇ 특별 군사작전처럼 치밀하게 진행된 미 당국의 현대차-LG엔솔 배터리 공장 급습,

WSJ은 이번 단속이 한국 정부 관리들과 현대차를 놀라게 했고, 한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한국 정부 관리를 인용해 전했다.

영장은 공장이 있는 조지아주 남부지법의 크리스토퍼 레이 판사가 발부했으며 수색 대상이 인터뷰·서류 검토·출입국 서류 분석·신원 조회 등 수개월에 걸친 조사를 거쳐 선정된 것임을 보여준다.

영장은 당국에 미국 연방법 '서류 미비 노동자 불법 고용' 위반과 관련한 증거 압수 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현재 및 전 직원의 고용 및 출퇴근 기록·급여 문서·노동자 신분증·현장의 감시 영상 및 사진, 컴퓨터·전자기기, 계약업체 및 협력업체의 채용 관행 입증을 위한 문서 등을 대상으로 지목했다.

영장은 배터리 공장을 포함한 조지아주 엘라벨의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체 부지를 지목했지만, 실제 단속은 현대차 전기차 제조시설에 대해선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곤 ICE·국토안보수사국(HSI)·연방수사국(FBI)·노동부·국경순찰대·국세청·마약단속국(DEA)·조지아주 순찰대 등 합동 단속반은 4일 오전 10시 45분께 헬기·군용차 등을 동원해 특별 군사작전을 하듯이 공장을 급습, 한국인 300명 이상 등 475명을 체포했다.

HMGMA 캠퍼스 내 리튬 배터리 제조 공장 건설 현장에 있던 한 노동자는 연방 요원들이 마치 "전쟁터인 것처럼" 들이닥쳤다고 말했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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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단속 요원들이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불법체류·고용 단속 작전을 펼치고 있다. /ICE 홈페이지 캡처
◇ 단기 방문비자·ESTA 비자로 현장 교육 담당 한국 국적자 300여명 체포
AP "조지아주 최대 경제 프로젝트에 20년 사상 최대 규모 단속, 이민 단속 적발 소수 한국인 다수 억류 특이"

HSI 소속 스티븐 슈랭크 조지아·앨라배마주 담당 특별수사관은 5일 브리핑에서 이번 단속이 최근 HSI 역사상 가장 큰 규모였다며 체포된 475명에 대해 "미국에 불법적으로 체류 중이거나, 체류 자격을 위반한 상태에서 불법적으로 일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중 일부는 미국 국경을 불법으로 넘었고, 일부는 비자 면제 프로그램(VWP)을 통해 입국했으나 취업은 금지된 상태였으며, 다른 일부는 비자가 있었지만, 체류 기간을 초과한 경우였다"고 설명했다.

LG엔솔 협력사 현지법인의 한 관계자도 구금된 한국 직원들의 비자 지위와 관련, "B1·B2(단기 방문비자), ESTA(VWP에 따른 전자여행허가)로 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 관리는 한국 국적자들 대부분이 B1 등 연수 목적에 적합한 비자를 받았으며 이 중 많은 한국인이 교육 담당으로 일하고 있었다고 밝혔다고 WSJ은 전했다.

미국 당국은 현지 취업이 불가능한 방문비자로 입국해 일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AP통신은 이번 단속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량 추방 어젠다의 일환으로 실시됐지만, 그 규모가 크고, 오랫동안 조지아주 최대 경제 개발 프로젝트라고 불러온 제조 현장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점, 한국 국적자가 다른 국적자에 비해 이민 단속에 걸리는 경우가 드문데, 이번에 많이 억류됐다는 점에서 특이하다고 평가했다.

ICE에 따르면 2024년 9월 30일까지 12개월 동안 추방된 27만여명 가운데 한국인 추방자는 46명에 불과했다고 A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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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단속 요원들이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불법체류·고용 단속 작전을 펼치고 있다. /ICE 영상 캡처
◇ 미 아시아태평양 코커스 의원들 "유색인종 이민자 표적"

다만 이번 단속이 유색인종 이민자를 표적으로 삼았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의회 아시아·태평양 아메리칸 코커스(CAPAC) 소속 의원들과 앤디 김 민주당 상원의원(뉴저지주), 그리고 조지아주 민주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 5명 등 20명은 6일 성명에서 "최근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에서 발생한 이민 단속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폭력 범죄자를 대상으로 삼는 대신 대규모 추방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터와 유색인종 지역사회의 이민자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 허정 국제통상학회장 "대미 투자 한국 기업의 우려 촉발"...NYT "한국 기업 불안케 해"

아울러 이번 사건으로 인해 한국의 대(對)미국 투자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WSJ은 "불법 이민 단속과 미국 제조업 재건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2개 핵심 정책이 예기치 않게 충돌했다"며 "이번 현대차 단속이 미국에 한국 인력을 파견하고, 현지 공장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허정 한국국제통상학회장·서강대 교수)"고 경고했다.

허 회장은 이러한 단속이 반복되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한·미 간 신뢰를 훼손하고, 산업 협력 저해하며 지역사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단속이 무역 관계의 민감한 시기에 이뤄져 미국 투자 한국 기업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며 "한국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 투자를 장려하면서도 무거운 관세를 부과하고, 비자 할당을 대폭 강화해 부품을 운송하고, 공장을 건설한 기술자를 찾는 게 더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게 만드는 특별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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