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질문을 공유한 48시간, 민간 네트워크가 연극의 경계를 확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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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 개막식 프로그램으로 펼쳐진 '48시간 연극제'는 이 축제가 지향하는 민간 교류의 성격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 기획이었다. 한국과 중국에서 각각 선발된 청년 창작자들이 같은 조건에서, 같은 시간 안에서 작품을 완성해 발표하는 형식은 경쟁이 아니라 교류를 중심에 둔 구조였다. 한국에서는 지난 7월 서울 실연 심사를 통해 세 개 팀이 최종 선정되었고, 중국도 자체적인 선발을 통해 청년예술가 팀을 꾸렸다. 이 두 흐름이 상하이에서 합류했다. 서로 다른 도시에서 출발한 창작자들이 동일한 제약과 환경 아래 하나의 교류 플랫폼을 만들어낸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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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48시간 연극제의 형식은 이러한 파트너십이 만들어낸 민간교류의 특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참가 단체에게 주어진 조건은 단순했다. 주제 키워드만을 받은 뒤 48시간 안에 15분짜리 작품을 기획하고 제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짧은 시간은 오히려 창작의 밀도를 높였고, 각 팀은 시간의 압박 속에서 무엇을 중심에 놓고 무엇을 덜어내야 할지 명확한 판단을 내려야 했다. 기획, 오브제 준비, 사운드 구성, 리허설까지 모든 단계가 동일한 시간 안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창작자 개개인의 감각과 팀워크는 작품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민간이 설계한 형식답게, 제도적 절차보다 창작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 먼저 놓였다.
한국에서 올라간 세 작품 중 대경대학교 연기예술학과의 창작극 'C-666'은 관객과 관계자 모두에게 현장에서 특히 주목을 받았다. 작품은 환경오염 문제를 중심에 두었지만, 설명적 언어 대신 몸과 소리, 물질의 변화로 서사를 확장했다. 배우들은 대사를 최소화한 채 움직임과 오브제의 조합으로 환경 파괴의 이미지를 구축했고, 일상 속 전기 남용이나 패스트패션처럼 익숙한 문제들을 현장에서 다시 체감하게 만드는 무대 구조를 선택했다. 이러한 시도는 단순한 메시지 전달이 아니라, 환경 문제를 움직임과 오브제로 풀어내려는 창작적 시도가 돋보였다.
이 작품이 더욱 화제를 모은 이유는 작품 구성의 일부였던 폐기물 오브제를 무대에 활용하기 위해 팀이 약 10kg의 폐기물을 한국에서 일일이 챙겨 상하이까지 직접 운반했다는 사실이었다. 대형 캐리어 안에 담긴 폐기물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작품의 문제의식을 실제로 수행하려는 선택이었다. 공연 마지막 장면에서 거대한 쓰레기 더미가 무대 앞으로 쏟아지는 순간은 관객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고, 작품은 폐막식에서 드라마상 대상을 수상했다. 수상 자체도 의미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작품을 통해 드러난 청년 창작자들의 감각이 이번 연극제의 분위기를 상징처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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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창작자들이 현장에서 서로의 작업을 관찰하며 교류한 경험은 이번 프로그램의 핵심 성과로 꼽힌다. 이훈경은 특히 서로 다른 창작 언어가 충돌하면서 생겨난 활기를 중요한 지점으로 짚었다. 그는 "청년 창작자들이 서로의 다른 예술적 결과물을 보며 다양한 시각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라고 설명하며, 서로의 차이를 흥미롭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현장에서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이어 "스스로의 작업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예술적 교류의 필요성을 실제로 체감한 자리였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은 이번 프로그램에서 드러난 상호학습의 의미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한국 팀을 이끌고 현장을 운영하는 과정에서도 그는 교류의 방향을 섬세하게 살폈다. 상하이와 서울 양측의 협력 체계가 자리 잡기까지 여러 조율이 필요했는데, 그는 그 기반에 대해 "상하이 라뤠민 대표는 한국 예술가들의 예술적 영감과 열정을 상당히 존중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호 신뢰가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청년 창작자들이 만나는 구조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그 에너지가 중국 청년 예술가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늘 있었습니다. 그런 흐름 속에서 오랜 소통을 거듭하며 '한중 청년주간'이라는 구상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향후 확장 계획에 대한 그의 언급은 이번 교류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다음 단계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는 "27년부터는 상하이뿐 아니라 서안이라는 지역으로 확장해 대학생연극제와 청소년 연극제를 함께 교류할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48시간 연극제의 구조 자체에 대해서도 "참여 연령대를 더 넓히고 단체도 늘려, 한국과 중국 청년 창작자들이 직접 한 작품을 함께 만드는 방식도 논의 중입니다"라고 설명하며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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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주도로 운영된 이번 교류는 제도적 구조에서 쉽게 구현하기 어려운 유연함을 보여주었다. 현장에서 쌓인 신뢰와 반복된 경험이 교류의 기반을 만들었고, 그 기반 위에서 창작자와 도시를 연결하는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되었다. 앞으로의 확장 방향이 어떻게 구체화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해의 경험은 다음 무대를 위한 충분한 발판이 되었다. 청년 창작자들이 이번 교류를 계기로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는 과정은 향후 한중 민간 문화교류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이 흐름 위에서 더 많은 청년 예술가들이 또 다른 방식의 창작과 교류를 시도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