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인터뷰] 최호정 서울시의장 “‘현장이 답’, 남은 임기 총력”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4.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214010007290

글자크기

닫기

박지숙 기자

승인 : 2025. 12. 14. 14:32

광역의회 68년 만의 첫 여성의장
현장민원과 신설, 210건 현장조사 추진
경력인정서 발급 추진…"가사돌봄, 사회적 기여로 인정해야"
지방의회법 제정도 과제…내년 지방선거 "선당후사 정신"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 인터뷰4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이 지난 3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장실에서 진행된 본지와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지난 12년 동안 고마운 마음밖에 없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분위기가 어수선하지만 저라도 끝까지 시의회를 지키면서 서울 시민들께 도움되는 조례나 정책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12년 동안 서울특별시의회를 지켜온 최호정 제11대 서울시의장은 광역의회 68년 만의 첫 여성의장으로서 '현장 중심 의정'을 기치로 내걸고 의회 조직을 혁신해왔다. 광역의회 최초로 현장민원과를 신설해 시민 민원을 현장에서 직접 해결하고, 서울시 가사돌봄노동 경력 인정 조례를 발의하는 등 혁신적 정책을 추진했다. 시도의회의장협의회 회장으로서 지방의회법 제정을 주도하면서 지방의회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앞장서고 있는 최 의장을 만나봤다.

최 의장은 지난 3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현장이 답'이라는 마음으로 끝까지 뛰겠다"며 "의회가 현장에 나타나는 순간 시민이 바라는 변화가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민선 5·6기 당시 제8·9대 시의원으로 활발하게 시정활동을 펼쳤던 최 의장(서초구 제4선거구)은 민선 7기 낙선의 고배를 마시고 절치부심 끝에 민선 8기인 제11대에 다시 시의회에 입성해 의장에 취임했다. 최 의장은 광역의회 최초로 현장을 의회 조직 시스템으로 편입시킨 '현장민원과'를 신설했다. 지난 10월 말 기준 현장민원과 출범 이후 현장조사만 210건을 실시했고, 의회 접수 민원의 6분의 1 이상을 현장에서 해결했다. 민원해소자문단과 관련 부서, 민원인이 함께하는 간담회도 200회 이상 개최했다.

최 의장이 특별히 강조한 것은 가사·돌봄노동에 대한 가치 증진이다. 오는 18일 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심사가 예정된 가사·돌봄노동 경력 인정 조례안은 최 의장 당사자의 경험이 담긴 의안이다. 그는 "신문기사를 읽다 보면 종종 '가사와 돌봄으로 쉬는 여성'이라는 표현을 만난다"며 "언론에서조차 가사와 돌봄을 쉼이라 이야기하는 건 단순한 오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인식의 실체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최 의장은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가정을 지키는 일만큼 귀한 일이 없다고 배우며 자랐고, 전업주부로서 아이와 가정을 돌보는 일에 자긍심도 컸다. 하지만 정치를 하려고 보니 가사와 돌봄은 경력이 아닌 공백이었다"며 "이에 가사·돌봄노동을 진짜 경력으로 바꾸는, 첫 조례를 발의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조례의 핵심은 '경력인정서'다. 최 의장은 "가사돌봄을 노동으로 호명하는 조례는 기존에도 있었지만, 선언만으로는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취업을 하려면 경력증명서가 필요한 것처럼 서울시장 명의의 경력인정서를 발급해 실제 재취업 등의 과정에서 경력을 실질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 인터뷰2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이 지난 3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장실에서 진행된 본지와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재훈 기자
◇ "가사·돌봄노동, 진짜 경력으로 인정받아야…지방의회법 제정도 과제"
광역의회 68년 만의 첫 여성의장이라는 타이틀에 대해 최 의장은 "개인적으로는 영광스럽지만 그 영광이 책임으로 이어지는 거잖나"라며 무거운 책임의식을 나타냈다. 그는 "제가잘 해야지 다음에 제 뒤에 오는 여성 후배들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최 의장은 시도의회의장협의회 첫 여성회장으로서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참석했을 때의 경험을 언급했다. "국가 전체의 이해를 논하고 국민 전체의 의사를 대변하는 회의임에도 참석자 대부분이 남성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의 시선을 정치와 정책에 접목할 때 서울은 모두가 행복한 다양성의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다"며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의정경험을 공유하는 이유도 첫 여성의장이 마지막 여성의장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시도의회의장협의회 제19대 회장으로도 선출된 최 의장은 "지방의회법을 통과시키는 게 저의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지방의회는 지방의회법이 따로 없다. 국회는 국회법이 있는데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법 내에 있어서 약간 세(貰) 들어 살고 있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자치도 30년을 맞이해서 지방의회도 독립된 법을 가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 의장은 "시의회에는 인사권만 있고 조직권, 예산편성권, 감사권이 없다. 서울시가 서울시 의회 예산을 편성해야 하고, 감사도 서울시의 감사위원회에서 한다"며 "인사권은 독립됐는데 다른 것들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산권, 조직권, 감사권을 지방의회법에 넣어서 완벽한 지방의회의 독립된 법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방의회법안을 국회에 건의했고, 정부도 지방의회법 제정을 국정과제로 지정했다"며 "내년 상반기 중에는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 의장은 민생경제 안정에 대해 "의회가 쓸 수 있는 수단 자체는 많지 않다"면서도 "물가와 환율은 글로벌 경제와 연동되는 것이라서 예산 지원을 통해 완충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년도 예산 심사에서 소상공인 종합지원예산 311억원과 신규 융자 487억원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최 의장은 "최근 소상공인의 가장 큰 고충으로 꼽는 배달 수수료 부담을 낮출 공공배달서비스 사업 확대 방안도 전향적으로 살피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청년 AI교육과 중장년 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 인터뷰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이 지난 3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장실에서 진행된 본지와 인터뷰에서 답변 도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정재훈 기자
◇ "임기 마무리, 감사한 마음 뿐…내년 지방선거, '선당후사' 정신"
최 의장은 의장 취임 후 집무실 안에서 보낸 시간을 "손에 꼽을 정도"라며 "현안이 있으면 일단 현장부터 찾았다"고 밝혔다. 이날도 과로로 수액치료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시청에서 안 되는 민원이 우리에게 오는데, 그걸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드릴 때가 가장 힘들다"며 "서울시에도 혹시나 갑질로 비칠까봐 세밀하게 검토해달라고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0%만 해결해도 저는 감사한 마음"이라며 "현장 민원이 해결될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3선 서울시의원으로 마지막 임기를 보내고 있는 최 의장은 "임기가 끝날 때가 되니 새삼 이런 곳에서 일할 수 있었다는 자체에 감사함을 느꼈다"며 "그동안 너무 당연해서 고마운지도 모르고 살았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특별한 계획은 없다"며 "지금 막중한 자리에서 내년 6월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의장은 내년 지방선거 역할에 대해 "당에서 지금까지 저를 오랫동안 공천해준 만큼, 그 경험을 갖고 당과 시민을 위해서 봉사할 수 있는 거라면 어떤 자리라도 하겠다"며 '선당후사'의 정신을 강조했다.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 인터뷰3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이 지난 3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장실에서 진행된 본지와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정재훈 기자
박지숙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