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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 무스카트의 담판’… 미-이란, 항공모함 대치 속 6일 고위급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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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2. 05. 08:31

장소 논쟁에 이어 안개 속 의제 전쟁
'핵'만 논의하려는 이란 vs '미사일'까지 다루려는 미국
"하메네이는 매우 걱정해야"…트럼프식 '화전양면' 압박
중동 리스크에 유가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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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군의 니미츠급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호가 2012년 4월 15일(현지시간) 아라비아해를 항해하고 있다./AFP·연합
미국과 이란이 일촉즉발의 군사적 긴장 속에서도 외교적 해결을 위한 '마지막 통로'를 열기로 했다.

양국은 오는 6일 오전 10시(현지시각·한국시각 오후 3시) 오만 무스카트에서 고위급 협상을 개최하기로 4일 합의했다.

◇ 미-이란, '이스탄불 거부'한 이란, 오만에서 단판 승부 노린다

이번 회담은 개최 확정 직전까지도 장소와 형식을 둘러싼 기싸움으로 인해 좌초 위기에 처해 있었다.

당초 회담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았으나, 이란 측이 장소 변경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란이 회담 장소를 오만으로 옮겨 달라고 요구한 배경에는 협상 의제 범위를 핵 프로그램의 미래로 제한하려는 시도가 깔려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분석했다.

이란은 오만을 과거 미국과의 핵 협상을 중재해 온 신뢰할 수 있는 역사적 중재자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미 복잡한 협상을 더 장기화·복잡화할 수 있는 역내 국가들의 개입을 배제한 미국과의 양자 협상 구도를 선호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이란이 "튀르키예에서 오만으로 장소를 옮기고, 역내 국가의 참여를 배제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한때 이를 거부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으나, 사우디아라비아·오만 등 중동 우방국 정상들이 설득하면서 "일단 만난다"는 쪽으로 최종 정리됐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Iran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부 장관(왼쪽)이 2023년 5월 11일(현지시간) 스티브 윗코프 미국 대통령 특사와의 협상을 위해 오만 무스카트에 도착해 오만 관리(가운데)와 무사 파르항 오만주재 이란 대사의 영접을 받고 있다./이란 외무부 제공·AP·연합
◇ "하메네이는 매우 걱정해야"…트럼프식 '화전양면' 압박

협상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향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이날 NBC 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겨냥해 "매우 걱정해야 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우리와 협상하고 있다"며 협상 국면을 열어두되 군사적 압박을 늦추지 않는 '트럼프식 화전양면 전술'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발언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로이터는 최근 며칠간의 갈등이 "회담이 실제로 열릴지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고, 트럼프의 '타격 위협'이 실행될 가능성도 남겨뒀다"고 진단했다.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서도 언제든 군사 행동 옵션을 꺼내 들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Iran Daily Life
이란 시민들이 4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시아파 무슬림들이 종말에 돌아와 폭정을 종식시키고 정의를 실현할 보편적 개혁자로 믿는 9세기 성자 이맘 마흐디(은둔한 이맘)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정부가 주최한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AP·연합
◇ '의제 전쟁', '핵'만 논의하려 이란 vs '미사일'까지 다루려는 미국

이번 무스카트 회담의 가장 큰 난제는 논의 의제다. 양측은 장소 합의에는 도달했으나, 의제 설정에서는 여전히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날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려면 특정 사안이 포함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가 거론한 사안은 △ 탄도 미사일의 사정거리 △ 역내 테러 조직 지원 △ 이란 국민 대우 등이다.

이란은 미사일은 협상 불가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란 고위 관리는 이란 미사일 프로그램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off the table)"라고 밝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란은 이번 회담을 철저히 '핵 회담'으로 국한하려 하며, 이를 통해 시급한 경제 제재 완화를 얻어내려 하고 있다.

이와 관련, 로이터는 트럼프 행정부가 △ 우라늄 농축의 영구 중단 △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제한 △ 역내 무장세력 지원 중단 등을 요구해 왔고, 이란 지도부는 이 가운데 탄도미사일 문제가 우라늄 농축보다 더 큰 장애물로 인식하고 있다고 보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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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선적 유조선 '스테나 임페러티브'호가 2023년 8월 3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벡주 퀘벡시를 항해하고 있다./로이터·연합
◇ 협상 중에도 드론 격추…불붙은 중동 리스크에 유가 요동

외교적 대화가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의 군사적 지표는 매우 위태로운 수준이다. 로이터·FT는 미군이 최근 역내에 항공모함 전단과 추가 전력, 방공 체계를 전개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전날 위성 이미지를 분석하고, 미국 국방부 관리들을 인용해 미군이 수십 대의 군용기를 전진 배치하고 항모를 포함한 총 12척의 군함을 중동 해역에 집결시켰다고 전했다.

특히 같은 날 미군 F-35 전투기가 아라비아해에서 니미츠급 항공모함인 에이브러햄 링컨호 '공격적으로 접근한' 이란 샤헤드-139 드론을 격추했다고 미군 중부사령부가 밝혔다.

이로부터 몇 시간 뒤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 병력이 미국 국적 유조선 '스테나 임페러티브(Stena Imperative)'를 위협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러한 긴장은 곧바로 국제 금융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과 이란의 긴장 장기화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며 원유 ETF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 성과 없는 만남일까, 극적 반전일까…안개 속 '무스카트'

6일 무스카트 회담에는 스티브 윗코프 미국 대통령 특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참석한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종전 협상을 중재하는 미국 측 대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회담이 단번에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루비오 장관은 "이들(이란)과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확실치 않지만, 우리는 알아보려 시도할 것"이라며 "무언가 해결할 것이 있는지를 알아보려 시도하는 것이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FT는 루비오 장관이 협상을 통해 전쟁을 피하려는 시도가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에 의구심을 던졌다며 미국과 이란이 미사일·인권 등 의제 범위를 두고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도 양측이 회담 장소에는 합의했으나, 의제에서 공통 분모를 찾았다는 징후가 없다며 이번 회담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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