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시진핑, 트럼프와 ‘헤어질 결심’...WSJ “미중 경제, 결별 시작...中 지도부, 결심”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4.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206010002551

글자크기

닫기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2. 07. 00:01

미중 '경제적 분리' 가속…디커플링 결심 중국, 거리 두는 미국
WSJ "미중, 민감 분야서 '관리 결별' 시작"
반도체·희토류·대두에서 구조적 분리 현실화
미중 정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25년 10월 30일 김해국제공항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후 회담장을 떠나고 있다./로이터·연합
미국은 중국과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완화)을 생각하고 있지만, 중국 지도부는 이미 '헤어질(디커플링(decoupling·분리) 결심'을 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국안보가 갈라놓은 미·중 경제, '지저분한 결별'의 시작

WSJ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 관계가 반도체·식량·에너지 등 현재 국가안보 문제로 간주되는 민감한 사안을 중심으로 지저분한 결별로 돌진하고 있다"며 "중국 지도부는 두 경제의 분리, '디커플링' 또는 '위험 완화'라고 불리는 '풀림(disentangling)'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행정부는 중국을 경쟁 상대로 규정하고,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을 추구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중국 지도부는 '디커플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미국 경제와의 '분리'인 '풀림'을 각오하고 있다는 의미다.

딥시크
2025년 5월 4일 중국 동부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시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기술 박람회에서 사람들이 인공지능 모델 '딥시크(DeepSeek)'를 작동해 보고 있다./신화·연합
◇ 1만2000km를 가로지르는 결별의 현장, 중국 대두와 미국 부품

WSJ는 세계 2대 경제(G2)의 경제적 '풀림'의 사례로 양국의 산업을 들었다.

WSJ에 따르면 중국 동북부 곡창지대에서는 정부로부터 대두 재배 보조금이라는 윈드폴(windfall)을 얻는 농부들이 늘고 있다. 이는 미국으로부터의 경제적 독립을 선언하기 위한 약 1조 달러 규모의 국가적 노력의 일부다.

그곳으로부터 7500마일(1만2070km) 떨어진 미국 밀워키에서는 산업 부품 제조업체 허스코(Husco)가 미국 공장에서 중국산 부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무기로 수입을 줄이고 미국 제조업 부활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고객들은 더 나아가 부품 등 '중국에 대한 노출 제로(0)'를 요구하고 있다고 오스틴 라미레즈 허스코 최고경영자(CEO)가 전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과 중국 정부 전반에 자리 잡은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WSJ는 해석했다.

미중 정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25년 10월 30일 김해국제공항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후 회담장을 떠나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AFP·연합
◇ 서방 '하위 파트너' 거부 중국, 디커플링의 속도 조절

중국 지도부의 분리 결심은 중국이 더 이상 서방의 '하위 파트너(junior partner)'가 되지 않겠다는 오랜 야망을 실현하는 과정으로 저가 상품을 미국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미국의 자본과 기술로 기술력을 축적하던 중국 정부의 수십 년 된 정설과 단절이라고 WSJ는 규정했다.

어느 쪽도 모든 무역을 끝내려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과의 격렬한 경쟁이 이제 중국 경제 전략의 주요 동인이 됐으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이 경쟁에서 이길 결심을 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외교관 출신인 사라 베란 '매크로 어드바이저리 파트너스' 파트너는 "지난 1년 동안 중국은 미국을 동등한 경쟁자(peer equal)로 보기 시작했으며, 디커플링을 받아들이고 그 속도를 통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두
미국 인디애나주 베베이 오하이오 강변에 있는 석탄 화력발전소인 켄터키 유틸리티스 겐트 발전소 앞에 있는 대두 밭으로 2017년 9월 22일(현지시간) 찍은 사진./로이터·연합
◇ 중국의 1조달러 자급 전략과 미국의 '경제적 독립'

WSJ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24년 초 이후 농업·에너지·인공지능(AI)용 반도체의 자급자족을 위해 약 1조달러를 배정했다. 이러한 전략(playbook)은 이미 중국이 친환경 에너지와 전기차 부문에서의 강국으로 진화하는 데 기여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 H200 칩의 중국 판매를 승인한 사례에 대해 미국의 기술적 우위를 수익화(monetize·화폐화) 하면서도 최첨단 기술은 통제하는 선택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에서는 미국 기술로부터의 궁극적 독립을 가속하는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2025년 국가안보전략(NSS) 지침 문서는 미국이 경제적 독립을 회복할 것이며, 대(對)중국 무역은 "균형을 이루어야 하며 비민감(non-sensitive) 요인에 집중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미국의 '경제적 독립', 중국의 '자급자족' 표현은 '디리스킹'이라는 완화된 개념보다 구조적 '분리' 방향을 강조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 공급망과 관세 영역 등에서의 '분리'는 이미 진행 중이다.

미국은 전자제품과 군사 장비에 필수적인 희토류 등 중국산 전략 자원의 의존을 끊는 것을 목표로 설정해 일본·멕시코·유럽연합(EU)과 협력해 중국의 지배력에 맞서기 위한 '우대 무역 지대(preferential trade zones)' 설정에 합의했다고 WSJ는 전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4일 미국 워싱턴 D.C. 국무부 청사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을 비롯해 한국·일본·인도·호주 등 총 54개국 대표단과 EU 집행위원회 관리를 초청해 J.D.밴스 부통령·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주도로 핵심광물 장관회의를 개최하고 '핵심광물 무역블록'을 결성했다.

2025년 말 기준 미국 수입품 중 중국의 점유율은 약 7.5%로 하락하며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20년의 성장 추세가 끝났다.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양국이 "가능한 한 서로로부터 멀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엔비디아 칩
젠슨 황(중국명 황런쉰·黃仁勳)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025년 5월 19일 대만 타이베이(臺北)의 국립대만대학에서 행한 '컴퓨텍스 타이베이 2025'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로이터·연합
◇ 미·중 디커플링 격전지, 반도체

WSJ는 반도체·에너지·농업을 디커플링의 최종 시험대로 제시했다. 중국은 반도체 분야에서 '빅펀드(Big Fund)'로 불리는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을 통해 2024년 475억달러를 조달했다. 이 기금은 과거 칩 공장 건설에서 이제는 외국에 의한 초크포인트(chokepoint·병목)로 남아있는 전문 장비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최첨단 노광 장비 획득이 제한되자 수직 적층(vertical stacking) 방식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는 메모리와 프로세서 등 서로 다른 유형의 칩을 층층이 쌓아 올려 가장 작고 제한된 트랜지스터 없이도 전력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중국 정부는 향후 5년 이내에 반도체·소프트웨어(SW)·고급 기계·의료 기기·첨단 소재·바이오 제조 등 6개 핵심 분야에서 '결정적인 돌파구(decisive breakthroughs)'를 촉구하고 있다. 허리펑(何立峰) 국무원 부총리는 차세대 첨단기술 산업 개발이 "강대국 경쟁에서 전략적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내재적 요구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산 대두 하역
중국 근로자들이 2018년 3월 22일 중국 장쑤성(江蘇省) 난통(南通)항구에서 미국산 대두를 하역하고 있다./AP·연합
◇ 에너지·대두, 국가안보의 최종 시험대

에너지 부문에서 중국은 2024년 약 9400억달러의 청정에너지 투자를 기록했다. 미국 등으로부터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해안을 따라 수십 개의 원자력 발전소를 계획하고 있으며, 내륙에서는 거대한 수력 및 태양광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 축출과 이란에 대한 군사 옵션 고려 등으로 자급자족의 긴급성은 더욱 강화됐다.

식량 분야에서 대두는 미·중 간 무역협상의 최대 품목 중 하나로 현대 무역의 궁극적인 '지정학적 칩'이다. 중국의 돼지고기 산업은 사료의 80% 이상을 외국산 대두에 의존하고 있어 무역로가 차단될 경우 14억 인구의 주요 단백질원인 돼지고기 가격이 치솟아 국내 불안정의 위험이 크다. 이에 중국 정부는 헤이룽장(黑龍江)성 농가에 옥수수의 약 17배에 달하는 헥타르당 약 739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며 국내 생산을 유도하고 있는데, 이는 시장 논리를 압도하는 정책적 선택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트럼프 포드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13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어본의 포드자동차 생산 공장을 방문하고 있다./로이터·연합
◇ 미국 리쇼어링의 한계와 남아 있는 기저 의존성

미국 내에서는 관세를 피하기 위해 생산을 미국으로 옮기는 '리쇼어링(reshoring)'이 시도되고 있다. 오하이오주 제조업체의 9%가 2025년에 리쇼어링을 경험했으며, 이 중 60%는 중국에서 이전한 것이었다. 자동화와 AI는 미국 기업이 중국의 낮은 노동 비용과 경쟁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허스코의 사례처럼 주조 금속 부품과 같이 노동 집약적이고 열악한 환경의 생산은 이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브래드 세터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중국산 부품이 동남아시아에서 최종 조립되는 구조를 언급하며 "기저 의존성(underlying dependence )은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차단하기 위해 베트남·태국 등에 대해 중국산 콘텐츠 비중을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