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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베트남 처녀를 수입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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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02. 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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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진도군수가 지난 4일 전남 해남문화예술관에서 열린 광주·전남 행정통합 '찾아가는 타운홀미팅'에서 발언하고 있다/목포MBC 유튜브캡쳐
정리나_증명사진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바나나를 수입한다. 원유를 수입한다. 반도체 장비를 수입한다. '수입(輸入)'의 사전적 정의는 '다른 나라로부터 물품을 사들여 옴'이다. 물건에 쓰는 말이다. 그런데 2026년 대한민국 지방자치단체장의 입에서 기어이 그 말이 나왔다. "젊은 처녀들 수입 좀 해서…."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 그것도 여성이 '수입'의 목적어가 됐다.

김희수 진도군수가 지난 4일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내놓은 인구 소멸 대책은 엽기적이었다. 이 문제도 법제화 해야한다던 김 군수는 "스리랑카나 베트남 처녀를 수입해 농촌 총각 장가도 보내자" 주장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조차 손사래를 칠 정도의 망발이었다. 논란이 일자 김 군수는 "단어를 잘못 선택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결국 주한 베트남대사관은 6일 전남도청과 진도군청에 항의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에서 베트남은 김 군수의 발언이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명시하며 시정을 요구했다. 주한 베트남 여성 연합회는 "이주 여성은 수입품이 아니라 당당한 한국 사회의 구성원"이라고 절규했다. 김 군수가 말한 "단어 선택의 실수"란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평소 여성을 인격체가 아닌 출산 도구나 인구 부양책의 자원으로 여기지 않았다면, 생중계 되는 자리에서 '수입'이라는 단어가 툭 튀어나올 리 없다. 그의 머릿속에서 스리랑카와 베트남 여성은 부족한 인구 그래프를 메우기 위해 해외에서 조달 가능한 '보급품'이었던 셈이다.

2000년대 중반 기괴했던 국도변의 풍경을 기자는 똑똑히 기억한다. 국도변과 농촌 길거리엔 "베트남 숫처녀와 결혼하세요", "사후 서비스(A/S) 확실" 따위의 현수막이 나부꼈다. 여성을 상품 취급하는 야만에 시민사회는 분노했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시정을 권고했다. 당시 언론들은 '매매혼'에 가까운 국제결혼 중개 실태를 고발하며 이것이 현대판 인신매매와 다를 바 없다고 경고했다.

그로부터 강산이 두 번 변했다. K-컬처가 세계를 휩쓸고 한국은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자부한다. 그런 나라에서 과거엔 영세 중개업자들이 음지에서 떠들던 소리를, 이젠 군수님이 공적인 자리에서 "법제화하자"며 정책 제안이랍시고 내놓는다. 군수의 발언이 알려지자 베트남 현지 SNS에는 "베트남 여성이 당신들 마음대로 사고팔고, 수출입이 되는 상품이냐"는 성토가 줄을 이었다. "공직자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저렇게 말할 정도면 평소에는 얼마나 우리를 무시해왔겠느냐"는 댓글엔 기자도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이 없는 것보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위정자들이 있어서 문제다. 인구 소멸보다도 인간에 대한 존중과 예의의 소멸이 문제다. '수입'된 아내가 차려주는 밥상을 받고, '수입'된 어머니가 낳은 아이로 인구 통계를 채우면 진도군은, 대한민국은 행복해질까?

김 군수의 발언은 한국 사회가 왜 소멸 위기에 처했는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여성을 아이 낳는 기계로, 특정 국가 사람을 인구 통계를 채울 '자원'으로만 바라보는 그 천박한 인식 탓에 사람들은 아이 낳기를 포기하고, 떠난다. 사람 대접보다 숫자 계산이 먼저인 곳에서 누가 미래를 꿈꾸겠는가. 그런 곳에서 '소멸'은 위기가 아니라 당연한 결과일 뿐이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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