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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트럼프 상호관세 무효 판결의 후폭풍과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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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2. 23. 17:31

김영한 성균관대 교수
김영한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지난해 한미 간 관세협상에서 합의되었던 매년 200억 달러 수준의 대미 투자 약속이행이 느리다는 이유로 도널드 트럼프가 상호관세율을 25%로 인상하겠다는 협박으로 최근 우리 정부가 대미투자 속도를 높여 왔다. 그 와중에 지난 19일, 트럼프의 전 세계 교역상대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 자체가 불법이라는 미 연방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이 나오자 트럼프는 상호관세 부과는 철회하지만, 새로이 미국 통상법 122조를 근거로 전 세계에 대하여 향후 150일간 15%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 등을 활용하여, 상호관세보다 더 많은 관세를 징수하겠다고 공언했다.

한편 이번 미국 대법원의 판결로 트럼프의 최대 중점정책인 관세정책이 직격탄을 맞았고, 또 상호관세수입에 기반하여 시행하려던 여러 선심성 정책의 재원이 실종되었다는 점에서 트럼프에게 정치적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음은 틀림없다. 트럼프는 집권 이전 1.6% 수준이던 미국의 평균 실행관세율을 무역전쟁과 함께 17%까지 높여서 2차대전 이후 최고수준으로 올렸다. 한편 대법원 판결 결과, 트럼프가 부과했던 여러 형태의 관세 중 상호관세만 철폐되더라도 평균관세율은 9.1%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상호관세로 거두어들인, 미국 GDP의 약 0.6%에 해당하는 1750억 달러 수준의 관세수입이 사라질 뿐만 아니라, 이 관세수입의 반환 소송에 휘말리게 생겼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오는 11월에 예정된 중간선거에 대비하여, 미국 수입업체들에 대한 관세수입 반환을 일종의 현금지원으로 활용하자는 전략도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관세정책에 모든 것을 걸었던 트럼프는 정치적 명운을 걸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존의 관세수입을 대체할 수 있는 각종 방도를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오히려 관세정책의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그에 따른 국제적 갈등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당장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가 미 대법원 판결 이후 추가적인 변칙적 관세를 부과할 경우, 맞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한 가운데, 프랑스를 필두로 유럽에서도 향후 예상되는 트럼프의 일방적인 관세인상 조치에 적극적으로 보복정책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최근 트럼프와의 관세 협상을 통해, 미국제품은 무관세로 수입하지만, 자국 수출품에 대해서는 18~19%의 수입관세 부과에 동의했던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들도 미 대법원의 판결 이후, 무역협정의 비준 절차가 중단되면서 대미통상전략을 재수립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한 기존 50%의 보복성 관세를 부과받았던 브라질도 트럼프와의 협상을 서두르지 않았던 전략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 가운데, 지역안보차원에서 미국에 대한 절대적 의존구조를 보이고 있는 일본만이 기본의 협정 및 대미투자 계획을 준수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미 대법원 판결이 트럼프의 관세 공격의 강도를 낮추기보다는 오히려 불확실성만 키우는 형국을 보이고 있으나, 장기적으로 무차별한 관세 인상 정책은 항상 정치적 입지를 확대해 준다고 믿던 트럼프의 전략에 근본적인 충격을 준 것은 사실로 보인다. 또한 오는 11월에 예정된 미국의 중간선거까지 트럼프가 계속 공격적인 관세전쟁 모드를 이어가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한지 여부에 대해서도 트럼프가 재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미국 국내 상황뿐만 아니라, 트럼프 관세정책을 둘러싼 국제환경도 큰 변화를 보이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의 대응전략도 상황변화를 반영한 전략적 유연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즉 대미투자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상호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던 트럼프의 협박은 이제 효력을 상실한 협박이다. 그러나 여전히 유효한 다양한 품목별 관세와 향후 추가로 진행하겠다고 공언한 무역법 301조에 기반한 불공정 교역상대국에 대한 관세인상 등의 협박수단들을 동원하여 한국 정부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향후 트럼프의 일방적 관세인상 조치들도 여전히 불법이라는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상존하는 만큼, 트럼프의 정치적 목적에 휘둘려 상업적 합리성에 반하는 대미투자 계획과 합의를 서둘러서 발표할 이유는 없어졌다. 미국을 영원한 우방으로 알고 있던 캐나다 국민 사이에서 미국의 군사적 침략에 준비해야 한다는 여론이 50%에 근접했다고 한다. 앞으로의 대미 통상협상에서는 물론, 대미 군사비 분담 등 안보협상 과정에서 어떤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뉴스다.

기술력과 경제력, 그리고 국방력에 기반하지 않은 협상력이나 협상의 기술이란 아무 의미가 없음을 트럼프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답은 분명하다. 우리가 캐나다와 같은 처지가 되지 않는 유일한 길은, 미국과 중국이 범접할 수 없는 우리만의 기술적 시장지배력을 갖추는 것뿐이다.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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